[독자권익위원 칼럼] ‘봄’의 그림자, 춘곤증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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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독자권익위원 칼럼] ‘봄’의 그림자, 춘곤증

정진규 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겸 대외협력실장

  • 승인 2026-03-19 10:16
  • 수정 2026-03-19 10:45
  • 신문게재 2026-03-20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정진규(신규사진)
정진규 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대외협력실장
만물이 생동하는 봄이다. 그렇지만 올해도 어김없이 고개 숙인 자가 하나둘씩 생겨나는 것을 주변에서 흔히 볼 수 있다. 바야흐로 춘곤증의 공습이 시작된 것 같다. 봄철피로증후군이라는 용어로 대표되는 춘곤증은 봄철 환경변화에 인체가 적응하지 못해 발생하는 일종의 자연스러운 신체 반응이다. 늘 바뀌는 계절이지만 유독 봄철이 되면 피곤해지고 식욕도 떨어지면서 졸음이 쏟아져 노곤해지기 일쑤다. 그러다 보니 '내가 무슨 병에 걸린 것은 아닐까'하고 걱정을 하는 사람들도 눈에 띈다.

춘곤증은 겨울 동안 활동을 줄였던 인체의 신진대사 기능들이 봄을 맞아 활발해지면서 생기게 되는 일종의 피로 증세로, 이는 자연스러운 생리 현상이며 질병은 아니다. 특히 운동이 부족하거나 과로를 했거나 나이가 많은 어르신들의 경우에는 춘곤증을 더 심하게 느낄 수 있다.

그러면 춘곤증은 왜 나타날까?

첫째, 겨울철에 맞춰있던 신체가 봄에 적응하면서 발생하는 생리적 불균형이다. 온도가 올라가면 인체는 대기와의 온도 차를 줄이기 위한 보상 작용을 한다. 피부에 피가 몰리는 대신 내부 장기나 근육에 피가 부족해지면서 근육이 이완돼 나른한 느낌을 받게 되는 것이다.

둘째, 일조량 및 일조시간의 변화다. 낮 시간이 길어지게 되면서 겨울에 적응해 있던 인체에 혼동이 와 졸음이 자주 오게 된다. 여기에는 멜라토닌이라는 호르몬이 관여하는데 멜라토닌은 계절적으로 겨울에, 하루 중에는 밤에 가장 많이 분비되어 수면을 유도한다.

셋째로 졸업, 입학, 개학, 취업, 이사 등 봄철이면 으레 몰려드는 여러 변화도 춘곤증을 부추기는데 한몫을 한다. 긴장과 스트레스는 춘곤증을 일으키는 또 다른 복병이기 때문이다.

끝으로 영양 요구량의 증가다. 봄에 되면 단백질, 무기질, 비타민이 겨우내 고갈되면서 부족해 지지만 근육 형성에 필요한 단백질과 영양물질 대사에 필수적인 비타민은 오히려 봄이 되면 더 많은 양을 필요로 한다.

그렇다면, 춘곤증을 어떻게 이겨내야 할까?

춘곤증을 몰아내는 첫 번째 방법은 충분한 수면이다. 춘곤증은 질병이라기보다는 신체적응의 일시적 혼란 상태다. 따라서 빠른 적응을 위해 일반적인 건강수칙을 지키는 것이 가장 중요하다. 하루 7~8시간의 숙면을 하는 것이 좋다.

식생활 조절도 꼭 필요하다. 아침은 반드시 먹도록 한다. 아침을 거르면 에너지가 부족해 오전 내내 졸기 십상이다. 그리고 아침을 거르면 점심에 과식을 부르기 마련이다. 과식은 위장으로 가는 혈류를 증가시키고 뇌와 심장으로 가는 혈액량은 줄어들게 만들어 우리를 더욱 졸음의 늪으로 빠져들게 만든다. 또 봄이 되면 단백질, 비타민, 무기질 등의 영양소가 겨울보다 많이 필요하게 되므로 충분히 섭취해 주는 것이 좋다. 아침에는 생선, 두부나 콩, 채소 위주의 식사를 하고 저녁에는 잡곡밥, 봄나물 등의 채소와 신선한 과일 등으로 원기를 회복시켜줄 것을 권한다.

계절을 온몸으로 맞아야 하는 사람의 몸이 춘곤증과 같은 부적응 현상을 완전히 피해 갈 수는 없을 수도 있다. 봄이 주는 하나의 세리머니라고 여기자. 여태까지 겨울철 젖어 들어 있던 못된 습관을 고치는 기회로 삼아보자. 하지만 잊지 말아야 할 것은 봄은 춘곤증 이외에도 여러 만성적인 성인병이나 호흡기 질환, 알레르기 질환 등이 악화되기 쉬운 계절이다. 피곤하고 나른한 증상을 무작정 계절 탓으로 돌리다 감춰진 질병까지 놓칠 수 있으니 증세가 2~3주 이상 지속될 경우 피로 속에 감춰진 다른 질병이 있는지 살펴보는 것도 중요하다. /정진규 충남대병원 가정의학과 교수 겸 대외협력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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