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승무의 행복찾기(39)]나뭇가지 치기

  • 전국

[노승무의 행복찾기(39)]나뭇가지 치기

"오늘 아침 가지치기를 하며 사람의 속성을, 인간의 오만함을 자연에게 들킨 듯하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걸까"?

  • 승인 2018-10-27 07:41
  • 오주영 기자오주영 기자
노승무 증명
외과 전문의인 노승무 교수
전기요금 걱정에 에어컨을 '켜다 끄다'하면서 그 무덥던 여름이 지나가더니, 며칠 사이에 가을이 깊어진다. 여름철 내내, 그리고 가을에 들어서까지 식탁을 풍성하게 해주던 텃밭을 정리하기 시작했다. 말라가는 오이 줄기와 호박 넝쿨을 걷어내면서 내년 계획을 그려본다.

오늘 아침에는 소나무 가지치기를 했다. 눈이 많은 이곳에서는 상록수 위에 눈이 수북이 쌓이면 나뭇가지가 부러지는 일이 종종 있다. 작년에는 멋대로 자라게 놔둔 소나무 가지 몇 개가 부러져 볼품사납게 되어버린 불상사가 있었기에, 올해는 미리 가지를 쳐주기로 한 것이다.

아내가 좀 떨어져서 균형을 보아가며 지시를 하면, 큰 가지는 톱으로 베어내고 잔가지는 전정가위로 다듬는다. 또 나도 나름대로 눈에 거슬리는 것들을 잘라내다 보니 너무 휑할 정도로 쳐냈다. 전문가에게 맡겨서 나무 모양을 멋지게 잡을 수도 있겠지만, 매년 하다보면 솜씨도 늘겠지 하는 기대와 좀 세련되지 않은들 어떠랴 하는 마음으로 직접 가다듬었다.

'세계의 정원'이라는 TV프로그램을 보았다. 정원 속의 나무와 꽃은 물론, 심지어 커다란 바위도 멋지다. 그중에서도 나무들은 갖가지 형태로 다듬어 놓았다. 단순하지만 가지런하게, 혹은 동물 모양으로, 또 외계인에게 전하는 메시지 같은 기하학적인 도형도 있다.



나무는 그냥 자연 속에서 이쪽으로 뻗고 저쪽이 부러지면서 자라는 것이 가장 자연스러울 것 같다. 잘라내고 억지로 붙들어 매서 어떤 모양으로 만들어야 하는지? 산에서 멋대로 자란 우람한 나무를 볼 때는 감탄을 하면서, 단지 집안에 있다는 이유만으로 정원수에게 너무 내 기준을 강요하는 것은 아닌지…. 이러다가는 앞산도 뒷산도 사람의 눈에 들게 깎거나 변형을 하는 시대가 올까봐 두렵다.

오늘 아침 가지치기를 하며 사람의 속성을, 인간의 오만함을 자연에게 들킨 듯하다. 어떻게 사는 것이 자연스러운 걸까?

정원수 가지를 정리하다 잡다한 생각이 떠오르는 것은, 그나마 내가 자연에 가깝게 있다는 증거라고 스스로를 위로해본다.
충남대 명예교수·전 충남대 의대 학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항우연 노조, 이상철 원장 사퇴 촉구 "무능과 불성실"… 항우연 입장은?
  2. 경부고속도 '상서 하이패스IC' 10월 내 개통된다
  3. '현충원 하이패스 IC' 재추진 시동…타당성 조사 연말 완료
  4. "석식 재개하라" 둔산여고 14일부터 조리원 파업 돌입… 4~5개교 확산 조짐
  5. [꿈을JOB다! 내일을 JOB다!] 스무 살에 금융기관 취업한 비결은?
  1. 5개월 앞둔 통합돌봄, 새틀짜기 논의 활발 "기관 협의체 만들고 직역 협력모델을"
  2. 명실상부 중부권 최대 캠핑축제… '2025 꿀잼대전 힐링캠프' 활짝
  3. [홍석환의 3분 경영] 올바른 질문이 먼저
  4. 여야, 내년 지방선거 '공천룰' 준비… 충청 정치권 촉각
  5. [기고]안전한 대전시민의 밥상을 위해

헤드라인 뉴스


둔산여고 조리원 파업 재개… 수능 한달앞 학생 피해 불가피

둔산여고 조리원 파업 재개… 수능 한달앞 학생 피해 불가피

1학기 준법투쟁 시작 후 석식(저녁)이 중단된 대전둔산여고 조리원들이 14일부터 급식 파업에 돌입한다. 수능을 30일 앞둔 가운데 노사 양측의 갈등이 극으로 치달으며 학생 피해가 불가피하게 됐다. 13일 학교비정규직노동조합(학비노조) 대전지부·대전교육청에 따르면 다음날인 14일부터 대전둔산여고 조리원 9명 중 7명이 급식(중식) 파업에 나선다. 기한은 정해져 있지 않다. 둔산여고 파업에 연대해 노조 간부 등이 속한 4~5개 학교서도 파업에 동참하는 것으로 알려졌다. 학비노조는 1학기 중단된 석식이 재개되지 않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

`2025 대전 빵축제` 더 커진 규모로 찾아온다
'2025 대전 빵축제' 더 커진 규모로 찾아온다

매년 큰 인기를 받은 대전 빵축제가 올해 몸집을 더 키워 찾아온다. 13일 대전관광공사에 따르면 오는 18일부터 19일까지 2일간 대전 동구 소제동 카페거리 및 대동천 일원에서 대전의 102개 빵집이 참여하는 가운데 '2025 대전 빵축제'를 개최한다. 올해로 5회째를 맞는 '2025 대전 빵축제'는 대전관광공사가 주최·주관하고 대전시, 동구청, 대한제과협회대전광역시지회, 성심당이 후원하며, 공식행사, 빵집 컬렉션, 마켓&체험 프로그램, 축하공연, 구매이벤트, 부대프로그램 등 다채롭게 펼쳐진다. 주요행사로 ▲개막식 ▲10m 대형롤케..

강소기업 21개사, 충남에 4448억 투자해 공장 신설·이전
강소기업 21개사, 충남에 4448억 투자해 공장 신설·이전

충남도가 21개 기업으로부터 4500억 원에 달하는 투자를 이끌어냈다. 김태흠 지사는 13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김석필 천안시장권한대행 등 6개 시군 단체장, 한민석 웨이비스 대표이사 등 21개 기업 대표 등과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21개 기업은 2028년까지 6개 시·군 산업단지 등 30만여㎡의 부지에 총 4448억 원을 투자, 생산시설을 신·증설하거나 타지역에서 충남으로 이전하고, 국외에서 복귀한다. 이들 기업이 계획대로 가동할 경우 신규 고용 인원은 총 1316명이다. 구체적으로 천안 테크노파크산단엔 경기도 소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수능 한 달여 앞…긴장감 도는 학교 수능 한 달여 앞…긴장감 도는 학교

  • 가을비 머금은 화단 가을비 머금은 화단

  • 추석 지난지가 언젠데… 추석 지난지가 언젠데…

  • 치워야 할 생활쓰레기 ‘산더미’ 치워야 할 생활쓰레기 ‘산더미’