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오늘과 내일] 근대 계몽기 한국어의 발견

  • 오피니언
  • 오늘과내일

[오늘과 내일] 근대 계몽기 한국어의 발견

백낙천 배재대 인문사회대학 학장

  • 승인 2021-03-28 13:43
  • 신문게재 2021-03-29 19면
  • 송익준 기자송익준 기자
백낙천 배재대 인문사회학장
백낙천 배재대 인문사회대학 학장
1873년 대원군이 실권한 후, 수구파와 개화파의 갈등으로 인한 혼란스러운 정국과 청나라 및 서구 열강들의 내정 간섭 등으로 조선의 상황은 정치적으로 복잡하였다. 이를 간파한 일본은 그들의 의도대로 통상 조약을 강요할 기회를 엿보다가 1876년(고종 13년) 일본 군함 운양호가 강화 앞바다에 나타나 조선 수비병의 발포를 유발한 이른바 운양호 사건을 일으켰다. 일본은 이것을 빌미로 강화도 조약(공식 명칭: 병자수호조약)을 체결하였다.

1876년 2월 27일 체결된 조약으로 부산, 원산, 인천이 개항되었으며, 일본은 조선에서의 우위를 차지하려는 음모를 계획하는 등 조선의 국운은 풍전등화의 상황으로 치달아 국권이 흔들리고 민족의 자존심이 훼손되는 어지러운 상황을 맞이하였다. 그러나 강화도 조약은 조선의 자발적 개항이 아닌 일본의 외압에 의한 후속적 조치였지만 역설적으로 조선은 국제무대에 눈을 돌리는 출발이 되었으며, 서양에 문화가 개방되고 신문명이 들어오는 계기가 되었다.

즉, 이 시기는 문호 개방에 반대하는 위정척사 운동 및 수구파의 임오군란과 개혁파의 갑신정변 외에도 동학 농민 운동, 갑오개혁, 을미사변, 아관파천 등이 연이어 발생한 격동의 구한말이었고 아직 모든 것이 결정되지 않은 근대 한국 역사의 현장이었다.

한편, 언어의 근대화는 언어의 규범화와 상관관계를 갖게 되고 언어의 규범화는 필연적으로 언어에 대한 인위적 개입이 수반되고 표준화의 과정을 거치게 되면 그 결과로 언어의 지위가 확정되어 한 나라의 국어로서 자격을 획득하게 된다. 우리의 경우도 예외는 아니어서 근대 계몽기라고 말할 수 19세기 후반에 전개된 일련의 어문 운동은 맞춤법 및 표준어 정리에 집중되었으며, 서양 선교사들이 주도한 성경 번역 및 한글 보급의 확산을 통해 언어의 근대화 과정이 이행되었고 이 과정에서 한글이 근대적 전환의 상징이 되었으며 이를 통해 국어 의식을 형성해 나갔다.

즉, 19세기 후반기는 혼란의 시대적 상황 속에서 한국어가 언어 간 접변에 놓여 상대화되면서 한국어가 관찰되고 교육되었으며, 역설적으로 한국어의 외연이 확대되었던 시기였다. 이 시기 서양 선교사들은 한국어를 학문의 대상으로 삼아 본격적인 연구를 했다기보다는 선교를 위한 목적에 한국어가 현실적이고 실제적인 입장에서 필요했던 시기이기도 하였다.

특히, 서양인의 한국에 대한 관찰 기록으로 주목할 것은 1653년 네덜란드인 하멜(Hamel)이 일본 나가사키를 향해 가다가 난파되어 제주도에 표착하면서 시작한 14년 가까운 억류 생활을 기록한 『하멜 표류기』이다. 이 책은 당시 조선의 지리, 풍속, 정치, 종교, 교육에 대한 내용을 관찰 기록하였다. 그러다가 우리나라에 대한 객관적인 이해에 바탕을 둔 체계적인 기술이 시도된 것은 19세기에 독일 출신의 네덜란드 의사인 지볼트(Seibold)가 조선의 언어를 수집하고 기술하기도 하였다.

특히, 서양인의 한국어에 대한 정보가 부족했던 이 시기에 한국어에 대한 자료로서 주목할 것은 메드허스트(Medhurst)가 1835년에 편찬한 『朝鮮偉國字彙』이다. 이 책은 중국에서 선교 활동을 하면서 중국어와 한문에 능통하였던 메드허스트가 『왜어유해』와 『천자문』을 영어로 번역하고 여기에 나타난 조선의 어휘를 모아 놓은 것으로 이후 서양인의 한국어 학습서 편찬에 도움을 주었다. 나아가 파리외방전교회 소속 천주교 사제들과 뒤이어 개신교 선교사들에 의해 한국어가 관찰되고 한국어 학습서가 편찬되었다.

