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대전 전통산업 특화거리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다] ③ 일본 교토 니시진오리의 전통 계승 노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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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대전 전통산업 특화거리의 새로운 미래를 그리다] ③ 일본 교토 니시진오리의 전통 계승 노력

  • 승인 2026-06-24 16:53
  • 신문게재 2026-06-25 7면
  • 방원기 기자방원기 기자

대전의 유서 깊은 전통 특화거리들이 존폐 위기에 처한 가운데, 중도일보는 일본 교토의 '니시진오리' 사례를 통해 지역 전통산업의 지속 가능한 부활 방안을 모색합니다. 1,500년 역사의 니시진오리는 장인정신을 바탕으로 제품군을 다변화하고 글로벌 브랜드와 협업하며 자생력을 키웠으며, 교토시는 전승자 양성과 경영 지원 등 체계적인 행정 시스템으로 이를 뒷받침하고 있습니다. 대전 역시 장인의 정교한 기술에 청년의 감각을 이식한 새로운 비즈니스 모델을 창출하고, 지자체의 적극적인 지원을 통해 지역 정체성이 담긴 산업 자산을 미래 세대로 계승해야 합니다.

대전 중구 중촌동 맞춤패션거리와 정동 인쇄거리, 원동 한복거리 등 과거 대전을 상징하던 유서 깊은 산업 자산들이 중대한 변곡점을 맞이하고 있다. 자구책 마련을 위해 붙여진 특화거리라는 이름이 무색하게도, 급격한 산업 구조 변화와 유통 시스템 현대화 속에서 경쟁력을 잃어간 채 존폐의 기로에 서면서다.

'생산의 효율화'란 거대한 산업 발전 흐름이 오늘날 현대 사회의 모든 가치를 장악하고 있지만, 지역의 고유한 숨결과 정체성이 담긴 전통산업의 흔적이 미래세대에 적절히 계승돼야 마땅하다는 점에는 이견이 없을 것이다.

낡은 산업의 미래를 새로 디자인할 수 있도록, 장인의 정교한 기술에 청년의 대담한 감각을 이식해 자생적 비즈니스 모델을 창조할 새로운 산업 철학이 절실한 시점이다.

이에 중도일보는 '지속가능성'을 바탕으로 지역 전통산업 부활 공식을 새롭게 증명해 낸 일본의 주요 도시와 산업 현장들을 직접 둘러보고, 그들의 경영 철학과 청년 세대로의 승계 모델을 우리의 산업에 접목할 방안을 지역사회와 함께 고민하고자 한다. 100년을 바라보는 미래 산업을 향한 '대전 특화거리 전통산업 리빌딩' 프로젝트를 위해 새로운 대안을 전문가들과 함께 모색해 본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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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 니시진오리 회관에 전시된 니시진오리 직물 기계 모형. (사진=방원기 기자)
① 대전 전통산업과 특화거리의 탄생과 번영…그리고 존폐의 기로

