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일, 공간, 사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일, 공간, 사람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6-04-30 10:42
  • 최화진 기자최화진 기자
KakaoTalk_20260429_174839775
영화 '악마는 프라다를 입는다2' 포스터.
시간이 흘렀습니다. 여전히 자리를 지키고 같은 일을 하는 사람도 있고, 성장을 통해 새로운 일에 도전하는 이도 있습니다. 그러나 시간은 결국 변화를 만듭니다. 높은 자리를 약속했던 회사의 주인이 죽고 물려받은 아들은 새 판을 짜려 합니다. 종이로 된 패션 잡지 만드는 일은 그에게 그저 돈이나 잡아먹는 정리 대상일 뿐입니다.

전 세계 패션을 주도하는 도시 뉴욕이 영화의 배경입니다. ≪런웨이≫는 여전히 큰 빌딩에 자리하고 있습니다. 건물 안에는 이러저러한 공간이 있고, 당연히 좋은 자리, 덜 좋은 자리, 잡동사니에 뒤엉킨 별볼일없는 사무실도 있습니다. 영화는 또한 패션의 도시 밀라노를 보여줍니다. 그곳에도 호텔 스위트룸이 있고, 일반 객실이 있으며, 패션쇼가 진행되는 휘황찬란한 공간과 택시를 잡아타야 하는 길거리가 있습니다. 이 다양한 공간은 사람들의 욕망을 표상합니다. 차지한 공간을 놓지 않으려는 이와 새롭게 더 좋은 곳을 차지하려는 사람들이 치열하게 움직입니다. 주인공 앤디와 그녀의 상사 미란다 역시 그러합니다.

영화는 세계와 사회의 축소판 같은 패션계를 자칫 몰개성의 사건과 전형적 캐릭터들로 채울 수도 있었으련만 그렇게 하지 않습니다. 앤디와 미란다, 나이젤과 에밀리는 전형적인 상황에서도 개성적인 캐릭터를 보여줍니다. 사회적 역할과 함께 개인의 욕망을 드러내고, 경쟁과 암투 속에서도 우정의 손을 놓지 않습니다. 그러므로 관객들은 패션계라는 익숙지 않은 곳을 보면서도 자신들과 별반 다르지 않은 인간사를 목도하게 됩니다. 이 지점이 영화의 매력 포인트입니다.

가장 인상적인 캐릭터는 배우 앤 해서웨이가 연기한 앤디입니다. 언론계에서 입지를 다졌고, 좋은 글로 평판도 높은데 그녀는 여전히 자신에 대해 확신하지 못합니다. 좋은 집과 젠틀한 파트너, 안정적인 직장에 대해 그녀는 아직도 불안합니다. 하여 그녀는 능력을 인정해 확실하게 잡아줄 상사와 그 상사가 붙어 있을 직장을 위해 애를 태웁니다. 디지털 사회를 넘어 AI 시대가 되었어도 여전히 인간적 가치를 붙들고 싶어 하는 그녀의 모습은 중년들의 위기와 욕망의 좌표를 보여줍니다.

영화는 나름 해피엔딩입니다. 그러나 시대와 상황의 변화 속에 일도 사람도 공간도 흔들릴 수 있다는 걸 놓기는 쉽지 않습니다. 영화 속 공기는 불안의 징후를 포착하게 합니다.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인터뷰]오노균 전 충북대 농촌관광개발전공 초빙교수
  2. 제1회 세종 마라톤 '모두 런' 성료… 2027년 성장형 대회 기약
  3. 천안중앙도서관, 8월 '체험형 동화구연' 운영
  4. 단국대병원, 입체 정위 유방생검술 200례 달성
  5. 천안법원, 무보험 차량을 운전한 혐의 '벌금 1000만원'
  1. 천안시, 제6기 지역사회보장계획 수립 TF팀 출범…복지정책 청사진 마련
  2. 천안시 행복키움지원단장 협의회, 정기회의 개최
  3. 충남중기청, '2026년 수출 중소기업 스케일업데이' 개최
  4. 대전교도소 실탄 관리부실 논란… 이전 사업까지 우려목소리
  5. 민선9기 대전시 인수위, 이장우표 "일류경제도시' 도마 올린다

헤드라인 뉴스


"주식·채권 팔아 집 샀다"… 넉달간 3.7조원 주택시장 유입

"주식·채권 팔아 집 샀다"… 넉달간 3.7조원 주택시장 유입

올해 들어 주식·채권을 처분해 마련한 자금 3조 7000억여 원이 주택시장으로 유입된 것으로 나타났다. 14일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소속 김종양 국민의힘 의원실이 국토교통부로부터 제출받은 자금조달계획서 집계에 따르면 올해 1~4월 주식·채권 매각대금 3조 7254억 9400만 원이 주택 매입 자금으로 투입됐다. 주택 취득 자금조달계획서는 주택을 살 때 구입 자금의 출처를 밝히는 서류다. 규제지역(투기과열지구·조정대상지역) 내 모든 주택과 비규제지역 실거래가 6억 원 이상 주택 매매 계약 시 계약일로부터 30일 이내 관할 지방자치단체에..

대전 소상공인, 월드컵 특수 기대보다 실망... "오전 경기에 분위기 안나네"
대전 소상공인, 월드컵 특수 기대보다 실망... "오전 경기에 분위기 안나네"

"월드컵 분위기가 도통 나질 않으니 손님도 평소와 다를 바 없이 저조해요." (대전 유성구 치킨집 점주) "오전 매출이 조금 늘어났을 뿐 주류 판매가 이뤄지지 않으니 기대가 큰 만큼 실망도 크네요." (대전 서구 피자집 점주) 대전 소상공인들이 기대한 월드컵 특수를 누리지 못해 깊은 한숨을 내뱉고 있다. 대한민국 대표팀 경기가 12일엔 오전 11시, 다음 경기인 19일엔 오전 10시에 각각 열리다 보니 예년처럼 저녁에 왁자지껄한 분위기가 나지 않기 때문이다. 14일 지역 소상공인 등에 따르면 이전보다 저조한 월드컵 분위기에 매출 인..

고유가 폭풍에도 ‘플러스 성장’… 청주공항, 국제선 증가율 ‘전국 1위’ 질주
고유가 폭풍에도 ‘플러스 성장’… 청주공항, 국제선 증가율 ‘전국 1위’ 질주

중동발 지정학적 리스크 심화에 따른 고유가·고환율 쇼크로 국내 항공업계가 직격탄을 맞은 가운데, 청주국제공항이 차별화된 노선 다변화 전략을 앞세워 홀로 '플러스 성장' 기조를 유지하는 저력을 발휘했다. 한국공항공사 항공통계에 따르면 지난 5월 한 달간 청주국제공항을 이용한 여객은 총 40만 1234명으로 집계됐다고 14일 밝혔다. 이로써 청주공항은 국내 지방공항 중 이용객 규모 '전국 4위' 자리를 더욱 굳건히 하며 성장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특히 전년 동기 대비 국제선 이용객 증가율은 무려 53.2%를 기록하며 전국 공항 중 압..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접시꽃에 담긴 여름 접시꽃에 담긴 여름

  •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임직원들이 함께 즐기는 월드컵

  • ‘더 빠르게 접근한다’…무인수난구조보드를 활용한 인명구조 ‘더 빠르게 접근한다’…무인수난구조보드를 활용한 인명구조

  • ‘건강한 치아를 위해’ ‘건강한 치아를 위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