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살인 여파, 조현병 편견에 환자도 센터도 좌절감

  • 사회/교육
  • 사건/사고

묻지마 살인 여파, 조현병 편견에 환자도 센터도 좌절감

  • 승인 2016-05-24 18:11
  • 신문게재 2016-05-24 9면
  • 김민영 기자김민영 기자
정신보건 사회복귀시설, 현장 가보니

#1=정모씨(39)는 어려운 집안 형편으로 어려움을 겪어 왔다. 집안의 장남으로 돈을 많이 벌어 집안을 일으켜 보고 싶었던 정씨는 사업에 뛰어 들었다. 하지만 녹록치 않았다. 어려운 형편에 사업까지 무너지고 나니 정씨는 정신과 마음도 무너지기 시작했다. 환청과 망각증상이 생겼다. 병명은 ‘조현병’이었다.

정씨는 지난 2008년 3월부터 정신병원에 입원하고 약물치료를 받았다. 착실하게 치료를 받고 각종 재활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사회 복귀를 꿈꿨지만 조현병 환자라는 주홍글씨는 쉽게 그를 사회에 복귀시켜주지 않았다.

하지만 집안을 일으켜야 겠다는 의지로 병을 관리하면서 컴퓨터 자격증 취득에 도전했다. 기초교육부터 배우며 정씨는 엑셀자격증과 포토샵 등 각종 컴퓨터 관련 자격증을 취득했다.

정씨는 현재 대전 중구의 한 주민센터에서 사무보조로 일하며 건강한 사회 구성원으로 살아가고 있다.

그는 “조현병에 대한 편견이 심한것 같다. 약을 먹고 치료를 잘 받으면 대인관계도 사회생활도 문제없이 잘 해낼 수 있다. 따뜻한 시각이 필요하다”고 말했다.

#2= 김혜련 정신보건전문 간호사의 눈에 눈물이 글썽거렸다. 최근 조현병 환자의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 이후 주간재활센터에 참여하는 회원들의 질문이 가슴 아팠기 때문이다.

“회원들이 교육시간에 질문을 합니다. 조현병 환자가 흉악범이라고 하는데 정말 나도 그럴수 있느냐고, 정말 약을 먹고 관리하면 괜찮아지는 것이냐고 물을 때면 가슴이 아픕니다”

조현병을 앓았거나 치료중인 환자들에게 조현병 환자 전체가 마치 흉악범인 것으로 몰아가는 표현은 좌절을 줄 수 밖에 없다. 김 간호사는 “조현병 환자들은 정신을 붙잡기 위한 자기 자신과의 치열한 싸움을 벌이고 있는데 사회적 편견은 오랜시간 병을 치료하기 위해 노력해 온 환자들에게 엄청난 좌절을 준다”고 말했다.

▲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 피의자 김모씨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 주점 화장실에서 범행 장면을 재연하고 나서 밖으로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 강남역 '묻지마 살인' 사건 피의자 김모씨가 지난 24일 오전 서울 강남역 인근 주점 화장실에서 범행 장면을 재연하고 나서 밖으로 나서고 있다./연합뉴스

최근 강남역 묻지마 살인사건을 일으킨 범인이 조현병 환자라는 사실이 알려지면서 편견에 따른 환자들의 좌절감이 크다.

24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지역에는 4개의 정신요양 시설이 있으며 668명이 입소해 있고 재활시설과 공동생활시설 등 사회복귀시설 27곳에 405명 등 1000여명의 조현병 환자들이 있다. 이들 관리를 위해 각 구청마다 정신건강 증진센터와 대전시 건강증진센터, 정신의료기관, 사회복지법인 등이 관리를 하고 있다.

이들 정신 요양시설과 재활시설을 이용하는 환자들은 대부분 조현병이나 우울증 등 정신질환 관련 병력을 갖고 있다. 지자체는 이들 환자들을 지속적으로 상담하고 약물 복용 등을 관리하며 사회복귀를 위한 지원을 기울이고 있다.

대전 중구의 정신보건 주간재활시설인‘버팀목’은 정신질환 환자들의 재활을 위해 찾는 주간 재활시설이다. 35명의 정신질환을 앓고 있거나 앓았던 이들이 각종 프로그램에 참여하며 사회복귀를 준비하고 있다. 이들 가운데 12명은 행정도우미를 비롯한 제빵사 등으로 취직해 활동을 벌이고 있다.