② '생산성을 넘어 브랜딩을 창출하라'…일본 출판업계와 기모노 장인의 비책

③ '문화재적 가치를 보존하다'…일본 교토 니시진오리의 전통 계승 노력

④ 한-일 청년 세대 교류의 장을 열어 더 넓은 시장을 꿈꾸다

⑤ '발전 의지에 방점을'…산업 지원의 새로운 패러다임을 모색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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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 니시진오리 회관에 전시된 니시진오리 직물로 만든 파우치와 지갑. (사진=방원기 기자)
1500년의 역사를 가진 일본 교토 니시진오리 직물은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산업으로, 주로 기모노 제작에 쓰이는 일본의 대표적인 문화자산이다. 니시진오리는 누에고치에서 뽑아낸 명주실을 염색한 뒤 정교한 도안에 맞춰 짜내는 방식으로 만든다. 휘황찬란한 색상과 입체적인 외관은 보는 이들의 마음을 훔칠 정도로 매력적이다. 니시진오리 생산은 현대 사회에서도 결혼식과 같은 일본 전통 의식에서 많은 이들이 입고 있다. 변화무쌍한 트렌드에 맞춰 스카프와 넥타이, 지갑, 벽을 장식하는 천과 장식품 등에도 사용되고 있다. 원단 생산은 여러 장인들의 손을 거쳐야 탄생한다. 직물점에서 초기 제품 제안서를 작성하고, 디자이너가 디자인을 만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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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 니시진오리 회관에서 장인이 기계로 직물을 짜고 있다. (사진=방원기 기자)
이어 패턴 디자이너가 템플릿을 제작한다. 이때 염색공이 투입되고, 직기 직조하는 장인도 한땀 한땀 만들어간다. 직물은 용도에 따라 가공되며 비소로 제품이 탄생한다. 여러 사람이 동시 투입되는 일이다 보니 한 공정이라도 누락 되면 제품은 미완성된다. 다만, 니시진오리는 대표적 문화자산이자, 전통산업이지만 세월이 흘러감에 따라 판매량 부진을 면치 못했다. 판매량 감소와 이에 따른 인근 공장 폐업 등을 겪었다. 그럼에도 현재까지 명맥을 유지할 수 있던 건 교토시의 지원과 니시진오리 장인들의 굳건한 장인정신 덕이다. 이에 전통산업을 지키고자 지원을 아끼지 않는 교토시의 노력과 자리를 굳건하게 지키고 있는 니시진오리 공업조합의 이야기를 들어봤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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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 니시진오리 회관에 전시된 니시진오리 직물 누에고치가 만들어지는 과정을 담은 액자. (사진=방원기 기자)
▲쇠퇴에도 명맥을 유지하는 교토 니시진오리=니시진오리는 1981년까지는 일본 내 정상 자리에 오를 만큼 압도적이었으나, 일본 자국민들이 기모노를 입지 않게 되면서 매출이 급감하기 시작했다. 1981년 니시진오리 관련 조합이 1500개사였다. 이후 2026년 현재 250개로 급격하게 감소했다. 매출이 절정기였던 1981년에 비해 6%대로 주저앉았다. 회사는 폐업으로 하나둘 무너졌다. 이는 고령화와 계승자 부족 등이 주요 원인으로 작용했다. 매출 저조와 폐업이 이어지고 있음에도 현재까지 니시진오리가 없어지지 않고 전통이 이어질 수 있던 건 이들의 장인정신 때문이다. 여러 과정 중 하나의 과정이 없어지면, 제품 자체가 탄생할 수 없다. 매출은 저조하지만 계속될 수 있었던 건 분업이 건승하다는 뜻이다. 니시진오리조합은 현재 기모노 등에 국한하지 않고 여러 제품을 만들어 눈을 돌려 판매 상품을 여러 가지로 넓히고 있다. 넥타이와 손수건, 지갑 등 많은 이들에게 선택받을 수 있도록 제품을 늘렸다. 새 디자인을 통해 기존 무늬에서 벗어나 새로운 디자인으로 만들어가는 노력을 조합 내에서도 기울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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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 니시진오리 회관에 전시된 니시진오리 직물 기계. (사진=방원기 기자)
이름만 대면 알 수 있는 해외 브랜드와의 협업을 통해 젊은 세대들도 니시진오리에서 만든 제품에 눈이 갈 수 있도록 다양한 제품을 콜라보한다. 제품은 아기자기하다. 니시진오리 직기 기계 특징상 50cm 이상 직물이 나오지 않는다. 때문에 크지 않지만, 소장가치가 충분한 제품들로 만든다. 1000년이 넘은 역사는 일본 자국민이라면 모르는 사람이 없을 정도로 유명한데, 이 제품을 갖는 건 단순히 제품 자체를 구매하는 게 아닌, 전통과 역사를 함께 소장한다는 뜻이다. 해외 진출 기반을 위한 전시회 등에도 출품하고 있다. 계약까진 이뤄지지 않았으나 여전히 이탈리아 밀라노 등지에 문을 두드리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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일본 교토 니시진오리 회관에 전시된 니시진오리 직물 기계 모형. (사진=방원기 기자)
니시진오리 공업조합은 계승을 위한 20·30 세대 육성에 힘을 쏟고 있다. 수많은 공정 중에서 직기 기계를 다룰 수 있는 사람이 한 사람이라도 빠지면 상품을 만들 수 없는 구조이기에 모두가 중요하다. 기계를 다루기 위해선 최소 3년에서 많게는 10년이 걸리기에 중간에 일을 그만두는 이들이 많다. 인력이 가장 큰 문제로 꼽힌다. 이에 교토시에선 많은 지원을 통해 니시진오리에 취업 소개를 하고, 어릴 때부터 일본 기모노 등에 흥미를 가질 수 있도록 아낌없는 지원을 지속하고 있다.

