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묻지마 살인' 공포에 등산객들 "산에 가기 겁나요"

  • 사회/교육
  • 사건/사고

'묻지마 살인' 공포에 등산객들 "산에 가기 겁나요"

등산객 대상 잇단 범행, 지역에서도 불안감 커져…CCTV 확대 등 대책 필요

  • 승인 2016-05-31 18:11
  • 신문게재 2016-05-31 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당연히 무섭죠. 산에서 사람이 죽었다는데...”

31일 대전 계족산 용화사 방면 등산로 ‘덕을 품은 길’. 이곳에서 만난 등산 경력 15년의 한 중년 여성은 불안감을 감추지 못했다.

이 등산객은 지난해 10월 창원 무학산 등산객 살인사건과 지난 29일 서울 수락산에서 60대 여성이 한 남성의 흉기에 찔려 숨진 일을 자세히 알고 있었다.

“우리 지역은 아니지만 어쨌든 산에서 사람이 죽었잖아요. 괜히 무섭고 신경이 쓰여서인지 예전만큼 산 오르는 게 즐겁지 않아요. 혼자 매일 오르던 계족산도 일주일에 2번 정도 사람들과 같이 가요.”

그는 “조심히 잘 다녀오시라”는 기자의 말을 뒤로 한 채 발걸음을 옮겼다.

최근 전국 곳곳의 등산로에서 살인사건이 발생해 등산객들이 불안에 떨고 있다. 대부분 등산로가 인적이 드물고 CCTV 같은 방범시설이 부족한 만큼 “대책이 필요하다”는 목소리가 높아지고 있다.

지난해와 올해 등산로에서 발생한 강력사건은 모두 4건. 서울 수락산과 창원 무학산에서 50대, 60대 여성이 살해됐고 광주 어등산에선 40대 남성이 휘두른 흉기에 60대 남성이 목숨을 잃었다. 서울 도봉산에선 40대 남성이 등산용 도구를 휘둘러 60대 남성에게 중상을 입히기도 했다.

사건이 발생한 이들 산은 도심과 가깝고 산세가 험하지 않다는 공통점이 있다. 이때문에 지역 등산객들 사이에선 “우리 동네도 예외일 수는 없다”는 불안감이 퍼지고 있다.

기자는 이날 계족산과 구봉산, 오봉산을 찾았다. 모두 높지 않고 능선이 완만하게 연결돼 시민들은 물론, 등산객들이 자주 오르내리는 산들이다. “산행이 불안하지 않느냐”는 기자의 질문에 등산객 대다수가 “솔직히 불안하다”고 답했다.

각 산의 등산로 초입에서 둘러보니 2~3명씩 짝지어 산행하는 등산객이 많았다. 수락산 살인사건 이후 불안한 마음에 혼자 산에 오르는 등산객이 확 줄었기 때문이다.

계족산 비래사 등산로에서 만난 A(49·여)씨는 “바람도 쐬고 건강도 챙길 겸 계족산 등산을 자주하는데 살인사건 소식을 접하고 무서워서 혼자는 가지 않는다”며 “오늘도 같은 아파트 사는 사람들을 모아서 같이 왔다”고 말했다.

오봉산 송강동 등산로에서 만난 B(38·여)씨는 “혼자 다니는 게 무섭긴 하지만 그렇다고 매일 오르던 산을 찾지 않을 수도 없지 않느냐”며 “요즘엔 일부러 사람들이 많이 다니는 등산로나 큰길로 다니고 있다”고 설명했다.

등산객들이 불안에 떨고 있지만 대전에는 보문산(13대)과 식장산(6대)에만 CCTV가 설치돼 있다. 또한 도움을 요청할 수 있는 확성기나 호루라기가 비치된 곳도 없는 상황이다.

전문가들은 방범시설의 확충과 산행수칙 준수가 필요하다고 입을 모은다.

