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인들의 사랑방…“고 정훈 시인 자택 보존해달라”

  • 문화
  • 문화 일반

시인들의 사랑방…“고 정훈 시인 자택 보존해달라”

  • 승인 2016-06-20 18:26
  • 신문게재 2016-06-20 8면
  • 임효인 기자임효인 기자
인근 요양병원이 최근 매입
지역문단 “근대 문학 산실로 보존해야 해”

▲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고 정훈 시인의 자택 측면.
▲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고 정훈 시인의 자택 측면.

고 정훈 시인의 생전 자택이 최근 지역 요양병원에 의해 매각된 사실이 알려지면서 지역 근대문학의 산실로 이를 보존해야 한다는 목소리가 나오고 있다.

20일 오전 찾아간 대전 중구 대흥동 50-7번지 혜남한약방은 세월의 흔적을 고스란히 드러냈다. 인근에 지어진 신축 모텔 건물 사이 자리한 허름한 한약방 뒤로 안채가 보였다. 근대 일본식 건축 양식으로 지어진 안채는 사람의 손길이 오랫동안 닿지 않은 모습을 하고 있었다.

이곳은 고 정훈(1911-1992) 시인이 살던 자택으로 지역 문인들의 사랑방이자 공부방이었다. 정훈 시인이 타계한 후 장남 고 정심 시인이 머물며 한약방과 함께 문학 활동을 이어갔지만 20여년 전 작고한 뒤부턴 차남 정병선(66)씨가 돌보고 있다.

차남 병선 씨에 따르면 과거 이곳에선 박용래 시인을 비롯한 지역의 젊은 시인들이 머무는 곳이었다. 정 씨는 “자유분방하셨던 아버지가 자주 문인들과 어울려 술잔을 기울이고 토론을 했던 기억이 난다”고 회상했다. 시인은 생전 이곳에서 박용래, 이재복, 성석홍 시인 등과 함께 문예지 ‘향토’, ‘동백’을 만들었다.

이후 2013년께 차남 병선 씨가 이곳을 매각할 의사를 밝혔고 최근 인근 요양병원에서 매입하겠다는 뜻을 전했다. 계약 후 계약금까지 건네받은 시점에서 이 같은 사실이 알려졌고 지역 문단에서는 두고볼 수만은 없다고 두 팔을 걷고 나섰다.

권득용 한국문인협회 대전지회장은 이날 오전 대전시 도시재생본부와 중구청을 방문해 고 정훈 시인의 자택을 문학 투어의 요지로 만들어야 한다는 의사를 전달했다.

권 회장은 “오류동에 있는 박용래 시인 자택 부지가 주차장으로 이용되고 있는 것도 안타까운 일인데 정훈 시인의 집마저 그냥 멸실되게 둘 순 없다”며 “충청시단의 선구자인 정훈 시인의 집은 개인의 자택 그 이상의 의미를 갖는다”고 말했다. 이어 “시ㆍ구청과 대전문화재단이 나서서 문화적 가치를 이어나가야 할 것”이라고 강조했다.

박헌오 전 대전문학관장은 “문인의 유적과 전형적인 근대문화유산이라는 점에서 정훈 선생의 자택이 의미가 있다고 본다”며 “화려하진 않지만 깊은 뜻이 있는 문화유산을 잘 보존하고 단계적으로 대책을 세워야 한다”고 밝혔다. 임효인 기자 hyoyo@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허태정-이장우 도시철도 서로 다른 청사진 표심 '촉각'
  2. 출마제한·내란잔당·낙하산… 충남 국회의원 보궐선거 혼전
  3. 대전 죽동중 신설 요구 잇달아… 교육감 후보들 "학교 설립 긍정"
  4. [신간] "고독사는 과연 비극일까"…'슈카쓰' 담은 소설 '행복한 고독사' 출간
  5. 청주 산모 비극, 대전이라면 달랐을까… 응급실 이송사업 전국확대 관심↑
  1. '이장우 vs 허태정' 리턴매치… 대전시장 주도권 다툼 본격화
  2. 파랑·핑크·초록… 대전교육감 '색(色) 마케팅'
  3. 힘 합쳐도 버거운데…野 '정진석 공천여부' 뇌관 부상
  4. 'AI가 돈사 운영' ETRI 제주서 AX 스마트팜 구축… '탄소중립' 축산 실증
  5. [부고] 김귀남 대전 서구청 언론홍보팀장 시모상