니시진오리 직물공업조합 니시무라 테츠야(65) 전무이사는 "니시진 오리는 이전의 기술력까지 합치면 1000년 이상 전통있는 역사가 있는 곳으로, 니시진오리 조합에 속한 회사들은 자신들만의 전통과 프라이드를 갖고 현재까지 이어오고 있다"며 "현재까지 명맥을 이어올 수 있었던 건 기술의 전승으로, 이게 가장 중요한 포인트"라고 설명했다. 그러면서 "니시진오리는 일본에서 가장 오래된 전통 산업이자, 대표적인 문화자산이기에 앞으로 100년을 넘어서까지 이어갈 생각을 하고 있다"고 덧붙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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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니시진 다이코쿠초 거리 직물 판매 가게에 진열된 제품 모습. (사진=방원기 기자)
교토 니시진 다이코쿠초 거리엔 니시진오리 직물로 만들어진 제품을 판매하는 가게가 곳곳에서 명맥을 유지하고 있다. 최고의 전성기를 맞았던 1990년대에 비하면 많은 가게가 없어졌으나, 자신들만의 철학과 전통을 고수하며 가게를 이어오고 있다. 매출액도 전과 비교하면 크게 줄었고, 찾아오는 소비자도 줄었다. 그럼 에도 가게를 찾는 소비자를 위해 영업을 지속 중이다. 해당 거리는 사람이 붐비진 않았으나 이따금 손님이 찾아왔다. 일반 시중 제품보다 가격은 비싸지만 그만큼 소장가치가 충분하다는 게 소비자들의 전언이다. 이곳에서 만난 유이(33) 씨는 "일반 제품보다는 가격이 다소 높아도 일본 역사와 전통이 담겨있어 교토 시민들에겐 최고의 제품으로 불린다"며 "어릴 때부터 니시진 직물에 대한 교육을 듣고, 누에고치가 직물이 되는 과정 등을 알아왔던 터라 친숙함이 있다"고 말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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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토 니시진 다이코쿠초 거리 직물 판매 가게에 진열된 제품 모습. (사진=방원기 기자)
▲문화를 보존하기 위한 교토시의 노력=니시진오리 직물 생산 회사와 기기 대수, 직원 수는 해를 거듭할수록 추락하고 있다. 교토시가 추산한 니시진오리 직물 생산 기반 추이를 보면, 1990년엔 849곳이던 니시진 직물 관련 기업 수는 해마다 추락하기 시작해 2002년엔 512곳까지 감소했다. 이어 2008년 415곳, 2011년 369곳, 2014년 321곳, 2017년 287곳, 2020년 246곳, 20223년 233곳까지 내리막을 거듭 중이다. 이에 따라 직물을 만드는 기계 수도 동일하게 추락했다. 직원 수는 1990년 400명대에서 2023년 100명대로 크게 내려앉았다. 판매량 역시 2008년엔 기모노와 금복, 띠, 실내 장식용 직물 등이 600억 원대에서 2014년 350억 원대, 2020년과 2023년엔 200억 원대를 맴돌고 있다. 갈수록 산업이 쇠퇴의 길을 걷고 있지만, 교토시는 지원을 멈추지 않고 있다. 우선, 일례로 니시진오리 직물 계승자에겐 양성 지원금을 지원 중이다. 1967년부터 관련 도구를 구매하기 위한 목적으로 지급된 지원금은 현재까지 1365명이 지원을 받았다. 연수 제도도 눈에 띈다. 교토시엔 상업기술연구소가 존재한다. 여러 상품을 연구할 수 있는 기관으로, 이를 통해 기술의 발전과 여러 제품을 만들 수 있는 다양성을 제공한다.

