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초대석]나선화 "'해상국가 거점' 복원, 새로운 백제史 기대하세요"

[초대석]나선화 "'해상국가 거점' 복원, 새로운 백제史 기대하세요"

백제는 한국 바다경영 역사의 기반, 26개 문화재 중심 인프라 구축 문화재 속 깃든 정신 배우고 후대에 계승하는 것 중요

  • 승인 2016-10-11 12:03
  • 신문게재 2016-10-12 11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중도초대석] 나선화 문화재청장

충청은 한때 전세계와 교역하던 '백제'의 땅이었다. 고구려와 신라보다 화려했고 강성했으나 남아있는 역사는 미약하다. 백제왕국은 사라졌지만 금동대향로, 공산성, 미륵사지 석탑 등 백제의 정신을 품은 문화재들은 우리 곁에 남아있다. 정부대전청사에서 만난 나선화 문화재청장(67·사진)은 “후대에 계승돼야 하는 것은 역사적 정신”이라고 강조했다.

이화여대 사학과를 졸업하고 지난 2013년 12월 제8대 문화재청장으로 임명된 나 청장은 문헌이 아닌 유물중심의 현장성을 강조했다. 남한 최초 벽화고분인 경남 순흥 고분, 팔당댐 지석묘 세형동검, 경남 광주 번천리 조선왕실 백자 가마터 등 국내 고고학 최초의 순간에는 모두 나 청장이 있었다.

스승을 따라 발굴 유적지란 유적지는 때와 장소를 가리지 않고 찾았고, 웬만한 역사책은 섭렵했다고 자부하는 '발굴 역사 마니아'다.

나 청장은 2013년 문화재청장으로 대전과 인연을 맺었고 이화여대 사학과 출신으로는 첫 공무직 수장이 됐다. 당시 숭례문 부실복구 사태로 문화재청이 논란의 중심에 있던 시기였지만 “문화재를 수리 복원하는 제도나 철학이 잘못됐다면 바로 잡겠다”는 포부를 밝혔다.

백제 땅에 살고 있는 충청인에게 '잊혀진 백제'의 혼과 숨소리를 다시금 깨워줄 나 청장을 만났다.

#백제의 땅에 살지만 우리는 백제를 모른다

지난해 백제역사유적지구가 세계유산으로 등재됐다. 문화재청과 충남(공주 부여), 전북(익산)이 통합 등재를 결정하고 추진한 대한민국의 쾌거였다.

최근에는 부여 능산리 고분군에서 왕릉급 고분2기가 발견되며 미약했던 백제의 역사가 재조명 받고 있다. 문화재청은 공주, 부여, 익산 지역 26개 문화재를 중심으로 정비와 복원, 문화관광 인프라 구축사업을 실시하고 있다.

백제문화제가 매년 개최되고는 있지만 한 줄의 기록조차 없는 백제를 어떻게 기억하고 받아 들여야 하는 것일까.

나 청장은 이렇게 답했다.

▲국내 고고학의 중요한 순간에는 나 청장이 있었다. 경북 성주 노석동 마애불상군.
▲국내 고고학의 중요한 순간에는 나 청장이 있었다. 경북 성주 노석동 마애불상군.
▲광주 우산리9호 조선백자 도요지.
▲광주 우산리9호 조선백자 도요지.
▲광주 분원리 조선백자도요지.
▲광주 분원리 조선백자도요지.
“고구려가 육로를 통해 동양 끝에서 서양으로 가는 교역의 거점을 만들었다면, 제가 생각하는 백제는 황해의 해상거점을 통해 중앙아시아까지 연결했던 해상국가였어요. 임진왜란, 병자호란 조선으로 넘어오면서 해상교역이 단절되면서 한반도가 교역이 없었던 작은나라로 인식됐지만 이미 백제시절부터 바다를 건너는 해상거점을 활용한 교역 국가였어요.”

