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다시 서는 강단, 역사 속에서 아이들과 마주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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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다시 서는 강단, 역사 속에서 아이들과 마주하다

권순필 아름고등학교 교사

  • 승인 2026-09-03 10:11
  • 신문게재 2026-09-04 18면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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권순필 아름고등학교 교사
'그래, 제주로 가자!'

10년이면 강산도 변한다는 세월이다. 교직 10년차를 지나 현장에 대한 자신감, 열정이 저하되는 것을 느꼈던 나는 새로운 변화, 새로움에 대한 도전이 필요했다. 그래서 선택한 곳이 제주였다. 살면서 누구나 가슴 한편에 지우지 못할 설레는 기억을 품고 살아간다. 내게는 지난 2024년부터 2025년까지의 2년이 그러했다. '세종특별자치시교육청학생해양수련원' 파견 교사로 마주했던 제주에서의 생활에서 제주를 대함이 이전과 다른 것은 여행이 아닌 삶으로서 제주를 만난다는 설렘과 기대가 가득했던 시간이었기에 그러했으리라.

제주도의 푸른 바다를 배경 삼아 학생들의 제주 현장체험학습을 담당했다. 여러 캠프를 준비하며 세종의 학생들을 선발하고, 비행기를 타고 제주로 내려온 학생들을 마주했던 캠프 첫날의 그 설렘. 그것은 교실에서 느낄 수 있는 그것과는 또 다른 차원의 행복이었다.

수련원의 주요 과제는 학생들과 함께 제주의 곳곳을 체험, 탐방하는 것이다. 학생들이 공동체적 일치감을 경험할 수 있는 프로그램 활동을 통해 유익한 관계 형성을 마치고 무사히 세종으로 복귀시키는 것이었다. 제주의 맑은 공기를 마시며 환하게 웃던 아이들의 얼굴, 성산일출봉을 오르고 곶자왈을 걸으며 신비 속에 감춰진 제주의 비밀스런 자연과 마주한다. 자연이라는 거대한 교실 속에서 학생들이 웃고 성장하는 모습을 지켜보는 것은 그 자체로 거대한 몰입이자 치유였다. 제주의 파도 소리와 함께했던 그 뜨거웠던 만족감은 여전히 내 마음 한구석에 짙은 그리움의 향기로 남아있다.

시간은 바삐 흘러 파견 기간이 종료되었고, 2026년 3월 1일자로 아름고등학교로 발령을 받았다. 탁 트인 제주의 바다, 하늘 대신 사방이 벽으로 둘러싸인 교실, 파도 소리 대신 고요한 적막이 흐르는 강단에 다시 섰을 때 묘한 낯설음이 찾아왔다. 매일 아이들과 두 발로 걸으며 현장을 누비던 '체험의 시간'에서, 칠판 앞에 서서 과거의 역사를 전달하는 '수업의 시간'으로의 전환은 생각보다 큰 마음의 준비가 필요했다. 다시금 교실에 서서 나를 바라보는 학생들의 열의 가득한 눈망울과 대면하며 교실 안을 채워나갈 용기가 필요했다. 2년간 교실을 떠나 있었던 만큼, 혹여나 아이들과의 교과 외적인 상호 간의 소통이 어긋나지는 않을까 하는 염려 또한 앞서 있던 듯 하다.

현장에서 가르치는 과목은 '역사'다. 역사는 단순히 지나간 과거의 연도와 발생한 여러 사실들을 단순 암기하는 지루한 과목이 아니다. 과거의 수많은 선택이 오늘날 우리의 삶에 어떤 영향을 미쳤는지, 그리고 우리는 앞으로 어떤 미래를 선택해야 하는지 주체적인 한 인간으로서 끊임없이 질문을 던지고 소통하는 '살아있는 대화'이다. 제주에서 학생들과 함께 온몸으로 자연을 느끼며 호흡했던 것처럼, 이제는 교실이라는 공간 안에서 역사적 인물들의 고뇌와 삶을 통해 학생들을 자극하고 몰입을 통해 과거와의 대화를 이끌어 내고자 한다. 교과서의 활자 속에 갇혀 있던 인물들이 아이들의 상상력 속에서 살아 숨 쉬게 될 때, 교실은 제주 바다 못지않은 거대한 배움의 장이 되리라 믿는다.

돌이켜보면 제주의 경험은 내게 큰 자산이 되었다. 오롯이 나에게 집중했고, 제주의 자연을 마주하며 한층 품이 넓은 인간으로 성장시켰다. 비록 제주의 푸른 그리움은 여전하지만, 매일 아침 복도를 가득 채우는 아이들의 활기찬 인사말과 역사 속 과거에서 오늘의 주어진 환경의 해결책을 찾고자 시도하는 학생들을 볼 때면 수없이 스스로를 성찰하며 나는 교사임을 다시 확인한다.

오늘도 나는 역사 수업을 통해 과거와 현재를 잇는 거대한 소통의 세계로 학생들을 초대하고자 한다. 설레는 마음으로 교편을 들며, 처음 교단에 섰던 벅찬 열정을 품고, 아름고등학교 학생들과 함께 써 내려갈 새로운 역사의 페이지를 기대하면서 말이다. /권순필 아름고등학교 교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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