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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지식문화연구그룹 책임연구원 |
사실 전통의약과 식품의 역사를 소급하여 보면 오늘날 우리가 즐기고 상용하는 많은 수의 음식과 처방들이 오직 한반도에서 자생하거나 우리 민족만이 가지고 있는 고유종이 아니다. 배추나 무도 중국을 통해 대륙으로부터 전래되었다. 한약의 경우에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 고려말 항몽기를 거치면서 국경이 폐쇄되자 송과의 자유무역을 통해 쉽게 유통되던 마황, 계피와 같이 흔히 쓰는 약재를 구할 수 없게 되었으며, 심지어는 제대로 된 감초를 구하지 못해 처방을 바꿔야 할 정도로 심각했다.
이렇듯 우리의 가장 대표적인 전통문화로 인식하는 한약이나 김장에서조차도 개별 약재나 식재료로 따지면 순전히 이 땅에서 자생하기 보다는 머나먼 지역에서 도래한 것이 많다. 하지만 가까운 중국이나 일본도 우리와는 사뭇 다른 방식으로 의약과 음식을 해먹고 있다. 왜 이런 서로 다른 문화의 차이가 나타나는 것일까? 비슷한 식생을 보이는 지역 간에서조차 서로 다른 패턴의 문화양상을 찾아볼 수 있다. 여기에는 기후나 지리적 여건을 비롯한 환경요인이나 식습관이나 전통적인 관습 등 문화적 요소가 복합적으로 관여되었겠지만 그 무엇보다도 유념해야할 것은 문화의 융합현상이다. 외부에서 전래된 외적요소와 내적 경험과 전통을 아울러 다시 새로운 형태로 재탄생하는 것이다.
그러면 이같이 처음 마주하는 약재나 생소한 외래문화에 대한 이해와 접근은 어떻게 가능했던 것일까? 그 해답을 경주 괘릉과 성덕왕릉 앞을 지키고 있는 험상궂은 이민족 무신상에서 유추해볼 수 있다. 큰 체구에 곱슬머리, 턱수염만을 길러 강조한 얼굴에 칼이 아닌 몽둥이를 세워든 모습이 중국이나 한국인이 아닌 서역인상이 분명하다. 대부분의 역사가들은 이들이 용병으로 신라에 잔류하게 된 서역인으로 추정하고 있지만 월성의 달밤에 신라인들이 처용을 노래 불렀고 고려가요 '쌍화점'에 회회아비가 등장하는 것으로 보아 적지 않은 이주민이 이 땅에 뿌리내렸을 것으로 여겨진다. 우리에겐 적지 않은 세월동안 외지인과 소통하고 융화하여 살았던 경험이 내재되어 있고 오랜 기간 외부로부터 유입된 작물과 약초들을 이용하는 개방형 지식체계를 소유하고 있었던 것이다.
우리가 주장하는 세계화는 소위 글로벌 스탠더드에 맞춰가자는 것이 아니다. 민족의약의 고유성과 장점을 살리되 세계 어디서나 통용될 수 있는 보편적 가치를 확장해 나가자는 것이다. 미래학자들은 이러한 두 가지 가치가 공존할 수 있는 글로컬 시대를 예측하고 있다. 한의약은 바로 이런 시대에 가장 강점을 보일 수 있는 분야다.
최근 금세기 최대의 교역량을 보일 것이라는 한-중 자유무역협정이 체결되었다. 갑작스런 변화로 적응하기 어려운 면이 많겠지만 우리에겐 오랜 역사경험을 통해 체득한 자체 조절기능과 새로운 지식체계를 만들어 내는 융합능력을 보유하고 있다. 우리가 아는 한의약은 처음부터 그런 불변의 전통의약이 아니다. 달라진 환경에 끊임없이 적응하고 외부자극에 대응하여 변용함으로써 생명력을 키워왔던 최강의 전통과학이다. 그런 한의약이 이제 천년 세월 깊숙이 간직해 온 저력을 바탕으로 세계무대로의 진출을 꾀하고 있다. 세계화에 대비해서 지난 6년여의 기간 공을 들여 동의보감을 영문으로 완역하였다. 지구촌 세계인들은 동의보감을 통해 시공간을 초월하여 한국의 전통의약이 지니고 있는 보편적 가치와 우수성에 공감하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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안상우 한국한의학연구원 한의지식문화연구그룹 책임?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