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진실의 창과 고독한 실존

  • 문화
  • 영화/비디오

[김선생의 시네레터] 진실의 창과 고독한 실존

- 영화 <퍼스트 맨>

  • 승인 2018-10-25 15:55
  • 신문게재 2018-10-26 9면
  • 한윤창 기자한윤창 기자
movie_image[3]
멀리 달이 보입니다. 문이 열리고 사람이 내립니다. 첫 발을 내딛습니다. "한 사람에게는 작은 발걸음이지만, 인류에게는 큰 도약이다."라고 한 바로 그 장면입니다. 달이 먼 만큼 달에 내린 사람 역시 멉니다. 1969년 위성 중계 흑백 화면으로 본 한국 사람들에게는 달도, 미국도, 달에 착륙한 첫 걸음도 여전히 멀고 먼 상상계의 일이지 않았을까요?

<퍼스트 맨>은 달에 착륙한 첫 걸음의 주인공 닐 암스트롱 이야기입니다. 아내와 아이들이 함께 하는 개인사와 우주 비행사로서의 공적 임무 사이에 그는 있습니다. 당연하게도 그는 아내와 아이들에게서 출발하여 훈련과 비행과 달 착륙을 거쳐 다시 가정으로 돌아옵니다. 그에게 가정은 구심력의 축입니다. 달은 멀리 가 보려는 원심력의 목표입니다. 둘 사이에서 그는 고뇌합니다. 환상은 어디에도 없습니다.

영화는 닐 암스트롱의 상황과 심리를 따라갑니다. 카메라 역시 그의 시점에 서 있습니다. 그러므로 관객들도 비행 훈련, 상하좌우로 흔들리는 회전 훈련, 그리고 마침내 로켓을 타고 달을 향하는 모든 상황을 그와 함께 가까이서 경험합니다. 이른바 '고요의 바다'를 월행(月行, moon walk)하는 신비롭고 적막한 장면과 확연히 다릅니다. 이처럼 이 작품은 결과가 아니라 닐과 가족, 그의 동료들이 겪어낸 과정을 비중 있게 그려냅니다. 또한 영화는 멀리서 바라보는 익스트림 롱 숏이 아니라 오히려 익스트림 클로즈업 숏을 통해 심리적 압박과 긴장을 밀도 있게 담아냅니다.

거리를 두고 보는 것을 객관적이라 합니다. 하지만 객관이 꼭 진실을 담보하는 것은 아닙니다. 영화는 달 착륙 프로젝트가 냉전체제 속 소련과의 경쟁, 68혁명과 반전 시위에 대한 정치적 돌파구였음을 보여줍니다. 영화를 통해 드러난 진실은 닐 암스트롱에게도 그러합니다. 그는 위대한 영웅이 아닙니다. 아울러 그는 꿈의 대리인도 아닙니다. 죽어간 동료들을 대신해 피할 수 없는 운명을 받아들인 고독한 실존입니다.

첫 장면과 끝 장면은 수미상응입니다. 비행 훈련하는 닐의 눈앞에 창이 있습니다. 헬멧에도 투명한 창이 있습니다. 가까이 갈 뿐이고, 가까이 바라볼 뿐입니다. 외부는 위험합니다. 달에서도 마찬가지입니다. 그는 달의 중력을 경험했을 뿐입니다. 돌아온 그는 감염 검역 탓에 아내를 창밖으로 만납니다. 이쪽(구심력)과 저쪽(원심력)을 향한 창을 경계로 그는 외롭게 흔들립니다. 상황이 다를 뿐 우리 역시 매양 그러한가 합니다.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aaIMG_9986-수정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국립한밭대 연구자 11명, 세계 상위 2% 과학자 선정
  2. 이번엔 대동교… 트램 공사로 15일부터 왕복 2차로 축소
  3. 대전 배추값은 낮아졌지만 속재료는 인상... 김장철 앞 부담 늘어날까
  4. 천안지역 택시 운수종사자 조합, 택시통합·행복콜 폐지 성토...'사회적 합의 우선'
  5. 청주 원도심 다시 잇는다… 공간·상권·생활에 새 활력 대혁신
  1. 대전 태평동5구역 재건축 사업 난항… 시공사 선정 문제에 조합 내부 갈등까지
  2. "부지 매입비 아끼고 주차난 푼다"…인천시, 공원 지하에 주차장 800면 조성
  3. 허태정號 기조실장 '믿을 맨' 오나 친정체제 강화
  4. 멈춰 선 충남교육공무직 순환전보… 법적 판단이 분수령
  5. 서산 온가족축제, 추억의 교복부터 맷돌커피까지, 10월 31일 '레트로 여행' 떠난다

