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검색에 없는 대전충남史]김수남 작가 "판잣집은 전쟁 겪은 대전 상징적 존재"

[검색에 없는 대전충남史]김수남 작가 "판잣집은 전쟁 겪은 대전 상징적 존재"

대전에서 자라고 생활한 삶 문학으로 승화
대전천 뚝방에 두꺼비집 일렬종대 늘어서
"판잣집 재현은 대전 삶의 복원" 의미부여

  • 승인 2021-04-15 15:45
  • 수정 2021-08-08 10:51
  • 신문게재 2021-04-16 10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KakaoTalk_20210406_071736784


"중교에서 한 채 한 채 들어서던 하꼬방은 첫집이 뚜꺼비집처럼 웅크리고 세워진 지 석 달도 못 되어서 무려 100m도 넘는 일렬종대로 변했다. 하꼬방들의 모습은 오뉘처럼 닮아 있었다. 우리는 달바라기. 달을 보고 살아요. 태양은 눈부셔서 눈물이 나요. 그래서 밤마다 달만 보고 산대요."

김수남 작가는 1980년 발간한 소설 '달바라기'에서 전후(戰後) 대전시민들의 삶을 문학에 담았다. 과부집 아들 만배, 홀아비의 아들 동칠이 그리고 진구까지 전쟁에서 살아남아 대전천 판잣집에 정착한 세 아이들이 겪는 생활을 그렸다. 칡뿌리를 캐어먹으려 보문산을 헤매고 남녀노소 없이 여름밤 대전천에서 목욕하며 더위를 식히던 그 때가 소설로 재현됐다. 원동네거리에 있던 부서진 탱크는 '달바라기'에서 아이들 놀이터로 묘사됐다. 김 작가는 아이들 입을 빌려 "죽었다가 못 살아나면 어른들은 왜 총으로 쏴서 죽이구 그러니? 다시 살아날 수 있으니까 죽이는 거지."라며 전쟁의 잔혹성을 꼬집는다. 소설 속 배경은 대전천과 판잣집, 역전시장, 대전역 등인데 그는 "바람이 불면 날아가지 않으려고, 슬픈 일이 있으면 우는 모습을 보이지 않으려고 등을 잔뜩 움츠리고 있는 하꼬방"이라며 판잣집을 묘사했다.

김수남 작가는 6.25전쟁 발발 직후 대전역을 떠나는 마지막 열차 지붕에 오른 피난 세대다. 7살이던 김 작가와 10살 형, 13살 누나를 앞세우고 김 작가의 어머니는 갓난 막내까지 등에 업고 대전역 피난열차 지붕에 올랐다. 김 작가는 "대전역 열차는 유리창이 모두 깨진 채, 객실은 피난민들로 가득 차 들어갈 틈이 없었다"라며 "갓난애를 업고 채 자라지 않은 자식 셋을 앞세워 어머니는 어떻게 피난열차 지붕에 오르셨는지 놀랍고 위대하다는 말로밖에 표현할 수 없다"라고 밝혔다.



김수남 작가 '달바라기'
대전천 판잣집을 배경으로 한 김수남 작가의 소설집 '달바라기' 1980년 4월 발간한 이 책은 당시 정가 2000원이었다.
그해 9월쯤 대전에 돌아온 김 작가는 대전역에서 바라본 대전시내 풍경을 "검은 연기가 곳곳에서 올라오고 2층 이상 성한 건물이 없다시피 했다"라고 기억했다. 그가 전후(戰後) 대전에서 겪은 경험은 소설 '달바라기'에 그대로 투영됐다.

김 작가는 "폭격으로 폐허가 된 도시에 일거리와 끼니를 찾아 사람들이 모여들었고, 주변에서 구할 수 있는 자재가 나무와 미군 통조림 캔이었다"라며 "얼기설기 엮어 대전천변에 판잣집 하나가 만들어지면 다른 사람이 잇대어 거처를 만들고 그렇게 반복해 일렬종대 판잣촌이 생성됐다"라고 설명했다.

허리 펼 수 없을 정도로 낮게 웅크린 판잣집은 바람 불면 흔들흔들 비명을 질렀고, 겨울이면 난로 화재 걱정이오 여름이면 홍수에 떠내려가지 않을까 근심이었다.

김수남 작가는 "여름이면 대전 사람들은 대전천을 목욕탕처럼 사용했는데 가로등도 없던 시절 남자 여자 가리지 않고 대전천에 들어가 더위를 식혔다"라고 회상했다.

그는 대전을 낳은 판잣집을 일부라도 재현해 경험을 공유했으면 하는 작은 바람이 있다.

김수남 작가는 "대전은 6.25전쟁과 떼어서 생각할 수 없고 가장 상징적인 게 판잣집이며, 판잣집 재현은 삶의 복원"이라며 "경험이 육화돼 여러 작품에 대전이 등장하는데 삶의 마지막 순간까지 펜을 들고 싶다"라고 밝혔다.
임병안 기자 victorylba@

●…김수남 작가는 ▲1944년 일본 시즈오카현 출생 ▲원동초·대전중·대전고·충남대 국문학과 ▲1966년 조선일보 신춘문예에 단편 '조부사망급래' 당선 ▲2021년 소설집 '그자들은 쇤네를 똥개라 불렀습죠' 발간 ▲대전성모여고 교사 역임.

20210416_01010110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