헤드라인 뉴스


이제 국회의 시간… 시민사회 "행정수도법 조속 처리하라"

이제 국회의 시간… 시민사회 "행정수도법 조속 처리하라"

행정수도특별법 공청회를 하루 앞두고, 세종지역 시민사회단체 등이 국회의 책임 있는 '결단'을 촉구하고 나섰다. 20년간 이어온 연구와 검토라는 변명의 시간을 종식하고, 행정수도특별법을 조속히 처리해야 한다는 주장이다. 특히 수도 이전에 대한 국민 공감대를 바탕으로, 정치권의 특별법 당론 채택을 강하게 요구했다. 42개 세종·전국 시민사회단체(이하 시민단체)는 6일 오전 세종시청 브리핑실에서 '행정수도 특별법 제정 촉구 기자회견'을 열고, 국회의 조속한 입법을 한목소리로 요구했다. 이날 회견에는 지방분권 전국회의 11개 지역단체와 한..

`7천피도 넘겼다` 새 역사 쓴 코스피… 코스닥, 지역 상장사는 소외
'7천피도 넘겼다' 새 역사 쓴 코스피… 코스닥, 지역 상장사는 소외

코스피 지수가 6일 반도체 대형주의 급등세에 힘입어 장중 사상 첫 7000선을 돌파하며 새 역사를 썼다. 그러나 이번 급등세가 소수 종목 및 분야에 편중돼 있다는 점과 코스닥과 지역 상장기업의 동반 상승을 이끌지 못하고 있다는 점은 과제로 남는다. 6일 한국거래소에 따르면 코스피는 이날 전 거래일 대비 447.57포인트(6.45%) 오른 7384.56으로 거래를 마쳤다. 올해 2월 25일 처음으로 6000포인트를 돌파한 뒤 약 두 달 만의 대기록이다. 장 초반에는 코스피200선물지수의 급등세로 인해 올해 7번째 매수 사이드카가 발동..

[민선9기, 문화 숙원 풀릴까] 시립극단은 30년째, 박용래 생가는 주차장…
[민선9기, 문화 숙원 풀릴까] 시립극단은 30년째, 박용래 생가는 주차장…

문화는 특정 도시 경쟁력을 가늠하는 주요 지표 중 하나다. 6.3 지방선거를 앞두고 여야 각 후보들이 문화, 예술 공약을 내놓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지난 8년 간 대전시 문화정책에 대한 평가는 결이 다르다. 민선 7기엔 코로나 19 위기 속 예술인 지원과 운영 중심 정책이 두드러졌다. 반면 민선 8기에는 문화시설 확충과 대형 사업을 앞세운 외형적 확장이 눈에 띈다. 중도일보는 이에 따라 지난 8년간 대전시의 문화정책을 되짚어 미래를 위한 제언을 하고자 한다. 앞으로 민선9기가 어떤 선택을 해야 하는지 그리고 문화정책이 어떤..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유성온천 문화축제 준비 ‘이상무’ 유성온천 문화축제 준비 ‘이상무’

  • ‘공정선거 함께해요’ ‘공정선거 함께해요’

  • 시민 눈높이 설치 불법 현수막 ‘위험천만’ 시민 눈높이 설치 불법 현수막 ‘위험천만’

  • ‘과학과 나무랑 놀자’…유성 어린이 한마당 행사 성료 ‘과학과 나무랑 놀자’…유성 어린이 한마당 행사 성료