조현병 진단을 받고 원하면 재활시설과 각종 센터 등을 통해 지속적인 관리가 가능하다. 각 센터와 보호기관들은 전문간호사와 사회복지사를 통해 지속적인 상담과 프로그램 참여 독려, 치료 관리 등을 하고 있다.

하지만 조현병 환자의 묻지마 살인 발생이후 시민들의 시각이 곱지 않다.

실제 대전시를 비롯한 지자체에는 시민들의 전화가 걸려와 “조현병 환자들이 길거리를 활보하게 둘 것이냐”는 등의 황당한 항의전화가 이어지고 있다.

상황이 이렇자 노만희 대한정신건강의학과의사회 회장은 “조현병은 공격성과 폭력성이 높은 사이코패스나 소시오패스와는 다르다”고 밝혔다. 그는 “정신질환자가 살인을 저질렀다는 사실 때문에 모든 정신질환자가 위험하고, 특히 그 중에서 조현병 환자들은 살인의 잠재적 가능성을 갖고 있는 환자들로 인식될까 봐 우려스럽다”고 목소리를 높였다. 김민영 기자 minyeong@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날씨]대전·충남 1~5㎝ 적설 예상…계룡에 대설주의보
  2. 건양어린이집 원아들, 환우를 위한 힐링음악회
  3. 세종시체육회 '1처 2부 5팀' 조직개편...2026년 혁신 예고
  4. 코레일, 북극항로 개척... 물류망 구축 나서
  5. 대전 신탄진농협, 사랑의 김장김치 나눔행사 진행
  1.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2. [교단만필] 잊지 못할 작은 천사들의 하모니
  3. 충남 김, 글로벌 경쟁력 높인다
  4. 세종시 체육인의 밤, 2026년 작지만 강한 도약 나선다
  5. [아이 키우기 좋은 충남] “경력을 포기하지 않아도 괜찮았다”… 우수기업이 보여준 변화

헤드라인 뉴스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이 대통령 임기 내 쓸 수 있나

대통령 세종 집무실 완공 시기가 2030년에도 빠듯한 일정에 놓인 것으로 확인됐다. 이재명 대통령의 재임 기간인 같은 해 6월까지도 쉽지 않아 사실상 '청와대→세종 집무실' 시대 전환이 어려울 것이란 우려를 낳고 있다. 이 대통령은 임기 내 대통령 세종 집무실의 조속한 완공부터 '행정수도 완성' 공약을 했고, 이를 국정의 핵심 과제로도 채택한 바 있다. 이 같은 건립 현주소는 이재명 대통령이 지난 12일 어진동 정부세종컨벤션센터에서 가진 2026년 행복청의 업무계획 보고회 과정에서 확인됐다. 강주엽 행복청장이 이날 내놓은 업무보고안..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세종시의원 2명 확대...본격 논의 단계 오르나

'지역구 18명+비례 2명'인 세종특별자치시 의원정수는 적정한가. 2026년 6월 지방선거를 앞두고 '19+3' 안으로 확대 필요성이 제기되고 있다. 인구수 증가와 행정수도 위상을 갖춰가고 있으나 의원정수는 2022년 지방선거 기준을 유지하고 있어서다. 2018년 지방선거 당시에는 '16+2'로 적용했다. 이는 세종시특별법 제19조에 적용돼 있고, 정수 확대는 법안 개정을 통해 가능하다. 12일 세종시의회를 통해 받은 자료를 보면, 명분은 의원 1인당 인구수 등에서 찾을 수 있다. 인구수는 2018년 29만 4309명, 2022년..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푸르게'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수상 4개 기관 '한뜻'

금강을 맑고 푸르게 지키는 일에 앞장선 시민과 단체, 기관을 찾아 시상하는 제22회 금강환경대상에서 환경과 시민안전을 새롭게 접목한 지자체부터 저온 플라즈마를 활용한 대청호 녹조 제거 신기술을 선보인 공공기관이 수상 기관에 이름을 올렸다. 기후에너지환경부 금강유역환경청과 중도일보가 공동주최한 '제22회 금강환경대상' 시상식이 11일 오후 2시 중도일보 4층 대회의실에서 개최했다. 이날 행사에는 유영돈 중도일보 사장과 신동인 금강유역환경청 유역관리국장, 정용래 유성구청장, 이명렬 천안시 농업환경국장 등 수상 기관 임직원이 참석한 가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병원도 크리스마스 분위기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