그러면서 “우리 국민은 역사서에서 동남아시아를 지나 인도양과 지중해로 가는 바다경영의 역사를 배우지 못했죠. 전 이 역사를 배우려면 그 기초는 '백제'라고 생각해요”라고 답했다.

백제 역사 복원에 대해서도 구체적 생각을 밝혔다.

“기록도 없는 백제를 어떻게 복원하느냐? 백제가 교역했던 바닷길을 따라가다 보면 백제의 비밀이 드러날 거라고 생각해요. 당진과 서산 태안지역에도 백제의 거점이 아주 많거든요. 우리 것, 백제의 유물과 유적 등 역사를 제대로 알면 가깝게는 동남아시아, 멀게는 유럽지역까지 아주 흡사한 유적들이 있음을 확인할 수 있죠.”

“작은 나라였지만 영역만큼은 넓었던 것이죠. 현재 조선의 진영 복원작업도 시행하고 있고요. 문화재청 산하 연구소를 통해 심층적인 자료를 모으고 현장 답사를 통해 고대 거점을 찾는 노력을 시도하고 있습니다. 2~3년 후면 우리가 몰랐던 새로운 백제의 이야기들을 할 수 있을 것으로 생각합니다.”

#백제를 서해에 가둬서는 안돼

지난 1993년 능산리 고분군과 부여 나성 사이의 백제 집터에서 금동대향로가 발견됐다. 진흙 속에 파묻혀 있었던 향로가 세상으로 나오자 논란이 불거졌다.

섬세하고 희귀한 유물이었던 터라 백제의 것인지, 혹은 중국의 유물이 아닌가에 대한 갑론을박이 이어졌다. 하지만 금동대향로는 7세기 백제 유물로 판명됐고 백제인들의 놀라운 기술력을 확인케 했다.

“백제의 유물유적이 많지 않지만 그중에 대표적인 것이 금동대향로예요. 이거 하나로도 백제가 네트워크 국가이자, 글로벌한 국가였음을 확인할 수 있죠. 섬세한 세공기술과 묘사된 악공들의 모습을 통해 총체적으로 이끌어 낼 수 있는 백제의 이야기는 무궁무진해요. 우리는 백제를 서해에 가둬서는 안돼요. 영화나 게임, 만화 등 국민에게 가까이 다가갈 수 있도록 콘텐츠를 발굴하도록 노력해야죠.”

#보존은 당연하고 정신은 계승돼야 한다

“공주 신원사, 유성 수은교는 최근 제가 방문한 대전의 유적 명소예요. 하지만 현장은 참담했어요. 역사적 가치가 있는 곳임에도 불구하고 관리가 무척이나 부실했습니다. 대전은 문화재가 많지 않은 곳이지만 국가사적으로 등재된 수도 부족한 수준입니다. ”

“올해 8월에야 동춘당과 호연재 고택이 국가지정문화재로 등록됐습니다만, 가치가 있는 곳은 꾸준히 알려져야 하고 국가사적으로 이름이 올라가도록 노력해야 해요. 그래야 국민들이 잊지 않습니다. 문화재청에서 기획하고 운영하고 있는 '야행' 사업과 관련해서 발전시켜볼 만한 문화재 혹은 역사 프로그램들이 많아요. 지자체와 자치구와 문화재청이 공동으로 노력해 볼 수 있는 사안이라 생각합니다.”

경주 지진으로 인한 문화재 피해와 관련, 나 청장은 긴급보수비를 지원해 현재 전통방식을 살려 복구 작업을 진행하고 있다고 했다.

나 청장은 “문화재의 가치는 헤아릴 수 없지만 우리가 배우고 후대에 계승해야 하는 것은 문화재 속에 깃든 '역사적 정신'”이라며 “복원과 보존은 당연한 우리의 과제이고 백제를 비롯한 모든 역사가 올바르게 남겨질 수 있도록 노력하겠다”고 약속했다.

대담=오주영 편집부국장

정리=이해미·사진=이성희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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