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기록프로젝트] 활용 못하는 대전 마을박물관… 주민이 마을 정체성 만들어야

[대전기록프로젝트] 활용 못하는 대전 마을박물관… 주민이 마을 정체성 만들어야

대전 유일 유천박물관·관저마을역사관 조성불구 제기능 못해
인천 토지금고, 경남 하동 목압고서박물관 주민참여 모범사례
안여종 대표 "기록 남길 물리적 공간은 필수, 나의 기록 담아야"

  • 승인 2020-05-24 13:16
  • 수정 2020-05-31 09:55
  • 신문게재 2020-05-25 5면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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지난 21일 방문한 대전 서구 관저동의 관저마을역사관이 잠겨있다.(사진=이해미 기자)
재개발과 재건축을 앞둔 동네와 마을의 기록을 남겨보자는 '메모리존' 조성 취지에 공감을 얻으며 [대전기록프로젝트]가 첫발을 뗐다. 중도일보는 이를 출발점 삼아 연중 시리즈로 [대전기록프로젝트]를 이어간다. 대전시의 재개발과 재건축, 도시재생 정책 방향, 기록이 시급한 주요 동네의 모습, 전문가 토론과 타 도시의 사례를 현장감 있게 살펴본다. <편집자 주>

④대전 마을박물관 활용사례

중구 유천2동 행정센터 1층 유천박물관의 문은 굳게 닫혀있다. 코로나19 사태로 긴급재난지원금 등의 업무가 쏟아지면서 문을 열지 못하고 있다. 관저마을역사관의 문도 잠겨 있었다. 유리창 너머로 보이는 전시물은 꽤 흥미롭지만, 관람은 불가능했다. 관저마을역사관 앞을 지나던 한 시민이 궁금한 듯 흘깃 유리창 너머를 바라보다 이내 스쳐 갔을 뿐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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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중구 유천2동 행정센터에 있는 유천박물관 내부에 주민이 기증한 신라시대 금관과 토기 등의 전시물들.
대전의 유일한 마을박물관으로 알려진 유천박물관과 관저마을역사관이 개관한 지 수년이 흐른 가운데 운영이 원활하지 않다. 마을의 유래와 역사, 지역민이 기증한 물품으로 역사관을 조성했지만, 운영 주체인 주민들의 적극적인 참여와 활동이 뜸해지면서 이내 무의미한 공간으로 전락한 상태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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유천박물관에 주민이 기증한 물품들.
2019년 대전세종연구원 한상헌 책임연구원이 발표한 '지역문화공동체적 관점에서 본 마을박물관의 가치 탐색 연구'에는 "신도시, 뉴타운 개발사업 등 건설 사업으로 지역의 문화와 역사를 기록하는 마을박물관이 조성되고 있다"며 "개발사업지를 중심으로 사라지는 옛 마을의 풍경과 주민들의 생활 모습을 기록·보존하는 역할을 한다"고 설명한다.

또 "마을의 정체성을 담은 이 공간은 과거와 현재, 그리고 미래를 잇는 다리"라고 강조한다. 재개발 구역에서 남겨질 기록의 물리적 공간이 되는 '메모리존'과는 명칭만 다를 뿐 같은 목적과 취지는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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관저마을역사관 외벽 유리창에 새겨진 관저동의 역사적 유래.(사진=이해미 기자)
인천과 경남 하동군의 마을박물관은 대전의 마을박물관과는 달리 마을의 정체성을 확립하고 주민의 결속을 다지는 내실 있는 공간으로 활용되고 있다.

인천 미추홀구 용현동의 토지금고 마을박물관은 주민 큐레이터가 9명이나 된다. 마을박물관 운영을 희망하는 주민 중 선발된 큐레이터는 다른 주민의 참여와 마을문화를 기록하고 보존하는 전문인력, 아키비스트로 활동한다.

재개발 과정을 거치면서 사라지는 마을의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 지역의 지명 유래를 담은 자료를 시작으로 주민들의 과거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물품을 기증받아 전시하고, 현재 사는 주민의 이야기를 남기며 또 다른 역사가 되는 자료를 모으는 일까지 참여하고 있다. 마을 주민이 참여해 자연스럽게 마을의 정체성을 만들어 가는 모범적인 진화한 마을박물관으로 볼 수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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인천 미추홀구 용현동 토지금고 마을박물관의 기록을 모아 만든 책자.
경남 하동군의 목압고서박물관은 지역 거점 교육 공간으로 자리매김했다. 시인 조해훈이 자신을 받아준 하동군 목압마을 주민에 보답하기 위해 자신이 가지고 있던 자료를 공유하고, 역사와 문학 이야기를 나누면서 시작됐다.

다만 대전에서는 마을박물관이나 메모리존을 조성한다 해도 운영의 주체가 불분명해지면 유천동이나 관저동처럼 운영이 매끄럽지 않은 사례가 반복될 수 있다는 우려도 있다. 이에 행정동을 중심으로 마을의 기록을 책자로 제작하는 차선책으로 쏠리는 현실이다.

대전문화유산 울림 안여종 대표는 "봉우재 유래비나 버드내아파트 내 조폐공원 등 최소한의 흔적 남기기가 대전에서도 간헐적으로 있었지만, 시스템적으로 역사를 보존하고 마을 정체성을 살리기 위해선 흔적관, 역사관과 같은 물리적 공간 마련은 필수"라고 강조한다.

이어, "제도화 등에 관한 부분을 고민해야겠지만, 결국 살아 움직이는 운영이 이뤄지기 위해선 지속 가능한 콘텐츠를 주민 중심으로 마련해 가야 한다"며 "지역과 마을의 문화를 만들어 가는 것은 과거의 이야기와 합쳐진 지금 이 동네에서 살아가는 '나'의 기록을 남겨야 한다"고 했다.

이현제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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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의 마을 이야기를 간헐적으로 기록해 남겨논 각종 책자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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