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계유산 알쓸신잡] 4. 세계유산 등재 후 보존관리도 중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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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세계유산 알쓸신잡] 4. 세계유산 등재 후 보존관리도 중요

등재 당시 '탁월한 보편적 가치' 훼손 위험 심각한 유산은 세계유산 지위 해제
세계유산위원회 보존관리 검토 안건에 오르면 기술검토 등 절차 거쳐 결정
사도광산과 군함도 등 공공외교전 적극 대응 위해 세계유산센터 인력 강화 필요

  • 승인 2026-06-09 10:39
  • 신문게재 2026-06-10 9면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제48차 유네스코 세계유산위원회가 대한민국 부산에서 처음 개최되는 가운데, 세계유산 등재 이후의 보존관리와 탁월한 보편적 가치 유지를 위한 국제적 기준 준수의 중요성이 강조되고 있습니다. 세계유산센터는 등재보다 보존관리 업무에 더 큰 비중을 두고 있으며, 우리나라도 왕릉 인근 아파트 건설 등 개발 갈등 사례를 통해 유산 보호를 위한 체계적인 대응의 필요성을 확인한 바 있습니다. 이에 따라 세계유산센터 내 한국인 전문가 비중을 높이고 국가유산청 공무원 파견을 확대하는 등 세계유산을 둘러싼 국제적 외교 대응력을 시급히 강화해야 합니다.

이길배
이길배 국가유산청 유산정책국장 겸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준비기획단
유네스코는 세계 교육과 과학, 문화, 교류를 위해 설립한 유엔의 전문기구다. 그중에서도 문화유산이나 자연유산 등 세계 유산과 관련한 '세계유산위원회'(World Heritage Committee)가 있다.

현재 위원국은 아시아와 유럽, 아메리카, 아프리카, 오세아니아 등에 있는 21개 국가로, 세계유산 등재 유산 심의 결정과 기금 사용 승인, 위험에 처한 유산 선정, 보호 관리에 대한 정책 결정 등의 역할을 담당한다.

매년 한 차례 개최하는 세계유산위원회는 세계유산과 관련한 최대의 국제행사로, 올해 제48차 개최지는 대한민국 부산광역시다. 세계위원회가 대한민국에서 개최되는 건 처음이다.

이에 중도일보는 국가유산청과 공동으로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부산 개최의 의미와 방향, 향후 계획 등을 담은 기획 연재를 마련했다.

기획 연재는 국가유산청 유산정책국장인 이길배<사진>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준비기획단장이 직접 쓰고 중도일보가 보도하는 것으로, 7월 세계유산위원회 성공 개최에 작은 힘을 보태고자 한다. <편집자 주>

■세계유산의 등재 이후의 보존관리

가다메스 옛 시가지(리비아)
국제사회의 협력으로 보존 조치를 인정받고 위험유산 목록에서 해제된 리비아의 '가다메스 옛 시가지'. 제공=국가유산청
2020년부터 세계유산 조선왕릉 중 김포의 장릉 주변에 지어진 소위 '왕릉뷰' 아파트, 2025년 서울 종로구 우리나라 최초의 세계유산 중 하나인 종묘 앞 '세운 4지구 재정비촉진지구' 개발과 관련한 갈등은 세계유산 등재 이후 보존관리의 중요성을 단적으로 보여주는 사례라 할 수 있다.

등재 당시 규정된 탁월한 보편적 가치가 훼손될 위험에 처한 유산들은 세계유산위원회의 보존관리(State Of Conservation, SOC) 의제인 '7B안건'으로 올라 위원회 검토를 받고 결과에 따라 위험유산에 오르거나 훼손 위험이 심각하다고 판단되면 해제되기도 한다.

세계유산협약 및 그 이행을 위한 운영지침 조항들이 등재 후의 보존관리상태 점검과 관리 등에 관한 조항이 등재와 관련된 조항보다 훨씬 많은 것도 이런 이유에서다. 가장 핵심적인 두 개의 조항은 바로 172조와 174조다.