헤드라인 뉴스


이재명 대통령 두 번째 비서실장에 홍성 출신 임광현 국세청장

이재명 대통령 두 번째 비서실장에 홍성 출신 임광현 국세청장

충남 홍성 출신인 임광현(57) 국세청장이 이재명 대통령의 두 번째 비서실장으로 임명됐다. 강훈식 비서실장은 14일 오후 청와대 춘추관 브리핑을 통해 "풍부한 행정 경험과 정무 감각을 겸비한 경제관료 출신 정치인"이라며 "국회와 정부를 두루 경험한 만큼 국민 목소리를 국정에 더 크게 반영하고 당정청 협력으로 국정 성과에 속도를 낼 적임자"라고 밝혔다. 이어 "민생 회복과 사회 개혁에 대한 대통령의 주문을 실천하며 국민이 함께 잘사는 대한민국을 만들 것으로 기대한다"고 덧붙였다. 브리핑에 동석한 임광현 신임 비서실장은 "1995년 공..

이 대통령 "사회경제 시스템, 인구변화에 맞춰 근본적 재설계"
이 대통령 "사회경제 시스템, 인구변화에 맞춰 근본적 재설계"

이재명 대통령은 14일 "대한민국의 사회경제 시스템 전반을 인구 변화에 맞춰서 근본적으로 재설계해야 된다"고 밝혔다. 이 대통령은 이날 오후 청와대 영빈관에서 '대한민국, 인구의 판을 바꾸다'라는 주제로 열린 '국민주권정부 인구전략 비전 선포식'에서 "출생률이라든지 인구 규모 같은 양적 성장의 문제도 중요다. 그러나 그에 더해 이제는 질적 성장을 추구하는 인구정책의 대전환이 필요하지 않나 생각된다"며 이같이 말했다. 이 대통령은 "모두 아시는 것처럼 20년 동안 역대 정부는 저출생·고령화 대응을 위한 여러 제도적 기반들을 확충하고,..

충남경찰,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운영한 34명 검거… 주요 가담자 13명 구속
충남경찰, 불법 도박사이트 개설·운영한 34명 검거… 주요 가담자 13명 구속

충남경찰청 광역범죄수사대가 해외 서버에서 불법 도박사이트를 개설한 34명을 검거하고 주요 가담자 13명에 대해 구속했다고 14일 밝혔다. 경찰 수사결과, 총책 A씨(40대)는 2023년 5월부터 올해 3월까지 3개의 도박사이트를 개설 후 프로그램 관리, 범죄수익 관리, 콜센터 등을 운영해 회원들로부터 약 568억 원의 매출을 올렸으며, 자금세탁책 2명과 공모해 103억 원 상당의 범죄 수익을 상품권 거래로 가장한 혐의를 받고 있다. 이들은 수사기관의 추적을 회피하기 위해 핵심 조직원을 IT 전문가로 구성하고 서버 유지 관리를 직접..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어르신들의 신중한 한수 어르신들의 신중한 한수

  • 기온 뚝…‘겉옷 챙기세요’ 기온 뚝…‘겉옷 챙기세요’

  • 구직자들로 북적이는 대전 일자리박람회 구직자들로 북적이는 대전 일자리박람회

  • 대덕구의회 파행에 뿔난 주민과 단식 돌입한 김찬술 구청장 대덕구의회 파행에 뿔난 주민과 단식 돌입한 김찬술 구청장