경찰 관계자는 “산마다 주요 지점에 CCTV를 설치한다면 범행을 시도하려는 의욕을 줄일 수 있고, 사건이 일어날 경우 피해자를 추적·파악하는데 도움이 될 것”이라며 “등산객은 너무 늦거나 이른 시간에는 산에 오르지 말고 혼자보다는 함께 등산하는 게 좋다. 호루라기 같은 호신장비도 챙겨야 한다”고 당부했다. 송익준 기자 igjunbab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허태정-이장우 도시철도 서로 다른 청사진 표심 '촉각'
  2. 출마제한·내란잔당·낙하산… 충남 국회의원 보궐선거 혼전
  3. 대전 죽동중 신설 요구 잇달아… 교육감 후보들 "학교 설립 긍정"
  4. [신간] "고독사는 과연 비극일까"…'슈카쓰' 담은 소설 '행복한 고독사' 출간
  5. 청주 산모 비극, 대전이라면 달랐을까… 응급실 이송사업 전국확대 관심↑
  1. '이장우 vs 허태정' 리턴매치… 대전시장 주도권 다툼 본격화
  2. 파랑·핑크·초록… 대전교육감 '색(色) 마케팅'
  3. 힘 합쳐도 버거운데…野 '정진석 공천여부' 뇌관 부상
  4. 'AI가 돈사 운영' ETRI 제주서 AX 스마트팜 구축… '탄소중립' 축산 실증
  5. [부고] 김귀남 대전 서구청 언론홍보팀장 시모상

헤드라인 뉴스


이제 국회의 시간… 시민사회 "행정수도법 조속 처리하라"

이제 국회의 시간… 시민사회 "행정수도법 조속 처리하라"

행정수도특별법 공청회를 하루 앞두고, 세종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국회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20년간 이어온 연구와 검토라는 변명의 시간을 종식하고, 행정수도특별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치권의 특별법 당론 채택을 강하게 요구했다. 42개 세종·전국 시민사회단체(이하 시민단체)는 6일 오전 세종시청 브리핑실에서 '행정수도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조속한 입법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지방분권 전국회의 11개 지역단체와 한..

`7천피도 넘겼다` 새 역사 쓴 코스피… 코스닥, 지역 상장사는 소외
'7천피도 넘겼다' 새 역사 쓴 코스피… 코스닥, 지역 상장사는 소외

코스피 지수가 6일 반도체 대형주의 급등세에 힘입어 장중 사상 첫 7000선을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썼다. 그러나 이번 급등세가 소수 종목 및 분야에 편중돼 있다는 점과 코스닥과 지역 상장기업의 동반 상승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447.57포인트(6.45%) 오른 7384.56으로 거래를 마쳤다. 올해 2월 25일 처음으로 6000포인트를 돌파한 뒤 약 두 달 만의 대기록이다. 장 초반에는 코스피200선물지수의 급등세로 인해 올해 7번째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

[민선9기, 문화 숙원 풀릴까] 시립극단은 30년째, 박용래 생가는 주차장…
[민선9기, 문화 숙원 풀릴까] 시립극단은 30년째, 박용래 생가는 주차장…

문화는 특정 도시 경쟁력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각 후보들이 문화, 예술 공약을 내놓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8년 간 대전시 문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결이 다르다. 민선 7기엔 코로나 19 위기 속 예술인 지원과 운영 중심 정책이 두드러졌다. 반면 민선 8기에는 문화시설 확충과 대형 사업을 앞세운 외형적 확장이 눈에 띈다. 중도일보는 이에 따라 지난 8년간 대전시의 문화정책을 되짚어 미래를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앞으로 민선9기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문화정책이 어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유성온천 문화축제 준비 ‘이상무’ 유성온천 문화축제 준비 ‘이상무’

  • ‘공정선거 함께해요’ ‘공정선거 함께해요’

  • 시민 눈높이 설치 불법 현수막 ‘위험천만’ 시민 눈높이 설치 불법 현수막 ‘위험천만’

  • ‘과학과 나무랑 놀자’…유성 어린이 한마당 행사 성료 ‘과학과 나무랑 놀자’…유성 어린이 한마당 행사 성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