계약종료 '꼼수'에 늘어나는 '한숨'

  • 사회/교육
  • 노동/노사

계약종료 '꼼수'에 늘어나는 '한숨'

대기업 정규직 전환율 낮아 문제해결 걸림돌 평균임금 132만원 정규직 절반에도 못 미쳐

  • 승인 2012-05-02 18:04
  • 신문게재 2012-05-03 3면
  • 이종섭 기자이종섭 기자
[122주년 세계노동절-비정규직 800만, 우리시대의 자화상] 3. 비정규직법 시행 그후…

2007년 7월 '기간제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 등에 관한 법률' 등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당시 이를 바라보는 시각은 엇갈렸다.

2년 이상 근무한 비정규직 노동자를 정규직으로 전환하도록 명시, 정부는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을 유도하겠다는 취지를 내세웠지만, 노동계에서는 기업의 고용회피와 계약기간 이전의 대량해고 사태를 우려했다. 비정규직 보호법 시행 4년을 맞고 있는 현재, 비정규직의 현실은 어떻게 달라졌을까.

▲정규직 전환 회피하는 대기업=국회입법조사처 지난 연말 내놓은 '기간제법상 사용기간 제한규정의 입법영향분석' 자료를 살펴보면 일단 '기간제근로자 및 단시간근로자 보호에 관한 법률' 시행되고 실질적인 효력이 발생한 2009년 이후 기간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율은 다소 높아진 것으로 나타나 있다.

이 자료에 따르면 기간제법 시행 이전 14.4%였던 기간제 노동자의 정규직 전환율은 법 시행 이후부터 2009년 3월 사이 18.1%로 높아졌고, 이후 26.8%까지 올라갔다.

하지만 자세히 들여다 보면 중소기업의 경우 비정규직의 정규직 전환율이 높아진 반면, 대기업의 정규직 전환비율은 낮아지거나 제자리 걸음을 면치 못하며 정규직 전환을 회피하고 있는 경향을 살펴 볼 수 있다.

해당 자료에서 5인 이상 299인 이하 사업장의 1년 6개월 이상 근무자 정규직 전환비율은 2010년 4월 12.9%에서 지난해 8월 31.6%로 크게 높아진 반면, 300인 이상 사업장의 경우 2012년 4월 17.5%에서 지난해 8월 17.1%로 낮아졌다.

문제는 증가한 정규직 전환율 못지 않게 계약종료 비율도 크게 증가했다는데 있다. 이 자료에 나타난 1년 6개월 이상 근무자의 계약종류 비율은 2010년 4월 23.7%에서 지난해 8월 53.5%까지 높아졌다.

같은 기간 계약종료 비율에서도 299인 이하 사업장은 17.2%에서 44.8%로 크게 높아졌고, 300인 이상 사업장에서는 52.8%이던 것이 70.4%로 증가하는 경향을 보였다.

결과적으로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정규직 전환 비율이 다소 높아지기는 했으나, 정규직 전환 이전 계약종료 비율도 함께 증가했으며, 대기업의 정규직 전환 회피가 비정규직 문제 해결의 걸림돌 중 하나로 작용하고 있는 셈이다.

▲벌어진 임금 격차=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또 다른 문제는 전체적인 비정규직 숫자가 늘고 있고,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오히려 확대되며 실효성을 거두지 못하고 있다는 것이다.

한국비정규노동센터가 지난 3월 '2011년 8월 경제활동인구조사 근로형태별 부가조사'의 분석을 토대로 내놓은 '통계로 본 한국의 비정규노동자' 자료에 따르면 지난해 8월 현재 비정규직의 평균 임금은 132만원으로 정규직 노동자 평균 임금 272만원의 절반에도 미치지 못한다. 이는 2000년 정규직에 대한 비정규직의 임금 비율이 53.5%이던 것이 지난해 현재 48.5%로 떨어져, 비정규직법 시행 이후 정규직과 비정규직 간 임금 격차가 벌어진 것을 확인할 수 있는 자료다.

또한 비정규직법의 시행 의미를 퇴색시키는 가장 큰 이유는 악용되고 있는 파견근로제와 정규직을 가장한 상용직ㆍ무기계약직 등의 등장이다. 최근 공공기관을 중심으로 확대되고 있는 상용직과 무기계약직의 경우 같은 직무에서 사실상 처우상 차별이 발생하고 있지만 이에 대한 차별 시정을 요구할 수 없도록 한 '제도화된 비정규직'이라는 것이 노동계의 주장이다.

