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코로나와 위험사회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코로나와 위험사회

서준원 정치학 박사

  • 승인 2021-01-04 08:12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서준원사진(2)
서준원 박사
해가 바뀌었지만 코로나19의 위세가 수그러들 기미가 안 보인다. 집단감염의 영역도 눈에 띄게 확산되고 있다. 연일 확진자와 사망자 소식에 우울한 나날이다. 정부도 온 힘을 다해 방역에 나서고 있지만, 서울 동부구치소에서 발생한 집단감염은 공포와 전율마저 느끼게 한다. 밤낮없이 펼쳐지는 의료진의 희생과 헌신이 눈물겹다. 세계 각국은 자국민을 보호하려고 백신전쟁이나 다름없는 치열한 경쟁을 벌이고 있다. 문재인 대통령도 직접 나서서 백신 확보에 열을 올리고 있지만, 우리에게 백신 접종이 현실화되려면 아직은 좀 더 기다려야 할 것 같다. 참 안타까운 일이다.

코로나가 언제 사라질지 모르지만, 다수의 전문가는 코로나와 함께 인류의 삶이 유지될 수밖에 없다는 판단도 내놓고 있다. 근본적인 퇴치가 불가능하다면, 어쩌면 우리는 포스트 코로나를 염두에 두고 살아가야 한다. 국가와 사회의 전 분야에서 급격한 변화와 삶의 구조적 행태마저 바꿔버린 포스트 코로나 시대가 열릴지도 모른다. 무엇보다도 코로나의 변이현상이 더 두려운 존재로 부상하고 있다. 백신과 치료제가 성공한다 해도, 여전히 집단감염의 개연성과 그로 인한 공포와 불안은 상존할 것 같다. 코로나 탓에 전 세계적으로 개인과 집단의 자유와 일상이 제한되고 있다. 지난날처럼 평온한 일상을 기대할 수 있을까. 어쩌면 인류사에서도 유례없는 불행한 시기로 기록될 것이다. 게다가 정치와 사회·경제 등 다양한 분야에서도 어떤 변화가 닥쳐올지 누구도 예단하기 어려운 형국이다. 생사를 겨누고 있는 공포와 불안은 육체와 정신마저 훼손하고 있어, 포스트 코로나를 어떻게 대처해야 할지 고심해야만 하는 시점에 와 있다.

위험 여부를 모든 결정의 최우선에 두는 사회가 곧 위험사회다. 위험은 이미 경험을 통해 습득한 사례로서 우리가 이미 인지하고 있다. 위험과 기회를 동시에 내포하고 있는 것이 위기현상이다. K방역은 위기가 있을 때마다 용케도 잘 넘겨왔다. 정부의 강력한 권고와 경고에 온 국민이 믿고 따랐기에 가능했고, 의료진과 전문가들의 헌신 덕분에 그나마 지금의 수준에 와 있다. 현 정권이 K-방역의 성공적 진행에 들떠서 백신 확보를 소홀히 했다면 비판받아 마땅하다. 반면에 방역대책과 백신 관련 전문가와 과학자들의 권고와 조언을 경시했다면 여간 큰일이 아니다. 코로나는 속세적 권력과 정치를 모른다. 권력과 정치 역시 코로나를 잘 모른다. 우리 정치는 병의 원인을 알면서도 고치려 하지 않지만, 의사는 병의 원인을 모르지만, 열심히 치료하면 병을 낫게 한다. 정치와 과학의 극명한 차이다.

집단감염 위기를 전적으로 과학과 전문가에게 맡겨야 한다. 작금의 위기를 간과하는 오만과 무지는 급기야 국민의 생명을 위협할 뿐이다. 이럴 때일수록 정부에 대한 신뢰가 중요하다. 글로벌 차원의 위험과 위기는 늘 있었지만, 특히 집단감염은 과학이 앞장서서 해결해왔다. 그런 역경과 노력이 인류 문명을 일궈 놓은 것이다. 생사를 다투는 사안을 놓고 각국은 인류애보다 자국 우선주의와 지극히 이기적인 행태를 보이고 있다. 어쩌면 국가와 국민의 존립마저 위태하기에 취해진 조치로 여기고 싶지만, 글로벌 감염현상 타파를 위한 공동의 대책 마련과 협조체제가 턱없이 취약하다. 범지구적 관점에서 감염대책이 제대로 도출되지 못하고 있다. 너도나도 우선 나부터 살고 보자는 판단이 국가 차원에서 펼쳐지고 있다.



자연재해와 각종 대형사고는 안전에 대한 인간의 그릇된 기만과 통제와 관리 시스템 부실에서 기인한다. 코로나 집단감염은 유례없는 글로벌 차원의 파괴력을 지니고 있다. 어쩌면 인류 문명의 몰락 여부까지 위협하는 심각한 상황이 도래할지도 모른다. 코로나 탓에 우리 사회는 이미 위험사회로 접어들었다. 사회 전체가 집단구치소나 다름없는 통제와 제약에 허덕이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용기와 희망을 챙기면서 포스트 코로나에 대한 대처도 함께 고심해야 한다. 아무리 힘들어도 정부와 전문가들 특히 과학을 믿고 살아내야 한다. 정치권은 현 상황을 심각하게 인지하고, 정부는 온 국력을 동원하여 위험사회에서 탈출해야 한다. 살아있다는 자체가 희망인 하루하루다.

/서준원 정치학 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