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충남도정회고록) "남기고 싶은 이야기"(20회) 청렴·강직한 이근영(李根永) 前 천안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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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충남도정회고록) "남기고 싶은 이야기"(20회) 청렴·강직한 이근영(李根永) 前 천안시장

김용교(전 충남도 정책기획관/ 전 아산시 부시장)

  • 승인 2026-05-26 14:18
  • 신문게재 2026-05-27 10면
  • 한성일 기자한성일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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청렴.강직.소신으로 정평이 나있는 이근영 시장. 사진 =김용교 제공
김용교 부시장
김용교(전 충남도 정책기획관/ 전 아산시 부시장)
(1)행정은 때로는 합법성보다 합목적성을 선택할 때도 있다

퇴직공무원들이 모이면 선배 공직자들에 대한 얘기를 나눌 때가 있다. 한번은 민선 시장·군수 출신에 대한 평가들이 오갔는데 이근영 전 천안시장과 김기흥 전 서산시장이 시장직을 가장 멋지게 수행하였다고 이구동성으로 의견이 모아진 때가 있었다.

이유는 두 가지였는데 두 분 모두 시종일관 청렴하였다는 것이고, 다른 하나는 법으로 보장된 민선 3연임 시장으로 출마하였더라도 두 분 모두 당선될 확률이 높았음에도 3기 연속 출마를 자제하고, 2기 재선으로 시장직을 마쳤다는 것이다.

김기흥 전 서산시장은 공무원 출신이 아니었고 서산 시내에서 운전면허 학원을 운영하였는데 운영도 잘 되었고 순수한 마음에서 어려운 이웃들에게 베풀기를 아끼지 않으면서 덕을 많이 쌓은 것으로 전해지고 있다.

민선 시장에 당선된 후에도 경제적 여유가 바탕이 되었는지는 알 수 없으나 업무추진비 예산으로 경조사비를 지출할 수 있음에도 "시장이 아니었더라도 축·부의금을 지출했어야 할 입장"이라며 굳이 사비로 지출한 경우도 많았다면서 공적 업무 문제해결을 위해 섣불리 돈을 가지고 시장에게 접근하는 것 등은 엄두조차 내지 못할 정도로 공사 구분이 엄격하였다고 한다.

부자라 하여 모두가 청렴한 것은 아닐 것이고 그 정신과 마음가짐이 청렴으로 가느냐 사욕을 채우느냐로 갈라지게 될 것이다. 김기흥 시장은 지금까지도 서산 사회에서 청렴·원만한 전직 시장으로 회자되고 있다.

1961년 지방자치에 관한 임시조치법에 따라 각급 지방의회가 해산되고 예산심의 의결 기능도 시군예산은 시·도지사가, 시도 예산은 내무부장관이, 서울특별시 예산은 국무총리가 지방의회 권한을 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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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 시장은 천안불당지구 신도시계획을 수립하고 시 청사도 신축이전하였다. 사진=김용교 제공
행하여 심의 승인하였다.

나는 1979년 2월부터 1986년 4월까지 7급 실무자로서 충남도 지방과 기획예산계에 근무하면서 시군 예산을 심의 승인하는 업무를 담당하였다.

예산 사무를 수행하다 보면 행정행위 대부분이 돈과 직결돼 있어서 시군 살림살이를 구석구석 꿰뚫어 볼 수 있고, 나의 경우는 민선 지방의회의원 2대에 걸친 임기와 버금가는 7년간 기획예산 업무를 담당한 바 있어 그 당시 수많은 애환과 일화가 주마등처럼 스쳐가고 있다. 그중에서도 특별했던 예비비 지출 사례를 회고해 보고자 한다.

예비비는 예측할 수 없는 예산 외의 지출 또는 예산초과 지출에 충당하기 위하여 지방재정법 43조에 ①예산총액의 100분의 1을 예비비로 계상하도록 규정하면서 ②재해·재난대책 예비비는 별도 계상하도록 규정하고 있다.

또한 동법 시행령 48조에는 업무추진비와 경상적 보조금은 예비비에서 지출할 수 없도록 예비비 사용 제한에 대한 규정을 두고 있다.

예비비에서 업무추진비를 사용할 수 없게 한 것은 업무추진비가 지역주민, 유관기관, 외부인사 손님접대, 공직자들을 위로·격려하기 위한 식대, 선물, 격려금 등의 경비로 소모성이 농후한데다 시급성을 요한다 하여 이미 지출이 허용된 업무추진비의 기준액을 초과하여 예비비에서 지출한다는 것은 건전재정 운용원칙에 어긋나고 예산남용이 되어 지출제한을 둔 것은 불가피한 조치였다고 본다.

보조금의 경우도 자본적 지출의 보조금이 아닌 민간인에 대한 경상적 보조금의 경우 선심성 경비라는 비난을 받아오고 있고 예산편성 전에 보조금 지원목적, 지원 대상, 지원금액을 보조금 심사위원회에서 엄격히 심사하여 통과된 경우에 한하여 예산에 편성하도록 규정돼 있는데 이를 긴급을 요할 때 지출하는 예비비집행을 허용한다는 것은 예산질서를 문란케 할 소지가 있어 제한을 둔 것이다.