또 사실상 노동 현장에서 파견 근로와 하도급 형태의 노동 형태가 보편화돼 비정규직 대책과 통계 상의 허점을 만들어 내고 있다.

민주노총 대전지역본부 오임술 조직부장은 “비정규직법이 노동자에게 실질적인 도움이 되지 않고 생색내기식 정책이 될 것이란 우려가 현실화 되고 있다”며 “파견 근로와 하도급 문제 등을 해결하지 않고는 비정규직법 자체가 큰 의미가 없다”고 말했다.

이종섭 기자 nomad@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KINS 기밀 유출 있었나… 보안문서 수만 건 다운로드 정황에 수사 의뢰
  2. 수도권 뒤덮은 러브버그…충청권도 확산될까?
  3. [춘하추동]새로운 시작을 향해, 반전하는 생활 습관
  4. [대전다문화] 열대과일의 나라 태국에서 보내는 여름휴가 ? 두리안을 즐기기 전 알아야 할 주의사항
  5. 대전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대전시에 공청회 요구... 경쟁 입찰 조회수 부풀리기 의혹 제기도
  1. 3대 특검에 검사 줄줄이 파견 지역 민생사건 '적체'…대전·천안검찰 4명 공백
  2.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대전시에 공청회 요구
  3. [대전다문화] 세계 일회용 비닐봉투 없는 날
  4. 한국영상대 학생들, 웹툰·웹소설 마케팅 현장에 뛰어들다
  5. aT, 여름철 배추 수급 안정 위해 총력 대응

헤드라인 뉴스


대전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대전시에 공청회 요구... 경쟁 입찰 조회수 부풀리기 의혹 제기도

대전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대전시에 공청회 요구... 경쟁 입찰 조회수 부풀리기 의혹 제기도

대전 중앙로지하상가 비상대책위원회와 대전참여자치시민연대가 상가 정상 운영을 위한 대전시민 1000여 명의 서명을 받아 대전시에 공청회 개최를 요구하고 나섰다. 비대위는 경쟁 입찰 당시 상인 대부분이 삶의 터전을 잃을까 기존보다 많게는 300% 인상된 가격으로 낙찰을 받았는데, 높은 조회수를 통해 조바심을 낼 수밖에 없도록 조작한 게 아니냐는 의혹도 제기했다.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와 대전참여연대는 2일 대전시청 북문에서 '지속 가능한 중앙로 지하상가 운영을 위한 시민참여 공청회 청구 기자회견'을 열고 대전시에서 입찰을 강행한 결과 여..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반석역 3번출구, 버드내초인근 상권 등
요즘 뜨는 대전 역주행 핫플레이스…반석역 3번출구, 버드내초인근 상권 등

숨겨진 명곡이 재조명받는다. 1990년대 옷 스타일도 다시금 유행이 돌아오기도 한다. 이를 이른바 '역주행'이라 한다. 단순히 음악과 옷에 국한되지 않는다. 상권은 침체된 분위기를 되살려 재차 살아난다. 신규 분양이 되며 세대 수 상승에 인구가 늘기도 하고, 옛 정취와 향수가 소비자를 끌어모으기도 한다. 원도심과 신도시 경계를 가리지 않는다. 다시금 상권이 살아나는 기미를 보이는 역주행 상권이 지역에서 다시금 뜨고 있다. 여러 업종이 새롭게 생기고, 뒤섞여 소비자를 불러 모으며 재차 발전한다. 이미 유명한 상권은 자영업자에게 비싼..

"직원 대부분 반대·이직 동요"…해수부 이전 강행 무리수
"직원 대부분 반대·이직 동요"…해수부 이전 강행 무리수

"해수부 전체 직원의 86%, 20대 이하 직원 31명 중 30명이 반대하고, 이전 강행 시 48%가 다른 부처나 공공기관으로 이직을 고려하고 있습니다." 최민호 세종시장이 7월 2일부터 예고한 '해수부 이전 철회' 1인 시위에 돌입했다. 이날 어진동 정부세종청사 5동 해수부 정문 앞에서 '해양수산부의 부산 이전, 옳지 않은 것은 옳지 않은 것입니다'란 캐치프레이즈와 함께 거리로 나섰다. 해수부 이전 철회를 촉구하는 입장을 정부부처 공무원을 넘어 시민들과 함께 나누기 위한 발걸음이다. 그가 해수부 이전에 반대하는 입장은 '지역 이기..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 도심 열기 식히는 살수차 도심 열기 식히는 살수차

  •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대전시에 공청회 요구 중앙로지하상가 비대위, 대전시에 공청회 요구

  •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 ‘수영하며 야구본다’…한화 인피니티풀 첫 선