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편집국에서] 의무와 권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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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편집국에서] 의무와 권리

김흥수 경제부 차장

  • 승인 2026-05-10 11:07
  • 신문게재 2026-05-11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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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흥수 경제부 차장
세금을 내는 것은 국민의 의무다. 그러나 공정한 세정 서비스를 받는 것은 국민의 권리다. 의무는 강제되지만, 권리는 보장돼야 한다. 의무와 권리의 균형이 이뤄졌을 때 비로소 조세 행정은 정당성을 갖는다. 하지만 지금 대전 대덕구에서는 이 균형이 무너져 있다.

대덕구에는 독립된 세무서가 없다. 유성구와 대덕구를 함께 관할하는 북대전세무서가 유성구에 자리하고 있기 때문이다. 이로 인해 대덕구 일부 지역에서는 북대전세무서를 이용하기 위해 자가용으로 30~40분, 대중교통으로는 1시간 30분가량 소요되는 불편을 겪고 있다. 대전산업단지와 대덕산업단지 입주기업의 업무 담당자들은 법인세·부가가치세·소득세 등 각종 세무 업무를 처리하려면 사실상 반나절을 허비해야 하는 셈이다.

세무 행정의 형평성은 출발선부터 어긋나 있다. 인구와 세수가 대전보다 적은 광주는 세무서가 4곳인 반면, 대전은 3곳에 불과해서다. 인구수도 더 많고, 더 많은 세금을 내는 도시임에도 부족한 세무행정 인프라로 고통받는 실정이다. 특히 북대전세무서의 상황은 더욱 심각하다. 해당 세무서의 지난 한 해 세수는 3조 7469억 원으로 전국 113개 세무서 가운데 17위에 해당한다. 대전 전체 세수의 57% 이상이 집중돼 있고, 직원 1인당 담당 세수는 258억 원에 달한다. 직원들이 민원 응대에 최선을 다한다고 해도 한계가 있기에, 결국 세정 서비스에 대한 불편은 지역민과 기업의 몫이 된다. 납세의 의무만 있고, 납세자의 권리는 침해되는 것이 현실이다.

더 큰 문제는 이러한 상황이 어제오늘의 일이 아니라는 점이다. 국세청은 이 같은 문제를 해결하기 위해 2020년 행정안전부에 세무서 신설을 요청했지만, 논의조차 이뤄지지 않은 채 방치됐다. 이후 6년 동안 세수는 22%가량 늘었고, 직원들의 업무 부담은 더욱 가중됐다.

다행히 분위기는 달라지고 있다. 지난해 국정감사에서 대전지역 세무서 신설 필요성이 공식적으로 제기됐고, 국세청 수장도 이에 공감하면서다. 올해 초 한 달간 진행된 서명운동에 대전시민 9만 7000여 명이 동참한 것도, 지역 산업계와 경제계에서 신설의 당위성과 필요성에 공감하고 있는 것도 이런 흐름과 맞닿아 있다.

현재 대덕세무서 신설안은 국세청이 직제 개편안을 행정안전부에 제출한 상태로, 행안부의 조직 신설 승인과 기획재정부의 예산 편성이라는 두 개의 관문을 넘어야 한다. 이 과정에서 국회 행정안전위원회와 기획재정위원회 소속 지역 의원들의 역할이 어느 때보다 중요하다. 나아가 6·3 지방선거 출마 후보들이 대덕세무서 신설을 공약에 반영한다면, 중앙부처도 이를 외면하기 어려운 추진 동력이 형성될 것으로 기대된다. 지역 정치권의 역량과 지역민의 목소리가 하나로 결집될 때 비로소 6년 묵은 숙원이 풀릴 수 있다. 이번 선거는 대덕세무서 신설의 분수령이 될 수 있다. 이 기회를 놓친다면, 다음을 기약하기까지 또 몇 년을 기다려야 할지 아무도 모른다. /김흥수 경제부 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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