따라서 19세기는 서양인에 의해 한국어에 대한 관심과 관찰이 기록된 시기로 한국어 교육의 맹아적 단계라고 할 만하다. 그런 점에서 오늘날 한국어의 국제적 위상이 높아지고 한국어교육의 양적 성장과 확산이 이루어지고 있는 이때에 한국어교육의 역사적 과정을 살펴보는 것은 의미가 있는 일이다.

백낙천 배재대 인문사회대학 학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르포] "지하 파고, 흙더미 쌓인 트램 공사장"… 폭우 앞둔 대전 도심
  2. 허태정 대전시장 "무너진 시정 회복 시급…민생 최우선"
  3. 반도체, 장관인사 이어 차관도 충청 홀대…19개부처 달랑 2명
  4. '중수청 5급' 검사엔 낮고, 경찰엔 기회?… 직급 셈법에 대전·충청 수사현장 촉각
  5. "지우고, 살리고…" 수장 바뀐 대전 3개 자치구 전임 정책 대수술
  1. 허태정 시장 "시민의 삶의 무게를 시정의 나침반으로 삼겠다"
  2. [문예공론] 이순(耳順)에 서서 예순의 문턱에서 쓰는 자서(自序)
  3. 대전 갈마동 노후 주거지 국토부 정비 지원사업 최종 선정
  4. [오늘과내일] 책임과 회피
  5. 충남대, '메가 유니버시티' 재확인…"대학 혁신 구성원 협력 필요"

헤드라인 뉴스


대전시 재정난 후폭풍…자치구 현안사업 줄줄이 빨간불

대전시 재정난 후폭풍…자치구 현안사업 줄줄이 빨간불

대전시 재정난에 시비를 투입해야 하는 각 자치구 현안사업 역시 잇따라 빨간불이 켜졌다. 대전의료원, 대덕구 신청사 이전 등 주민 복지나 미래성장 동력과 직결된 굵직한 사업들이 건립 과정에서 예산 부족으로 난항이 불을 보듯 뻔하다. 제3시립도서관, 제2시립미술관, 음악전용홀 등 민선 8기 대전시가 추진했던 대형 SOC 사업도 지연 또는 무산 위기에 처했다. 6일 중도일보 취재결과, 지난 1일 민선 9기 대전시와 5개 자치구가 출범하자마자 재정난에 직면하면서 내부적으로 심란한 분위기가 감돌고 있다. 민선 9기는 국비 확보와 재정 운용,..

비싼 기름값, 더 빨리 오른 이유 있었네…검찰, 4대 정유사 26조원대 가격담합 파악
비싼 기름값, 더 빨리 오른 이유 있었네…검찰, 4대 정유사 26조원대 가격담합 파악

중동전쟁 직후 대전지역 기름값이 급등한 배경으로 국내 정유사들의 가격 담합이 있었던 것으로 드러났다. 6일 주유업계 등에 따르면, 서울중앙지검 공정거래조사부는 타사와 유가 인상 시기와 규모를 교환하고, 중동전쟁 직후 유가를 대폭 인상한 혐의로 HD현대오일뱅크와 가격 결정 부서 직원 2명을 공정거래법 위반 혐의로 기소했다. HD현대오일뱅크와 가격을 담합한 SK에너지 및 담당 직원은 자진신고자 감면제도, 이른바 리니언시에 따라 기소 대상에서 제외된 것으로 파악됐다. GS칼텍스와 에쓰오일도 기소 대상에서는 빠졌다. 검찰은 HD현대오일뱅크..

한화, 전반기 마지막 NC와 운명의 3연전 `5위 탈환 노린다`
한화, 전반기 마지막 NC와 운명의 3연전 '5위 탈환 노린다'

전반기 마지막 3연전이 한화 이글스의 전반기 성적표를 좌우할 전망이다. 시즌 내내 5할 승률 안팎에서 순위 싸움을 이어온 한화는 NC 다이노스와의 맞대결 결과에 따라 5위 탈환의 발판을 마련할 수도, 추격을 허용한 채 올스타 브레이크를 맞을 수도 있는 갈림길에 섰다. 한화이글스는 7일부터 NC 다이노스와 홈 3연전에 나선다. 한화는 올 시즌 꾸준히 반등의 계기를 만들었지만 흐름을 길게 이어가지 못했다. 연승으로 상승세를 탔던 흐름이 다시 꺾이는 일이 반복되면서 상위권 도약의 기회를 번번이 놓쳤다. 그럼에도 5위와의 승차가 크지 않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방학과 휴가철 앞두고 분주한 여권창구 방학과 휴가철 앞두고 분주한 여권창구

  • 올 여름엔 나도 ‘몸짱’ 올 여름엔 나도 ‘몸짱’

  • 장맛비 내리는 대전 장맛비 내리는 대전

  • 가족사랑 금요장터서 농산물 구입 가족사랑 금요장터서 농산물 구입