아부 메나 그리스도교 유적(이집트)
이집트 아부 메나 그리스도교 유적. 국제사회의 협력으로 보존 조치를 인정받고 위험유산 목록에서 해제됐다. 제공=국가유산청
'Para 172 Letter'는 당사국이 능동적으로 세계유산협약 이행 운영지침 제172조에 근거해 세계유산위원회 사무국인 '세계유산센터'에 해당 유산 및 그 주변에서 시행예정인 개발행위 등의 계획을 송부해 자문기구의 기술검토를 받는 것이다.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위협 요인이 지속적으로 있어 주의가 필요한 경우 세계유산위원회의 SOC 검토 안건으로 상정하게 된다.

'Para 174 Letter'는 세계유산센터의 요청에 따라 유산 주변이 개발행위 등 보존관리상태에 대해 정보를 제공하는 것이다.

세계유산센터의 주요 부서들인 '지역 Unit'에서 가장 많이 하는 일 중의 하나가 각국의 전문가와 시민단체, 언론, 이해 당사국 등으로부터 받는 제3자 정보에 대응하는 것으로, 정보의 진위를 확인하기 위해 해당 국가에 세계유산협약 이행 운영지침 제174조에 근거해 유산의 SOC에 관해 자료를 요청한다.

드레스덴 엘베 계곡(독일)
유네스코의 공사 중단 요청에도 교통난 해소를 위한 발트슐뢰셴 교량 건설을 추진해 경관 훼손해 2009년 세계유산 목록에서 삭제된 독일의 드레스덴 엘베 계곡. 제공=국가유산청
세계유산센터는 당사국으로부터 정보를 접수하면 'ICOMOS'와 'IUCN' 등 자문기구에 기술검토를 의뢰하고 기술검토서를 받으면 당사국에 송부해 추가 조치 등을 요구한다. 그럼에도 유산의 탁월한 보편적 가치를 위협하는 지속적인 우려가 있으면 세계유산위원회의 SOC 검토 안건[7A(위험유산), 7B]으로 상정한다.

원칙적으로 자문기구의 기술검토서 내용에 대해 세계유산센터는 검토할 권한을 갖고 있지 않아 기술검토서를 그대로 당사국에 전달하는 역할을 담당한다. 그러나 세계적인 이슈나 논란이 되는 사안에 대해서는 유네스코 사무총장이나 세계유산센터장 등의 정치적 의사결정은 있을 수 있다.

■세계유산 외교 대응력 강화 필요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의 조직 구성을 보면 세계유산 등재 관련 부서는 'Nomination Unit' 1개 부서다. 반면 등재된 세계유산의 보존관리현황(SOC)을 다루는 부서인 '지역 Unit'들은 6개에 달해 등재 후 보존관리가 훨씬 중요하다는 점을 알 수 있다.

이 중 APA(Asia and Pacific Unit) 부서는 대한민국과 북한, 일본, 중국, 호주, 뉴질랜드 등 아시아 태평양지역 60여개 국가의 세계유산 보존관리와 역량 강화 업무를 담당한다. 2024년 7월 등재된 일본의 사도광산과 2015년 등재된 군함도 등 메이지 산업유산 등의 SOC 검토 등을 담당하는 부서로, 우리나라와는 세계유산을 둘러싼 문화·외교전에서 밀접한 관련이 있는 부서다.

유산센터
자료제공=국가유산청
그런데 이 부서에 일본인 4명이 근무하는 반면 우리나라는 1명도 없어 불리한 여건이다. 세계유산센터 전체적으로는 한국인 1명, 일본인 5명, 중국인 5명 등이 근무하고 있다. 이는 세계유산을 둘러싼 공공외교전에서 시급히 개선해야 하는 것으로, 유네스코 세계유산센터에 국가유산청의 공무원이 더 파견될 수 있도록 하는 조치가 필요하다.

참고로, 유네스코 직원 구성은 당사국의 분담금 규모에 따라 배분된다. 우리나라는 약 800만불을 지출하고 있어 유네스코 정규직원으로 우리 국적을 가진 직원은 10명까지 채용할 수 있다. 현재 정규직원은 10명으로, 계약직원과 대한민국 정부와 공공기관으로부터 파견된 직원 10여 명이 더 있다. 정규직원은 정원이 차서 늘릴 수 없는 만큼 대한민국 공무원 파견을 통해 대응할 수 있도록 관계부처의 협조와 결단이 필요하다.

이길배 국가유산청 유산정책국장 겸 제48차 세계유산위원회 준비기획단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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