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사오디세이] 언론은 누구에게 충성해야 하는가

  • 오피니언
  • 시사오디세이

[시사오디세이] 언론은 누구에게 충성해야 하는가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 승인 2021-02-08 14:01
  • 수정 2021-02-08 17:28
  • 윤희진 기자윤희진 기자
이승선 교수
이승선 교수
뉴스 기사를 작성하는 AI는 언론인인가? 국내 뉴스통신사 한 곳은 작년 봄 AI가 쓴 기사를 언론사와 독자들에게 공개했다. 통신사가 그 사실을 밝히지 않았더라면 이용자들로서는 AI가 작성한 기사인지, 아니면 사람 기자가 쓴 기사인지 식별하기 어려웠을 것이다. AI가 작성한 날씨 관련 기사에는 '건강관리에 각별히 주의하면 좋겠다'며 사람들을 걱정해 주는 내용도 담겨 있다. 그래도 '아직은' AI를 언론인으로 취급하지는 않는다. 그러나 AI가 언론인인가라는 질문은 장차 더욱 민감해질 것이다. '사람 기자'들이 쓴 기사와 AI가 작성한 기사가 내용이나 관점에서 차이가 없다면, 도대체 사람 기자들로 구성된 언론인이 왜 필요한가, 라는 의문이 간단없이 제기될 것이기 때문이다.

현행법상 언론인은 '언론사의 대표자와 임직원'을 가리킨다. '언론중재법'과 김영란법으로 알려진 '청탁금지법'에 그렇게 규정하고 있다. 2016년 헌법재판소는 언론인의 선거운동을 금지한 공직선거법 조항에 대해 위헌을 선고했다. 이 결정의 취지를 따르면, 언론인의 개념은 변화할 수 있으나 기사를 쓰는 기자나 언론사의 대표, 임원이 언론인의 범주에 있다는 점은 분명하다. 그렇다면 언론인은 왜 존재하는가. 충성의 의무가 있는가. 누구에게 충성해야 하는가.



대중의 신뢰를 받는 언론으로 뉴욕타임즈나 워싱턴포스트를 꼽는다. 이유는 단순하다. 그들은 독자에게 충성하는 것을 기조로 삼는다. 독자들이 그들의 고용주라고 명쾌하게 말한다. 뉴스정보를 수집하는 이유도 독자들의 이익을 위해서라고 명토 박는다. 언론인으로서 그들의 지위는 자신의 사적인 목적이나 다른 사람들의 이익을 추구하기 위한 것이 아니라고 말한다. 독자들에게 공개하지 않은 정보를 다른 용도로 써서는 안 된다는 점도 분명히 하고 있다. 그들은 크든 작든 독자들에게 잘못된 정보를 전달했다면, 즉시, 바로잡은 수정된 정보를 제공한다. 그것이 독자들에게 충성을 다하는 길이라고 믿는다. 그들은 허위의 날조된 정보를 제공하는 언론인, 다른 언론인의 기사를 표절한 언론인을 감싸지 않는다. 해고한다. 뿐더러 왜 자기 언론사가 독자들에게 해로운 정보를 제공했는지 자체 조사해 공개한다. 객관적인 태도로 어김없이 정확한 정보를 보도하는 것이 진실에 부응하는 것이며, 언론인이 충성해야 할 대상은 오로지 독자들이라는 믿음은 언론을 경영하는 대표자와 임원들에게도 굳건하다.

워싱턴포스트는 '지미의 세계' 기사로 퓰리처상을 수상한 재닛 쿡의 기사가 조작된 것이라며 그를 해고하고 사과문을 게재했다. 뉴욕타임즈는 자사의 블래어 기자가 다른 기사를 표절하고 허위로 작문했다며 기자를 해고했다. 설즈버거 회장의 이름으로 1면에 사과문을 게재하고 진상을 기사로 다뤘다. 이들 신문사의 발행인과 기자들이 저 유명한 펜타곤 페이퍼 사건이나 워터게이트 사건에서 언론사의 명운이 걸렸다는 점을 알면서도 진실 공개로 독자들에게 충성했다는 것은 잘 알려져 있다.



