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조영연의 산성이야기] 서울과 영남을 오가던 나그네들의 발걸음이 머물던 곳

[조영연의 산성이야기] 서울과 영남을 오가던 나그네들의 발걸음이 머물던 곳

제25회 덕주산성과 하늘재

  • 승인 2017-12-22 00:00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하늘재표석450
하늘재 표석/사진=조영연
하늘재(한훤령)는, 소백산맥의 척추로서 남쪽 문경의 고모산성과 북쪽 월악산 서북 송계계곡의 덕주산성을 연결하는 중간 포함산(961m)과 부봉(925m) 사이에 자리한 520m의 낮은 고개이다. 과거 영남에서 한양으로 통하던 대로의 일부분이다. 지도상 계립령은 하늘재 서북방 인근에 있다. 寒喧嶺(하늘재)산성은 충주시 상모면 미륵리와 문경군 관음리 경계를 이루는 능선상 안부에 축조한 석성으로 통로의 차단 내지 감시를 위한 보루로 사용됐던 듯하다.

덕주산성은 하늘재 너머 지릅재와 갈라지는 미륵리에서 우측 송계계곡 월악산 덕주골에 있으며 영봉을 위시한 동북의 거대한 암벽이 후방을 이루는 둘레 약 15km 가량(증보문헌비고에 '州 동쪽45리에 있고 석축으로 둘레가 32,670자. 우물 하나, 今廢'<덕주산성. 한국성곽학회편. 충청북도. 2008 재인용>)으로 조성한 백제시대의 고성이었다가 조선초 전부터 폐성된 것으로 본다. 현재는 계곡을 가로지르는 성벽 일부와 동문지 하나만 복원돼 있는 상태다.



문경 산북으로부터 충주로 넘어가는 계립령, 하늘재는 오늘날 그 호젓함으로 옛날을 다시 고개가 험하고 힘들다는 선입견은 전혀 예상 밖으로 평탄하고 널찍하다. 일깨워 준다. 돌부리 채일 일도 어깨를 부딛칠 일도 없다. 큰 내도 없으니 바람소리, 새소리 외에 물소리조차 방해하지 않는다. 그저 다박다박 걷기만 하면 되는 길이다. 나무냄새에 취하다 보면 어느새 석불의 인자한 얼굴을 만난다. 옛적 나그네를 맞아주던 주막 미륵원이 길가에 있다. 신라군, 고구려군의 기마병들의 요란한 말발굽 메아리도 아련하다

주변의 고즈넉한 자연 속에 의젓이 자리한 미륵사 석불은 지금은 돌담에 갇혀 상반신이 담밖으로 빼꼼히 드러났지만 과거에는 궁륭상 석굴 속에 자리잡았으리라. 그리고서 새로운 밝은 미래세상이 열리기를 기원하면서 천년 넘게 그 모습이 변하지 않은 채 그 자리를 지키고 있지만 그의 가슴 속에는 허무하게 나라를 잃고 정토를 찾아 떠나던 마의태자 오누이의 하염없는 눈물을 잊지 못할 것이다. 그날 이후론 그의 입은 더욱 닫혀지고 다만 오가는 이들만이 그것을 읽을 뿐이다. 서울과 영남을 오가던 무심한 나그네들만이 미륵불 옆 미륵원에서 절밥으로 허기를 잊고 몸을 녹이며 잠시 쉬었다 가곤 했다.



조영연 / '시간따라 길따라 다시 밟는 산성과 백제 뒷이야기' 저자

조영연-산성필자25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경기 프리미엄버스 P9603번 운행개시
  2. [기획] 의정부시, 우리동네 정책로드맵 ‘장암동편’
  3. 유성복합터미널 3개사 공동운영체 출범…터미널·정류소 흡수·통합 본격화
  4. 첫 대전시청사 복원활용 탄력 붙는다
  5. 누리호 4차 발사 D-4… 국민 성공기원 분위기 고조
  1. '세종시=행정수도' 진원지, 국가상징구역...공모작 살펴보니
  2. 충남도 청렴 파트너 '제8기 도민감사관' 출범
  3. 헌법파괴 비윤리적 2025 인구주택총조사 국가데이터처 규탄 기자회견
  4. 홀트대전한부모가족복지상담소, 대전아동기관단체와 협약
  5. 온새미로 봉사단과 함께하는 사랑의 소규모 집수리

헤드라인 뉴스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6대 광역시 중 두번째

대출에 짓눌린 대전 자영업계…폐업률 6대 광역시 중 두번째

대전지역 자영업자들이 극심한 불황을 견디지 못하고 잇따라 폐업의 길로 내몰리고 있다. 특히 도소매업의 경우 대출 증가와 폐업률 상승이 두드러지면서, 이들을 위한 금융 리스크 관리와 맞춤형 정책 지원이 시급한 과제로 떠오르고 있다. 24일 한국은행 대전세종충남본부가 발표한 '대전지역 자영업 현황 및 잠재 리스크 점검'에 따르면 2025년 2분기 기준 대전지역 자영업자 수는 15만 3000명으로 집계됐다. 2023년 이후 감소세를 보인 다른 광역시와 달리 대전의 자영업 규모는 오히려 확대되는 추세다. 전체 취업자 수 대비 자영업자가 차..

갑천에서 18홀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갑천에서 18홀 파크골프장 무단조성 물의… 대전시, 체육단체장 경찰 고발

대전 유성구파크골프협회가 맹꽁이와 삵이 서식하는 갑천 하천변에서 사전 허가 없이 골프장 조성 공사를 강행하다 경찰에 고발당했다. 스프링클러를 설치하고 나무를 심으려 굴착기를 동원해 임의로 천변을 파내는 중에 경찰이 출동해 공사가 중단됐는데, 협회에서는 이곳이 근린친수구역으로 사전 하천점용허가가 없어도 되고 불법도 아니라는 입장이다. 24일 대전시하천관리사업소와 대전충남녹색연합에 따르면, 유성구 탑립동 용신교 일대의 갑천변에서 11월 15일부터 17일까지 굴착기가 땅을 헤집는 공사가 이뤄졌다. 대덕테크노밸리에서 대덕구 상서동으로 넘어..

세종 도시재생 `컨트롤타워` 생긴다… 본보 지적에 후속대책
세종 도시재생 '컨트롤타워' 생긴다… 본보 지적에 후속대책

<속보>=세종시 도시재생사업을 총괄 운영할 '컨트롤타워'가 내년 상반기 내 설립될 예정이다. 국비 지원 중단 등 재정난 속 17개 주민 거점시설에 대한 관리·운영 부실 문제를 지적한 중도일보 보도에 후속 대책을 내놓은 것이다. <중도일보 11월 19일자 4면 보도> 세종시는 24일 오전 10시 기자간담회를 통해 도시재생 사업의 주민 거점시설 운영 현황과 활성화 방안을 발표했다. 본보는 10년 차 세종시 도시재생 사업을 추진하는 광역도시재생지원센터와 현장지원센터 5곳이 폐쇄한 작금의 현실을 고발하며, 1000억 원에 달하는 혈세 투입..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주렁주렁 ‘감 따기’ 주렁주렁 ‘감 따기’

  •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대전 불꽃쇼 기간 도로 통제 안내

  •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주택재건축 부지 내 장기 방치 차량 ‘눈살’

  •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 은빛 물결 억새의 향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