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영웅의 회복과 시간 거스르기

  • 문화
  • 영화/비디오

[김선생의 시네레터] 영웅의 회복과 시간 거스르기

- 영화 <어벤져스 : 엔드게임>

  • 승인 2019-05-09 15:52
  • 신문게재 2019-05-10 11면
  • 이해미 기자이해미 기자
어벤저스
마블(Marvel)의 영웅들은 실패했습니다. 탁월한 능력으로 힘을 모았음에도 우주의 악당을 이기지 못했습니다. 뿔뿔이 흩어진 그들은 산 속에 들어가 평범한 아빠가 되었고, 바닷가 고향에서 술에 절어 살기도 합니다. 영웅의 실패는 범인(凡人)들에게도 비애가 됩니다. 대리로나마 욕망을 실현할 길이 없어진 까닭입니다.

그런 그들이 다시 모입니다. 5년 전의 악몽을 기억하는 고통에 맞섭니다. 그리고 도전합니다. 앤트맨의 전략을 따릅니다. 초미세의 물리적 공간을 통과하여 과거의 시간으로 돌아갑니다. 그들은 거기서 스톤을 찾아와야 합니다. 지난한 과정을 거치며, 동료를 잃으며 마침내 돌아옵니다.



사실 현실 관객인 우리는 스톤이 지구를 구할 수 있는지 확신하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는 모두 시간의 흐름 속에 과거에 대한 회한을 지닙니다. 영화는 우리의 욕망이 미래뿐 아니라 과거를 향해서도 강렬하게 작용할 수 있음을 적실히 보여줍니다. 그때 그 순간 그랬어야 했거나 그러지 말았어야 했다는 후회는 대부분 부질없는 일입니다. 돌이킬 수 없기 때문입니다. 어벤져스의 영웅들은 다시 영웅답게 보통 사람의 욕망을 짊어집니다. 온몸을 던져 싸웁니다.

그들이 맞서야 하는 것은 시간이고, 그 시간 끝에는 회한의 대상인 악당이 있습니다. 또한 상실했으므로 찾아야만 하는 보물 스톤이 있습니다. 영화가 진행되고 보여주는 양상은 매우 물리적이지만, 관객에게 새겨지는 진실은 대단히 심리적입니다. 어쩌면 영화의 주제는 트라우마의 극복일 수도 있습니다. 관객인 우리는 영웅이 아니며, 그들처럼 초미세의 물리 공간으로 들어가지 못합니다. 즉 시간을 돌이키지 못합니다. 그러나 우리 역시 과거의 아픔이 있고, 기억의 시간 속엔 잃어버린 가치들이 있습니다.



소우주인 사람. 인간의 내면은 우주만큼이나 넓고 복잡합니다. 그곳엔 우리가 맞닥뜨려 싸워야 할 많은 것들이 존재합니다. 그 가운데는 우리와 가장 가까운 사람들과의 기억도 있습니다. 어벤져스 멤버 중 하나인 네뷸라는 아버지인 타노스와 싸워야 합니다. 이른바 '살부충동'을 생각하게 합니다. 과거의 기억으로 돌아가는 일은 쉽지 않습니다. 용기가 필요하며, 때로 희생도 감당해야 합니다. 영화 속 인물들이 동료를 잃듯이 말입니다. 그러나 트라우마와 싸워 이김으로써 얻는 보물은 귀하고 아름답습니다.

김선생의 시네레터
-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2026년 부동산 제도 달라지는 것은?
  2. 李대통령 대전충남 與의원 18일 만난다…통합 로드맵 나오나
  3. 대전 교육공무직 파업에 공립유치원 현장도 업무공백 어려움
  4. 인도 위 위협받는 보행자… 충남 보행자 안전대책 '미흡'
  5.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1. "내년 대전교육감 선거 진보 단일후보 필요"… 대전 시민단체 한목소리
  2. 대전권 9개 대학 주최 공모전서 목원대 유학생들 수상 영예
  3. [인터뷰]"지역사회 상처 보듬은 대전성모병원, 건강한 영향력을 온누리에"
  4.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5. 박정현 "기존 특별법, 죽도 밥도 안돼"… 여권 주도 '충청통합' 추진 의지

헤드라인 뉴스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초고압 송전설로 신설 백지화를" 대전시민단체 기자회견서 요구

전남을 시작해 충청권을 가로질러 수도권으로 향하는 초고압 송전망이 농경지와 주택가, 학교 일원을 경유해 건설될 것으로 예상돼 반발이 제기되고 있다. 수도권에 또다시 대규모 국가산업단지를 신설하고 입주 기업에 필요한 전력을 공급하려 지방에 대규모 송전선로를 건설할 때 환경권과 생활권 침해 피해는 지역에 돌아온다는 의견이 우세하다. 17일 오전 대전시청 북문 앞에서 앞으로 대전을 관통해 건설될 예정인 '신계룡-북천안 345㎸ 송전선로 시설 계획을 규탄하는 범 시민사회단체 기자회견이 개최됐다. 정부는 2022년부터 2036년까지 송변전설..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보령 산란계 농장서 고병원성 AI 의사환축 잇따라 발생

충남 천안과 보령 소재 산란계 농장에서 고병원성 조류인플루엔자(AI·H5형)가 잇따라 발생했다. 충남도에 따르면 17일 충남 보령시 청소면, 천안시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폐사가 증가한다는 신고가 접수돼 동물위생시험소가 확인에 나섰다. 충남 동물위생시험소가 18일 확인한 결과, H5형이 검출돼 농림축산검역본부에 고병원성 여부 검사를 의뢰했다. 검사결과는 1~3일가량 소요될 예정이다. 성환읍 소재 농장은 과거 4차례 발생한 사례가 있고, 청소면 농장은 2022년 1차례 발생한 바 있다. 현재 성환읍 소재 농장에서 사육 중인 가금류 22..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에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 글로벌 AX 혁신도시 거듭

대전이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글로벌 AX(인공지능 전환) 혁신도시'로 거듭난다. 대전시와 한남대, 한국정보통신기술협회(TTA), ㈜KT, 비케이비에너지(주), ㈜엠아르오디펜스는 17일 '한남대 AX 클러스터 및 고성능 AI GPU 거점센터' 구축을 위한 업무협약을 체결했다. 이번 협약은 전 세계적으로 AI 기술 경쟁이 격화됨에 따라 GPU 거점센터 구축을 통해 연구기관과 AI 전문기업을 지원 수요에 대응하기 위해서다. 거점센터는 한남대 캠퍼스 부지 7457㎡ 규모에 2028년까지 건립될 예정이다. 이날 협약식에..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성금으로 잇는 희망…유성구 주민들 ‘순회모금’ 동참

  •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시니어 모델들의 우아한 워킹

  • 딸기의 계절 딸기의 계절

  •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 보관시한 끝난 문서 파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