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절기이야기]대설(大雪) - 난한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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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절기이야기]대설(大雪) - 난한회

  • 승인 2009-12-28 15:01
  • 신문게재 2009-12-07 7면
  • 안순택 논설위원안순택 논설위원
‘눈은 보리의 이불’이라고 하고, 동짓달과 섣달에 눈이 많이 오면 오뉴월에 비가 많이 내려 풍년이 든다는 옛말이 있다. 눈으로 살갗을 문지르면 희고 부드러워진다고 하고, 또 결혼 전날 밤 눈이 내리면 평생 금슬이 좋느니, 장례 때 눈이 오면 좋느니, 첫눈 위에 넘어지면 일 년 내내 재수가 좋다는 믿음은 우리에게 눈이 상서로움을 나타내는 상징으로 쓰이고 있음을 보여준다. 오늘은 큰 눈이 온다는 대설(大雪). 엊그제 강원도 산간과 영서지역, 경기도 일부에 대설주의보가 내려졌었다.

▲ 안순택 논설위원
▲ 안순택 논설위원
대설 무렵 열리는 모임이 난한회(暖寒會)다. 유래는 이렇다. 중국 당나라 때의 큰 부자 왕원보는 대설 때가 되면 하인들에게 자기 집 대문부터 골목 입구까지 눈을 쓸게 했다고 한다. 그렇게 길이 트이면 골목 입구에 나가 사람들을 몸소 맞았고 자기 집에 데리고 들어가 술과 구운 고기를 내어 잔치를 베풀었다. 추위에 고생하는 이웃에게 이웃으로서 따뜻한 음식을 대접하는 행사가 바로 난한회였던 것이다.

난한회와 같은 미풍양속은 우리나라에선 당연한 일이었다. 입동과 동지 사이 동네마다 노인들을 위한 잔치를 베풀었다. 잔칫날 동네 사람들이 십시일반 모은 양식이며 의복가지 등 선물을 노인들과 고아들에게 나누어주는 풍습이 있었다. 이것을 치계미(雉鷄米)라고 했다. 엄동설한이 닥쳐오기에 앞서 노인과 어려운 이웃들에게 따뜻한 선물을 한 마음씀씀이가 아름답지 않은가. 논 한 뙈기 없는 가난한 집이나 머슴들까지도 이날만큼은 출연을 마다하지 않았으니, 조선 시대 판 ‘사랑의 공동 모금회’가 동네마다 있었던 셈이다.

중국 송나라 궁중엔 자난배(自暖杯)라는 신기한 술잔이 있었다고 한다. 실 같은 무늬가 있고 종잇장처럼 얇은 잔이라는데, 잔에 술을 부으면 차차 따끈해지다가 끓는 것처럼 뜨거워진다는 물건이다. 우리 사회에도 자난배가 있으니, 온정(溫情)이라 할 것이다. 대전시청 남문 광장에 사랑의 온도탑이 세워졌다. 올해 목표는 28억 원이다. 시민들의 온정이 겨울을 훈훈하게 덥히고 온도계를 끌어 올려 마침내 끓어 넘치기를 기원한다. /안순택 논설위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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