한국의 언론은 누구에게 충성하는가? 독자에게 충성하는 것이 아니라 출입처의 이익, 언론인 자신의 현재와 미래 이익, 대표자나 임직원의 이익을 위해 충성하고 있다는 대중의 의혹을 불식시킬 수 있는가? 최근 국내 한 신문사에서 법조 관련 기사의 편파성 시비로 현장 기자들의 성명서가 발표되었다. 데스크나 국장단의 시각은 성명을 발표한 기자들과 차이가 있어 보인다. 익명으로 발표된 중견 언론인의 내부 글은 '관점'을 가진 뉴스 생산의 가치를 말했다. 뉴스는 사건을 압축하고 요약하여 재구성하는 것이기에 관점을 가질 수밖에 없다. 독자들은 뉴스의 정확성과 진실성 그리고 언론사의 관점에 대가를 지불하고 구독한다. 한국의 언론 역시, 언론사의 대표든 임원이든 일선 기자든 오로지 독자의 이익을 위해 충성해야 한다. 그래야 독자가 살고 나라의 민주주의가 건강하게 굴러가고 궁극적으로 언론도 생존한다. 간단한 이치다.

/이승선 충남대 언론정보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쌍용동 아파트서 층간소음 문제로 살인사건 발생
  2. 천안법원, 정차 차량 들이받고 도주한 40대 여성 '징역 1년 6월'
  3. "역대 최대 1조 2천억 확보" 김해시, 미래 성장동력·안전망 구축 탄력
  4. 천안시의회 박종갑 의원, 경로당 안마기기 구매 과정 점검 필요성 제기
  5. 백석대 상담대학원, 서울보호관찰소와 교류협력을 위한 업무협약 체결
  1. 천안시의회 노종관 의원 대표발의, '천안시 지역생산품 구매촉진 및 판로지원 조례 일부개정조례안' 본회의 통과
  2. 교실 CCTV 설치 근거 생길까… 법사위 심의 앞두고 교원단체 반발
  3. 연암대 연합팀 '7DO', 충청·강원권 공유·협업 창업 아이디어 경진대회 대상
  4. '대량 실직 위기'…KB국민카드 대전 신용상담센터 노동자 150여 명 불안 확산
  5. 어깨·허리 부상 잦은 소방공무원에게 물리치료사협회 '도움손'

헤드라인 뉴스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탄력받나… 李대통령 "모범적 통합" 언급

대전·충남 행정통합 추진이 탄력을 받을 전망이다. 이재명 대통령이 대전·충남 행정통합에 대해 긍정적으로 언급하면서다. 김태흠 충남지사와 이장우 대전시장은 이 대통령의 긍정적 반응에 대해 환영의 뜻을 밝히며 행정통합 법안 처리에 적극적으로 나서줄 것을 요청했다. 이 대통령은 5일 충남 천안 한국기술교육대학교에서 '첨단산업의 심장, 충남의 미래를 설계하다'라는 주제로 열린 타운홀미팅에서 '5극 3특' 체제를 거론하며 "지역 연합이 나름대로 조금씩 진척되는 것 같다"면서도 "협의하고 협조하는 수준이 아니라 대규모로 통합하는 게 좋다고 생..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 당진에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 유치

충남도가 2조 원 규모 AI데이터센터를 유치했다. 김태흠 지사는 4일 도청 대회의실에서 오성환 당진시장, 안병철 지엔씨에너지 대표이사, 정영훈 디씨코리아 대표이사와 당진 AI데이터센터 건립을 위한 투자협약을 체결했다. 협약에 따르면, 지엔씨에너지는 당진 석문국가산업단지 내 3만 3673㎡(1만 평) 부지에 건축연면적 7만 2885㎡ 규모로 AI데이터센터를 건립한다. 이를 위해 지엔씨에너지는 디씨코리아 등과 특수목적법인(SPC)을 구성하고, 2031년까지 2조 원을 투자하기로 했다. 지엔씨에너지는 이와 함께 200여 명의 신규 고용..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평당 분양가 2797만 원 달해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가 사상 처음으로 800만원을 넘어섰다. 평당(3.3㎡) 분양가로 환산하면 2797만 원에 달했다. 5일 리얼하우스가 청약홈 자료를 분석한 결과, 11월 전국 민간아파트 ㎡당 평균 분양가격은 827만 원이다. 관련 통계를 작성한 이후 최고치로 1년 새 6.85% 올랐다. 전국 ㎡ 당 분양가는 지난 2021년 530만 원에서 2023년 660만 원으로 오른 데 이어 2024년에는 750만 원까지 치솟았다. 올해 들어 상승 흐름은 더 빨라져 9월 778만 원, 10월 798만 원, 11월 827만 원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 ‘추울 땐 족욕이 딱’ ‘추울 땐 족욕이 딱’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