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맛있는 책읽기]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 문화
  • 문화/출판

[맛있는 책읽기]갈매기에게 나는 법을 가르쳐준 고양이

서로 다른 존재 이해하기… 우리가 '공생'하는 법

  • 승인 2016-01-07 14:28
  • 신문게재 2016-01-08 12면
  • 전예원 구암도서관 사서전예원 구암도서관 사서
[사서들의 맛있는 책읽기]

▲ 전예원 구암도서관 사서
▲ 전예원 구암도서관 사서
고양이 소르바스와 갈매기 켕가의 만남으로부터 시작되는 이 책은 동물들이 목격한 인간에 의한 환경오염 실태를 적나라하게 고발하고 있다.

갈매기 켕가는 바다에서 물고기를 잡다가 오염된 기름덩어리에 빠져 혼자 남게 된다. 구사일생으로 마지막 비행을 하게 된 켕가는 함부르크 항구에 사는 고양이 소르바스를 만난다. 켕가는 죽기 전에 알을 낳으면서 소르바스에게 세 가지 약속을 부탁한다. 알을 먹지 않고, 알을 잘 돌봐서 부화할 수 있게 만들고, 새끼 갈매기가 태어나면 나는 법을 가르쳐 주겠다는 것이다.

갈매기에 대해 아는 것이라곤 있을 리 없는 소르바스는 난처하지만 세 명의 친구와 함께 항구에 사는 고양이들의 명예를 걸고 약속을 지키기 위해 노력한다. 이때부터 소르바스와 다른고양이들의 갈매기 키우기 대작전이 시작된다.

이 책은 저자 세뿔베다가 아이들에게 인간이 자연을 훼손함으로써 빚어지는 폐해에 대해 이야기해 주겠다는 약속에서 태어난 작품이다. 세뿔베다는 라틴 문화권을 대표하는 세계적인 환경작가로 자연과 환경파괴의 문제를 다루고 있다. 환경오염의 실태를 단순히 비판하는 관점을 넘어서 인간과 자연, 인간과 인간 사이의 관계회복이라는 주제의식을 유쾌하게 풀어낸다. 개성 넘치는 고양이들이 백과사전을 뒤적이면서 어설프지만 정성가득 새끼 갈매기를 키우는 모습이란….

인간의 환경오염 문제는 켕가가 죽게 되고 소르바스가 알을 키우는 사건의 발단이 되며 비판의 대상이 된다. 이 책에서는 고양이와 인간의 대화가 금기사항으로 나온다. 처음부터 고양이는 말을 할 줄 알았지만 인간들은 자신과 다른 존재를 인정하지 않기 때문에 금기사항이 된 것이다. 반면 고양이들은 의리있고 새끼 갈매기를 키우면서 다른 존재를 인정하고 사랑하는 법을 배운다.

그리고 새끼 갈매기에게 진정한 행운아라는 뜻을 가진 '아포르뚜나다'라는 이름을 지어주며 가족으로 인정해준다. 아포르뚜나다가 자신과고양이들이 다르다는 거을 깨닫고 힘들어할 때 소르바스는 따뜻하게 말한다. 네가 날 수 있을 때, 너는 진정한 행복을 느낄 수 있을 거야. 그리고 네가 우리에게 자기는 감정과 우리가 네게 가지는 애정이 더욱 깊고 아름다워질 거란다. 그것이 서로 다른 존재들끼리의 진정한 애정이라고….

이러한 애정은 서로 간 편견없이 바라보는 마음에서 나온다. 고양이들이 백과사전을 뒤져봐도 아포르뚜나다를 날게 해줄 수 있는 방법을 찾을 수 없게 되자 금기사항을 깨고 인간과 대화를 시도하는데 시인을 택한다. 작가는 사람들이 시인처럼 세상을 편견없이 바라보길 바라는게 아닐까?

순수하고 편견없이 바라볼 수 있다면 서로 간 본연의 모습을 지키면서 공생할 수 있으며 더 나아가 환경문제는 사라진다고 말이다.

비바람이 몰아치는 밤 성당의 종루에서 드디어 새끼 갈매기가 첫 비행을 시도한다. 두려움에 떨지만 소르바스의 따뜻한 격려에 힘입어 새끼갈매기가 드디어 날게 된다. 힘차게 나는 새끼 갈매기와 눈물을 흐르는 소르바스, 그리고 시인의 모습은 서로 다른 존재들끼리의 진정한 관계와 애정을 보여준다.

세상은 인간들만 사는 것이 아니다. 우주의 바다 한가운데 지구라는 작은 섬 하나에서 인간뿐만 아니라 동식물 등 주변에 살아있는 모든 것들이 서로 옹기종기 어울리며 살아간다. 그것을 항상 마음에 두고 서로 조금씩 이해해보자. 언젠가 고양이가 말을 걸어올지도 모르니까.

전예원 구암도서관 사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건양어린이집 원아들, 환우를 위한 힐링음악회
  3. 세종시체육회 '1처 2부 5팀' 조직개편...2026년 혁신 예고
  4. 코레일, 북극항로 개척... 물류망 구축 나서
  5. 대전 신탄진농협,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행사 진행
  1.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2. [교단만필] 잊지 못할 작은 천사들의 하모니
  3. 충남 김, 글로벌 경쟁력 높인다
  4. 세종시 체육인의 밤, 2026년 작지만 강한 도약 나선다
  5. [아이 키우기 좋은 충남] “경력을 포기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우수기업이 보여준 변화

헤드라인 뉴스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완공 시기가 2030년에도 빠듯한 일정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임 기간인 같은 해 6월까지도 쉽지 않아 사실상 '청와대→세종 집무실' 시대 전환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세종 집무실의 조속한 완공부터 '행정수도 완성' 공약을 했고, 이를 국정의 핵심 과제로도 채택한 바 있다. 이 같은 건립 현주소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가진 2026년 행복청의 업무계획 보고회 과정에서 확인됐다. 강주엽 행복청장이 이날 내놓은 업무보고안..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지역구 18명+비례 2명'인 세종특별자치시 의원정수는 적정한가.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19+3' 안으로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구수 증가와 행정수도 위상을 갖춰가고 있으나 의원정수는 2022년 지방선거 기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16+2'로 적용했다. 이는 세종시특별법 제19조에 적용돼 있고, 정수 확대는 법안 개정을 통해 가능하다. 12일 세종시의회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명분은 의원 1인당 인구수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인구수는 2018년 29만 4309명, 2022년..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