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여행] 철길과 노래 따라 무작정 떠난 춘천… 길이 마음 한쪽 내어 주었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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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여행] 철길과 노래 따라 무작정 떠난 춘천… 길이 마음 한쪽 내어 주었네

낭만을 태웠던 춘천가는 기차는 레일바이크로 추억을 실어나르고, 소설 '봄봄' 배경이 된 실레마을엔 김유정의 소박한 삶 묻어나

  • 승인 2016-01-14 13:17
  • 신문게재 2016-01-15 9면
  • 박희준 기자박희준 기자
[주말여행] 레일바이크·쁘띠프랑스·제이드가든

눈 쌓인 들판을 걷듯, 너는 최초의 발자국을 남기며 걸어간다. 불 곁으로 다가드는 날벌레처럼, 너는 언제나 싸움의 곁에 있을 것이다. 투명한 눈으로 세계에서, 세계의 모습을 보여주며. -이성복 아포리즘 「네 고통은 나뭇잎 하나 푸르게 하지 못한다」 중에서

새해 첫 날 울리는 제야의 종소리. 수많은 생각과 다짐이 교차되는 시간이다. '그동안 나는 무얼 했나' 하는 죄책감과 동시에 어두운 터널을 마주한 기분. 20대의 끝자락에서 더 열심히 살지 못한 날들을 꾸짖으며 뭉친 어깨를 북돋아줄 필요가 있었다. 새해에도 어김없이 훌쩍 떠나는 습관은 못 고칠 것 같다. 연고도 없이 무작정 떠난 곳은 춘천. 낯선 곳에서 길을 헤매다보면 지금가고 있는 이 길이 맞는 길인지 확실하지 않지만 무작정 나아가야 할 때가 있다. 춘천에서 만난 자연은 그 해답을 일러주었다.

▲힘차게 밟은 페달=1980년대 말 김현철이 부른 노래 '춘천 가는 기차'는 단순히 사람을 실어 나르는 기차를 노래한 것이 아니다. MT를 떠난 젊은이들에게는 추억과 낭만을, 어르신들에게는 고단한 삶을 내맡기며 기대 쉬었던 열차. 경춘선은 1939년 개통한 수도권과 강원도를 잇는 철도였지만 2012년 레일바이크로 탈바꿈하여 또 다른 출발선에 선 곳이다.

'밖이 이렇게 추운데 무슨 자전거를 타느냐' 하지만 철길이 내어준 길대로 무작정 따라가다 보면 생각이 달라진다. 얼어붙은 듯 하지만 생동하는 북한강부터 철길 중간 중간 지나가는 이벤트 터널까지. 사진기 셔터를 누르는 곳마다 선명한 수채화를 보는 듯하다. 또 하나의 묘미는 바퀴에서 나는 무궁화호 열차 칸 사이 특유의 덜컹거리는 쇳소리도 들을 수 있다. 길은 정해진 대로 가야하지만 옛길 그대로 보존된 자연을 눈에 담는 일은 자유다. 부지런히 사진을 찍으며 페달을 밟다보면 일정한 간격으로 뻗은 레일은 또 다른 풍경을 낳고 사람들이 지나간 자리마다 추억이 짙게 깔리고 있었다.

▲힘들면 쉬어가도 괜찮아=김유정역에서 레일바이크를 탔다면 김유정의 단편소설 「봄봄」과 「동백꽃」의 배경이 된 실레마을. 김유정문학촌을 꼭 들려보자. 그의 후손들의 고증으로 생가와 가장 유사한 모습으로 문학촌을 꾸몄는데, 소박했던 그의 삶의 아늑한 초가지붕에서 느껴진다.

또 춘천여행을 간다면 꼭 들려야 할 곳으로 쁘띠프랑스와 제이드가든을 꼽는다. 하지만 잠시 눈요기로 들렀다 가는 곳이라고 생각하면 큰 오산이다. 두 군데 모두 유럽풍 컨셉를 모티브로 하고 있지만 각자의 매력이 있다. 쁘띠프랑스는 유럽풍 마을에서 어린왕자와 함께 동심에 세계에 빠질 수 있다면 제이드가든은 유럽풍 정원을 거닐며 맑은 공기를 마시며 힐링할 수 있다. 두 여행지의 거리는 자동차로 40분 내외다. 레일바이크를 타기 전에 잠시 들러도 좋지만, 쁘띠프랑스에서 열리는 인형극과 제이드가든에서 지저귀는 새소리만 들어도 하루가 모자랄 정도다.

▲자연이 내어준 어깨=춘천에서 하루 묵을 생각이라면 대표 명소인 소양강댐이나 공지천에 가도 좋겠다. 또 공지천에서 멀지 않은 곳에 있는 소양대교에 높이 7m, 무게 14t에 달하는 10돌을 맞은 소양강처녀상을 만나 볼 수 있다. 해지는 북한강, 작사가 반야월의 사연이 얽혀있는 동상이 누군가를 기다리는 듯 쓸쓸해 보였다. 나루에 서서 새해에 이뤄야 할 목표들을 내려놓고 잠시 감상에 젖었다. 열심히 달려온 나에게 춘천의 자연은 안방을 서슴없이 내어 준 산장주인 같았다. 소멸하듯 붉게 타오르는 석양. 스피커에서 흘러나오는 구슬픈 '소양강 처녀'의 노랫말이 얼어붙은 북한강을 녹일 듯 애달팠다.


▲가는길=대전에서 승용차를 탄다면 경부선과 중부선을 지나 경춘로를 타고 가거나, 중부선을 타고 가다 제2중부선으로 갈아타고 경춘선을 타도 된다. 약 3시간정도 걸린다. 내비게이션을 이용한다면 '김유정역' 혹은 '강원도 춘천시 신동면 증리 323-2'를 검색하면 된다. 기차로는 한 번에 가는 열차는 없으며 대전에서 춘천으로 가는 시외버스를 타고 가서 지하철 남춘천역-김유정역으로 1정거장만 가면 된다. 걸어서 10분정도 걸리고 택시는 기본요금이다.

▲먹거리=춘천에 갔는데 닭갈비와 막국수를 안 먹고 왔다고 하는 게 신기할 정도로 돌아보면 닭갈비 막국수 집이 즐비하다. 온의·명동 등 닭갈비골목에 가면 닭갈비 1인분에 평균 1만1000원에 맛볼 수 있다. 타 도시에서도 맛볼 수 있지만 춘천에서 먹으면 더 맛있는 건 왜일까?

▲여행Tip=김유정역에서 출발해 강촌역까지 총 1시간 20분이 소요되는 레일바이크는 오전 9시 첫차를 시작으로 오후 5시까지 한 시간 간격으로 출발한다. 약 30분 정도는 '낭만열차'라는 기차로 갈아타긴 하지만 다리가 아플 수 있으니 춘천에 도착하자마자 탑승해 하루 종일 다리에 알이 배겨 고생하는 일이 없기를. 대전에서 춘천으로 여행을 간다면 쁘띠프랑스, 제이드가든, 춘천레일바이크 순으로 여행하는 것이 이동시간 대비 효율적으로 움직일 수 있다.


글·사진=박희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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