또한 예비비는 시급을 요할 때 지출하는 경비로, 의회의 사전승인 사항이 아닌 집행 후 사후 보고하도록 규정돼 있기도 하다.

태양이 뜨겁게 작열하던 1981년 6월, 이근영 부여군수께서 예비비로 업무추진비를 지출했다는 보고가 올라왔다. 우리 지방과 기획예산계 직원들은 눈을 의심하면서 당혹감을 감출 수가 없었다.

예비비로 업무추진비를 지출해서도 안 되고, 지출할 수도 없고, 지금까지 단 한건의 지출사례도 없었기 때문이다. 더욱이 이근영 군수는 산림청 기획예산담당관, 충남도 기획예산 담당관도 재임하신 바 있어 실무자 경험에 더하여 국가와 지방 재정에 관한 법령, 건전재정 운용의 기본원칙, 예산의 속성 등에 대해서 풍부한 식견을 갖춘 분이었다.

우리는 부여군 기획예산계장과 내무과장에게 저간의 사정과 상황을 파악하였다. 그 당시 우리나라는 처절했던 배고픔 문제는 어느 정도 해결됐지만 그렇다고 식량자급이 100% 달성된 것은 아니었다.농민들에게 통일벼 모내기가 계속 권장되었고 무엇보다도 박정희 대통령께서 국토 여기저기에 다목적 댐을 한창 건설 중이어서 모내기 철 농업용수가 절대적으로 부족하여 하늘에서 비가 내리기만을 기다리는 천수답이 전국적으로 엄청난 면적이 있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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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기흥 전 서산시장. 사진=구글 이미지 제공
당진군의 경우만 보더라도 예당 저수지에서 농업용수를 공급한다 하여도 드넓은 평야를 커버하기에는 절대량의 용수가 부족하였다. 가뭄이 지속되면 농민들은 발을 동동 구르며 가슴을 애태우는 일이 연례 행사였다.

그렇게 딱한 처지였지만 삽교호 방조제 준공으로 당진군 농업용수 문제가 일거에 해결되어 천수답이 옥답이 되고 물 걱정 없이 밭농사도 마음대로 지을 수가 있었다.

이처럼 1980년도만 하더라도 모내기 철에 비가 내리지 않으면 전국의 농민들, 전국의 읍면직원들, 전국의 시군, 특히 군청공무원들, 도청 농림국, 농림부, 청와대까지 한 마지기 논이라도 물을 공급해서 모내기를 하고 모내기 상황과 실적을 일일 보고하였다.

일선 모내기 현장에서 읍면직원들은 어떠한 노력을 기울이고 있었을까? 우선 시냇물, 샛강에 들어가 농민들과 함께 도랑치기 작업으로 샛강 한가운데 도랑에 물이 고이게 되고 이렇게 고인 물을 양수기로 논에 퍼올려 어느정도 물이 차게 되면 모를 심는 방법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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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근영 시장은 천안종합공설운동장도 건립하였다. 사진=김용교 제공
지금 생각해보면 후진국 그 어느 지역에서나 이루어졌을 법한 저급한 문명에 가까운 수단과 도구가 아니었나 하는 생각이 들기까지 한다.

하지만 그 당시 한발(旱魃)에서는 그나마 양수기가 최고의 효자 농기구였다. 샛강 도랑치기 작업으로 샛강 바닥 중심 수로를 따라 물을 고이게 하였더라도 양수기가 없다면 강보다 지대가 높은 천수답에 물을 퍼올릴 수가 없었기 때문이다. 양동이로 물을 떠 나를 수도 없었다.

그래서 정부에서는 전국 읍면 지역에 양수기 공급을 위해 온갖 노력을 기울였다. 양수기는 일회용이거나 임시 방편용이 아닌 반영구 비품이었다.

읍면 사무소에 고이 보관된 양수기는 겨울철에도 기름칠을 하였고 이상 유무를 상시 점검하여 모내기 철에 정상 작동되도록 읍면 산업계 직원들은 양수기를 상전으로 모시다시피 하였다.

중앙정부의 양수기 관리 실태 점검도 지겨울 정도로 반복되었다.

어느 해인가는 시군별 읍면 사무소 창고에 보관 중인 양수기를 전국적으로 일제 점검하여 시도별로 관리실태가 가장 하위인 1개군을 의무적으로 선정하고 해당 군수를 징계하도록 사전 예고하며 점검하였는데 그 당시 점검반은 중앙부처 공무원이 아닌 육군 공병부대 장교, 부사관 등이 담당하였다.

충남도에서도 당진군 신 모 군수가 직위해제되기도 하였다.

다시 이근영 부여군수의 예비비 지출 건에 대하여 이야기를 이어가 보자. 1980년도 우리나라 농촌인구 비율은 40%를 상회하고 있었다. 장기 가뭄으로 농민들의 마음은 타들어 가고 읍면 사무소 공무원들은 새벽부터 밤늦게까지, 주말도 없이 한해(旱害) 극복을 위하여 불철주야 쉴 틈이 없었다.

가래, 삽, 곡괭이, 쇠스랑 등을 들고 샛강 도랑치기에 나서는 것이 일과였다. 군수가 이 상황에서 사무실에 앉아있을 수가 있겠는가? 전국의 모든 시장 군수들도 마찬가지였을 것이다.

김 용 교(前 충남도정책기획관/前 아산시 부시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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