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그로부터 30여년이 지난 1980년대 말 동유럽 여러 나라 사회주의 체제가 무너지면서 자유화, 개방이 시작되었고 헝가리는 여기에 앞장섰다. 1956년 부다페스트 봉기, 1968년 '프라하의 봄'으로 기억되는 체코 국민의 저항이 소련의 무력진압으로 무산되었던 몇 가지 사건을 제외하고는 동서 냉전 이데올로기 시대 '철의 장막' 인근지역이라는 특수성으로 동유럽은 그다지 관심을 끄는 이슈가 없었기 때문이기도 하다.
상징동물 말(馬)이 보여주듯 기마민족 헝가리 국민의 기동성과 진취성은 그들의 건국역사와 함께 굴곡 많았던 동유럽 왕조사로 연결된다. 학비, 의료비의 국가부담 같은 선진형 사회보장제도, 리스트나 바르토크 같은 예술가와 유태인 다음으로 많은 노벨상 수상자를 배출했다는 명석하고 섬세한 국민정서는 헝가리의 자부심이다.
우리가 일제강점 35년간 겪은 고초를 기억하듯 헝가리인들은 500년에 이르는 외국지배동안에도 모국어를 지켜낸 자존심과 불굴의 민족정기를 자랑한다. 특히 오스트리아의 언어말살 시도에도 불구하고 헝가리 민족의 마자르어는 유럽소수 희귀언어로 그 자체 무형문화재가 되고 있다. 20세기 내내 빗장을 걸어놓은 은둔과 내성의 한 세기가 끝나갈 무렵 자본주의의 감미롭고 도도한 물결이 헝가리인들의 잠을 깨워놓았다. 그렇다고 동유럽 다른 나라들처럼 화들짝 놀라 황급히 옷을 갈아입고 손님을 맞으러 부랴부랴 나서지는 않았다. 특히 관광개발과 이를 통한 수입 창출 면에서 헝가리는 여전히 소극적으로 보인다.
인근 오스트리아, 체코 특히 크로아티아가 관광입국을 표방하며 외국인 유치에 명운을 걸고 있음에 비추어 헝가리는 민족과 언어, 자부심 강한 국민개성만큼이나 독특한 움직임을 보여주고 있다. 말하자면 개발가능하고 변별력과 경쟁력이 풍부한 관광자원, 여건에도 불구하고 부다페스트를 관통하는 다뉴브강<사진>처럼 느린 흐름을 유지하고 있다. 이웃 나라들이 성급하게 문을 활짝 열고 부산하게 움직이는 동안 어느새 하향평준화, 획일화의 길로 접어드는 듯한 사례를 나름대로 분석하며 신중한 독자전략을 구사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오랜 잠에서 깨어난 헝가리의 독특한 행보는 그런 의미에서 주목할만하다. /한남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문학평론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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이규식 한남대 프랑스어문화학과 교수·문학평론가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