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남은 자의 슬픔과 사랑

  • 문화
  • 영화/비디오

[김선생의 시네레터] 남은 자의 슬픔과 사랑

- 영화 <어드리프트 : 우리가 함께 한 바다>

  • 승인 2018-09-13 08:38
  • 한윤창 기자한윤창 기자
movie_image[4]
남태평양의 섬 타히티. 여행 중인 남녀가 만나고, 사랑에 빠집니다. 미국의 샌디에이고까지 부탁받은 요트를 타고 가다 허리케인을 만나 표류합니다. 남자는 죽고, 여자는 남습니다.

죽음의 슬픔은 망자의 몫일까요? 아니면 남은 자의 것일까요? 영화는 남은 여자 태미(Tami)의 표류와 기억을 그립니다. 바다를 떠돌다 다른 배에 구조될 때까지 태미는 죽음에 더 가깝습니다. 드넓은 바다 위 정확한 위치도 모르고, 먹을 것은 떨어져 갑니다. 리처드는 죽어 바다로 갔습니다. 그러다가 언뜻언뜻 찾아드는 그의 목소리. 그와 함께 한 추억. 그것이 그녀를 견디게 합니다.

리차드와 태미는 떠돌이입니다. 대화를 통해 드러나는 나서 자란 이야기는 그들이 왜 떠돌 수밖에 없었는지 알게 합니다. 운명처럼 만나 동행이 되고, 어쩌면 서로가 서로에게 떠돌이 삶의 종착지가 될 수도 있었습니다. 그러나 사람은 가고 사랑만 남았습니다. 그리고 삶은 이어집니다. 그와 같이 죽음의 바다로 갈 수도 있었을 터입니다. 아니, 그게 더 현실적일 수 있었습니다.

태미는 삶을 선택합니다. 떠난 리처드의 기억이 그녀의 삶에 남아 살아갑니다. 사람살이의 신비로움을 생각하게 합니다. 남겨지고 기억되는 말들, 이미지들, 함께 한 시간들. 그녀는 죽어서 함께 소멸되기보다 살아서 남은 것들을 간직하려 합니다. 그것이 그녀로 하여금 슬픔과 죽음 충동을 이기게 합니다.

영화는 1983년 있었던 실화를 바탕으로 합니다. 물 위와 함께 물 속도 많이 보여줍니다. 더 기억에 남기는 물 위와 물 속을 함께 보여주는 장면입니다. 카메라는 수면에 걸쳐 있습니다. 삶과 죽음, 사랑과 슬픔, 낭만과 현실, 바다는 이 모든 걸 함께 지닙니다. 태미는 마침내 수면 위로 올라옵니다. 리처드의 배 '마얄루가'가 생각납니다. 수평선을 넘는 자라는 뜻입니다. 그녀는 경계면을 넘어 삶 속으로 옵니다. 그 넘음의 힘이 바로 리처드 까닭임을 영화는 알게 합니다.

삶은 항용 경계에 걸쳐 있습니다. 이럴 수도, 저럴 수도 있습니다. 끝낼 수도 있고, 계속할 수도 있습니다. 그런데 사랑이 그것을 넘어서게 합니다. 계속 나아가게 합니다. 사랑을 생각합니다. 사랑을 배웁니다.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aaIMG_9986-수정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국화로 물들다", '제26회 아산시 국화전시회 개최'
  2. 대전 유성국화축제 한창…13만 분 가을꽃 물결
  3. 세종시행 '중앙행정기관' 임시 둥지, 2027년 어디로?
  4. 세종시 대평동 '상가 공실' 전환점 맞나… '라면 페스타'가 온다
  5. 제주관광공사, 인천 현대프리미엄아울렛 송도점 팝업 '성료'
  1. 온통대전, 11월부터 월 최대 9만 1000원 캐시백 받는다
  2. 대덕구의회 사퇴 촉구 빗발치지만 주민소환은 '그림의 떡'
  3. 김찬술 대덕구청장 결국 병원행…區의회는 또 원구성 무산
  4. 2026년 육군본부 국정감사
  5. 예산 신례원2리, 주민 역량 키워 지속 가능한 마을 만든다

헤드라인 뉴스


김장 앞두고 배춧값 내렸지만… 농가도 소비자도 웃지 못한다

김장 앞두고 배춧값 내렸지만… 농가도 소비자도 웃지 못한다

본격적인 김장철을 앞두고 배추와 무 가격이 지난해보다 떨어졌지만 생산 농가와 소비자 모두 마냥 반기기 어려운 상황이다. 농민들은 생산비 상승과 농산물 판매가격 하락에 따른 수익성 악화를 걱정하고, 소비자들은 새우젓 등 일부 양념 재료의 가격 급등으로 김장비용 부담을 느끼고 있다. 김장 물가 안정에도 농가와 가계의 서로 다른 고민이 자리한 셈이다. 20일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 농산물유통정보에 따르면 전날 기준 배추 1포기 소매가격은 5463원으로 지난해 같은 기간보다 11.8% 하락했다. 무도 1개당 2251원으로 7.5% 내..

세종시로 이전하는 `국가기관`… 종사자 주거 안정 대책은
세종시로 이전하는 '국가기관'… 종사자 주거 안정 대책은

중앙행정기관의 대규모 이전을 앞둔 세종시에서 주택 공급에 속도를 내기 위한 움직임이 본격화되고 있다. 성공적이고 원활한 이전을 끝마치기 위해선 이전 기관 종사자들의 정주여건 안정화가 필요충분조건이란 판단에서다. 당장 내년 2000여 세대의 임대주택을 비롯해 3년간 1만 세대의 입주가 가시화된 상태인데, 공급 물량을 더욱 확대하고 인허가 기간 단축 등 주택 수급에 힘을 실을 전망이다. 20일 행정중심복합도시건설청에 따르면 내년 중 법무부와 성평등가족부를 비롯한 27개 중앙행정기관, 종사자 기준 3000명에 육박하는 인원이 세종으로 자..

은행서 잠자는 계좌 3억 4000만개... 장기 미거래 계좌 해마다 `급증`
은행서 잠자는 계좌 3억 4000만개... 장기 미거래 계좌 해마다 '급증'

금융권에서 장기간 거래가 없거나 휴면 상태인 '잠자는 계좌'가 3억 4000만개를 넘어선 것으로 집계됐다. 금융당국과 금융회사들이 숨은 금융자산을 찾아주고 있지만, 장기 미거래 계좌 등은 해마다 늘고 있다. 20일 국회 정무위원회 소속 국민의힘 박성훈 의원이 금융감독원에서 제출받은 자료에 따르면, 2025년 말 장기 미거래·미청구 계좌와 휴면금융자산 계좌는 총 3억 4191만 개로 나타났다. 2021년 말(2억 6440만개)보다 7751만개(29.3%) 증가했다. 장기 미거래 계좌는 통상 3년 이상 거래가 없는 계좌를 의미한다. 휴..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사람 키보다 높게 쌓인 건설폐기물 사람 키보다 높게 쌓인 건설폐기물

  • 국회 과방위 국감장에 등장한 휴머노이드 국회 과방위 국감장에 등장한 휴머노이드

  • 가을비에 바빠진 발걸음 가을비에 바빠진 발걸음

  • 대덕대교 부분 통제 첫 날…차로 통제에 병목현상 대덕대교 부분 통제 첫 날…차로 통제에 병목현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