또 니시진오리 직물 염색 등에 대한 기술을 배울 수 있는 곳이기도 하다. 경영자 양성에도 힘을 더한다. 교토시가 생각하는 '장인'이란 경영적인 감각과는 머리가 먼데, 장인들에게 경제적인 감각을 일깨우고, 대학생과 함께 배울 수 있는 경영자 육성 프로그램도 교토시에서 도맡고 있다. 또 관련 직물 제조를 이어가다 가업이 어려움에 봉착하면, 경제적인 지원과 관련 기계 수리비 등도 지원을 한다. 다른 업종은 이와 같은 지원을 하지 않지만 니시진오리 직물 관련엔 유일하게 지원 중이다.

교토시는 전통산업이 기술이나 문화를 일본 내에서뿐만 아니라 해외에도 널리 알리고, 상품으로 살아갈 수 있는 환경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고 강조하고 있다. 또 판로확대도 필요하지만, 기술을 지키는 게 중요하다고 생각하는 게 교토시의 행정적 지론이다. 전통산업 문화를 지원하는 게 곧 행정의 책임이라 생각한다.

다양한 연령층을 니시진오리로 유입시키기 위한 연결고리 만들기에도 행정적 지원을 한다. 다양한 성격의 교류회를 통해 행정적으로 지도하고 있다. 교류회를 통한 행사를 통해 많은 이들이 서로 인맥을 쌓고, 발전하는 계기를 만드는 것이다. 교류회에서 니시진오리 직물 장인도 함께 참석할 수 있도록 해 행정적인 지원을 돕는다. 참석자들은 20대 대학생부터 50~60대 중·장년층까지 다양하다.

니시진오리 전통거리 활성화를 위한 '앞으로의 미래 50년'에 대해서도 고민이 컸다. 니시진오리를 어떻게 사람들에게 브랜딩 해 알릴 수 있을까부터 출발했다. 지역민뿐만 아니라 오사카 등지에서도 니시진오리를 찾을 수 있도록 했다. 니시진오리만 알리는 게 아닌, 지역의 관광 명소 등을 알려 자연스럽게 니시진오리로 이어질 수 있도록한 것이다. 교토 니시진인 30개 이상의 신사 등이 존재한다. 유명세를 떨치진 않지만, 겨울엔 멋진 설국을, 봄엔 아름다운 녹색 풍경과 매력적인 관광지 등이 있다는 걸 알리는데 주목하고 강조하고 있다. 교토시는 얼마든 값이 비싸도 상품에 대한 매력과 전통이 있다면 브랜드화를 통해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조언했다. 교토시 관계자는 "전통산업만 생각한다면 옛스러움만 남기 때문에 일상생활 속에서 쓰일 수 있는 상품을 만드는 게 중요하다"며 "상품에 대한 가격이 비싸도 값지다면 곧 소비자들의 선택을 받을 수 있다"고 강조했다. 그러면서 "교토시에서 최우선 하는 건 미래에 대한 계승과 기술의 계승"이라며 "브랜드화만 잘 이뤄진다면 충분한 미래가 존재한다"고 말했다.
교토=방원기·심효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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