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 바이오대항해 시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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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 바이오대항해 시대

정흥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파운드리사업단 책임연구원·사무국장

  • 승인 2026-04-26 13:27
  • 수정 2026-05-01 22:19
  • 신문게재 2026-04-27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정흥채 대전테크노파크 센터장
정흥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파운드리사업단 책임연구원·사무국장
2026년 4월 23일, 세계 최초로 「합성생물학육성법」이 시행되었다. 대한민국은 인류 문명의 새로운 지평을 여는 위대한 서사시의 첫 장을 펼쳤다. 생명의 코드를 직접 설계하고 창조하는 '바이오 대전환' 시대를 선도하겠다는 담대한 의지이자 시대적 소명의 선언이다. 미국, 중국 등 기술 패권 경쟁이 격화되는 가운데, 우리는 이제 생명 현상의 관찰자를 넘어 창조자로서, 인류가 당면한 기후, 식량, 질병의 난제를 해결하고 지속할 수 있는 문명을 구축하는 '바이오대항해 시대' 선봉에 선 것이다.

과거 인류가 생명의 설계도를 '해독'하는 데 그쳤다면, 합성생물학은 인공지능(AI)과 바이오 기술의 융합을 통해 그 설계도를 자유자재로 '편집하고 저술하는' 신의 영역에 도전하는 기술이다. 이는 생명과학의 패러다임을 근본적으로 바꾸는 혁명이며, 그 미래는 이미 현실의 문을 두드리고 있다.

이제 우리는 「합성생물학육성법」이라는 돛을 올리고, 미래를 향한 전략적 항해를 시작해야 한다. 그 첫 번째 과제는 혁신의 심장이 될 '공공 바이오파운드리'의 구축과 고도화이다. 코로나19 팬데믹 당시, 바이오파운드리 기업 '깅코 바이오웍스'가 모더나 백신의 핵심 원료를 단기간에 개발하고 대량 생산하여 인류를 구원했듯, 자동화된 DBTL(설계-제작-시험-학습) 플랫폼은 연구개발의 속도를 비약적으로 향상시킬 것이다. 정부와 연구자들은 이 혁신 플랫폼을 단순히 구축하는 것을 넘어, '바이오 반도체 팹(Fab)' 수준으로 고도화하는 데 역량을 총결집해야 한다. 예를 들어, 미래에 '바이러스 X'와 같은 신종 감염병이 발생했을 경우를 상상해 보자. 기존 방식으로는 백신 후보물질 개발에만 수년이 걸린다. 하지만 고도화된 바이오파운드리는 다르다. AI가 바이러스의 유전 정보를 분석해 수만 개의 백신 후보 구조를 단 몇 시간 만에 설계(Design)하면, 로봇 자동화 시스템이 이를 즉시 합성(Build)하고, 고속 스크리닝 장비로 효능을 검증(Test)한다. 이 과정에서 축적된 방대한 데이터는 다시 AI를 학습(Learn)시켜 다음 설계의 정확도를 기하급수적으로 높이는 선순환을 이룬다. 이러한 '가속화된 연구개발' 이 가능해지려면, 정부는 반도체 산업에 버금가는 과감한 장기 투자를 통해 세계 최고 수준의 로봇, AI, 데이터 기반을 갖춘 바이오파운드리를 구축하고, 모든 연구자에게 이를 개방해야 한다. 연구자들은 창의적인 아이디어를 바이오파운드리에서 즉시 실험하고, 그 결과를 투명하게 공유하여 국가적 데이터 자산을 함께 쌓아 올려야 한다. 아이디어 하나만으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바이오 팹리스(Bio-Fabless)' 창업 생태계 활성화는 바로 이 지점에서 시작될 수 있다.

둘째, '한국형 혁신 R&D' 시스템을 과감히 도입해야 합니다. 실패를 용인하되, 성공 시 세상을 바꿀 수 있는 '고위험-고수익' 연구에 집중 투자하는 방식의 유연하고 신속한 지원 체계는 관료주의의 경직성을 타파하고 초격차 기술 확보의 마중물이 될 것이다. 정부가 선정한 6대 전략기술 분야에 이러한 혁신 모델을 적용하여, 명확한 임무 아래 인재 양성부터 사업화까지 전 주기를 아우르는 패키지형 지원을 단행해야 한다.

마지막으로, 영국의 '합성생물학 로드맵'처럼 정권의 부침에 흔들리지 않는 장기적이고 일관된 국가 전략을 수립하고, 이를 바탕으로 글로벌 거버넌스를 선도해야 한다. 세계 최초로 법을 제정한 국가로서, 우리는 고위험 기술의 윤리 및 안전 표준(ELSI)에 대한 국제적 담론을 주도하고, '국제 바이오파운드리 연합(GBA)'과 같은 다자 협의체에서 책임 있는 리더십을 발휘해야 한다. 규제 권한이 분산되어 혼선을 빚거나, 윤리적 공백에 대한 우려를 낳는 잘못을 답습하지 않도록, 통일성 있고 예측할 수 있는 규제 시스템을 구축하는 것은 글로벌 신뢰 확보의 초석이 될 것이다.

「합성생물학육성법」의 시행은 위대한 여정의 끝이 아닌 시작입니다. 기술적 진보와 철학적 성찰, 사회적 합의가 조화롭게 어우러질 때, 대한민국은 인류의 지속 가능한 미래를 설계하는 '바이오 대항해 시대'의 명실상부한 개척자로 역사에 기록될 것입니다. 우리가 모두 이 시대적 소명에 응답해야 할 때이다. /정흥채 한국생명공학연구원 바이오파운드리사업단 책임연구원·사무국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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