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길 위의 우정

  • 문화
  • 영화/비디오

[김선생의 시네레터] 길 위의 우정

- 영화 <그린북>

  • 승인 2019-02-07 11:55
  • 신문게재 2019-02-08 12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그린북
<그린북>은 미국의 이탈리아계 백인 토니와 천재적 흑인 피아니스트 돈 셜리의 여행담입니다. 1960년대 아직도 흑인 차별이 법적으로 공고하고 북부와 남부가 확연한 차이를 보이던 때의 일입니다. 나이트클럽 주먹쟁이인 토니는 거칠고 무식합니다. 돈 셜리는 명성과 지위, 부와 교양을 갖춘 사람입니다. 토니가 돈 셜리의 운전기사로 고용되고, 그들은 뉴욕을 떠나 남부 여러 지역으로 연주 여행을 떠납니다.

영화는 다층적 차이를 지닌 두 사람 토니와 돈 셜리가 서로를 이해하며 친구가 되어 가는 과정을 보여줍니다. 가장 두드러지게는 피부색의 차이가 있습니다. 실상 피부색은 여러 다른 것 가운데 하나일 뿐입니다. 그러나 그것은 미국에서 사회적, 계급적, 문화적 코드를 아울러 대변하는 강력한 상징적 기호로 작용합니다. 돈 셜리는 이 차이가 유발하는 차별과 불합리에 맞서기 위해 남부로의 연주 여행을 시도합니다.



토니 역시 많은 백인들처럼 흑인을 경원시합니다. 그러나 차츰 돈 셜리가 보여주는 교양, 예술적 경지, 품위와 용기에 감동합니다. 돈 셜리 역시 토니를 통해 백인과 같은 우월적 지위에 대한 강박을 내려놓고 낮은 자리에서 누리는 자연스럽고 자유로운 삶의 가치를 경험합니다. 먼 거리의 자동차 여행에서 어느 순간 엔진이 과열되고 토니가 물을 부어 차를 식히는 동안 돈 셜리는 저 멀리 들에서 일하는 흑인들을 바라봅니다. 그들도 돈 셜리를 바라봅니다. 피부색만 같을 뿐 그들과 아무것도 공유하지 못한 자기 자신을 의식하는 돈 셜리의 모습이 인상적입니다.

이 영화는 위의 장면에서처럼 시선의 문제가 중요합니다. 돈 셜리를 바라보는 토니, 돈 셜 리가 바라보는 백인들, 흑인 전용 바에서 손님들이 바라보는 돈 셜리와 토니 그리고 연주회 석상에서 남부의 백인 관객들이 돈 셜리를 바라보는 장면들에서 시점 숏이 사용됩니다. 이 시선들 속에 많은 경우 편견과 선입견이 개입합니다. 적당한 거리에서 갖는 고정된 생각과 태도가 실은 진실과 새로운 관계의 가능성을 얼마나 차단하는지를 생각하게 합니다.



영화 <그린북>은 로드무비입니다. 관객들 역시 인물들과 더불어 여행을 합니다. 그들과 함께 웃고, 갈등하다가 마침내 진실과 깨달음에 이르게 됩니다. 공고한 차이와 차별의 저편에 사람이 사람을 사람으로 만나는 진정한 우정이 있음을 발견합니다.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김선새의 시네레터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곡교천 탕정지구 연계사업' 밑그림 그려졌다"
  2. "방문 환경 개선" 양산 천성산 미타암, 새 공양간 건립공사 준공
  3. 주말 사우나에 쓰러진 60대 시민 심폐소생술 대전경찰관 '화제'
  4. 대전 교사들 한국원자력연 방문, 원자력 이해 UP
  5. 낮고 낡아 위험했던 대전버드내초 울타리 교체 완료 "선제 대응"
  1. 대전우리병원, 척추내시경술 국제 교육 스파인워커아카데미 업무협약
  2. 가톨릭대 대전성모병원, 심장­호흡재활센터 개소
  3. 유등교 중고 복공판 사용 형사고발로 이어져…안전성 이슈 재점화
  4. [라이즈 현안 점검] 대학 졸업자 지역 취업 증가 목표…실현 가능할까?
  5. 충남대병원 안순기 예방관리센터장 보건복지부장관상 수상

헤드라인 뉴스


[기획] 철도가 바꾸는 생활지도… 2030년대 충청 `30분 생활권`

[기획] 철도가 바꾸는 생활지도… 2030년대 충청 '30분 생활권'

충청권 광역철도 1단계, 대전~옥천 연장, CTX(광역급행철도)가 2030년대 중반까지 순차적으로 개통될 경우, 대전·세종·충북을 오가는 시민들의 생활권은 지금과 크게 달라질 전망이다. 가장 큰 변화는 이동시간 단축이다. 현재 대전 도심에서 세종 정부청사까지는 교통 상황에 따라 40~50분이 걸리지만, CTX와 광역철도가 연결되면 통근 시간은 20~30분대로 줄어든다. 세종 근무자의 대전 거주, 혹은 대전 근무자의 세종 거주가 현실적인 선택지가 된다. 특히 출퇴근 시간대 교통체증에 따른 불확실성이 줄어들면서, 젊은 직장인과 공무원의..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기획]2028년 교통 혁신 도시철도2호선 트램 완성으로

2028년이면 대전은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완공과 함께 교통 혁신을 통해 세계적으로 지속 가능한 미래 도시로 성장할 전망이다. 11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 도시철도 2호선 트램 사업은 지난해 12월 착공식을 개최하고, 현재 본선 전구간(14개 공구)에서 공사를 진행하고 있다. 2027년까지 주요 구조물(지하차도, 교량 등) 및 도상콘크리트 시공을 완료하고, 2028년 상반기 중 궤도 부설 및 시스템(전기·신호·통신) 공사를 하고, 하반기에 철도종합시험 운행을 통해 개통한다는 계획이다. 최근에는 내년 대전시 정부 예산안에 공사비로 1..

美 연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원·달러 환율 향방은?
美 연준, 기준금리 0.25%포인트 인하…원·달러 환율 향방은?

미국 중앙은행 연방준비제도(Fed)가 10일(현지시간) 고용 둔화 등을 고려해 기준금리를 0.25%포인트 인하했다. 이로 인해 한미 간 금리 차이가 줄어들면서, 최근 1500원대를 위협했던 원·달러 환율에 숨통이 트일 것이란 기대가 나온다. 연준은 이날 연방공개시장위원회(FOMC) 정례회의 뒤 기준금리를 기존 3.75∼4.00%에서 3.50∼3.75%로 내렸다. 이는 올해 9월과 10월에 이은 3번 연속 금리 인하다. 연준의 이번 결정으로 한국(2.50%)과 미국 사이의 금리차는 상단 기준 1.25%포인트로 좁혀졌다. 파월 의장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트램 2호선 공사현장 방문한 이장우 대전시장

  •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자전거 안장 젖지 않게’

  •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병오년(丙午年) 달력이랍니다’

  • 풍성한 연말 공연 풍성한 연말 공연