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전문인칼럼]왜 적의 동굴로 들어가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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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전문인칼럼]왜 적의 동굴로 들어가시나요?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 승인 2021-04-11 15:05
  • 신문게재 2021-04-12 18면
  • 박병주 기자박병주 기자
변호사김이지사진
한국무역협회 대전세종충남전문무역상담센터 전문위원·김이지 법률사무소 이지 대표변호사
어느 거래처 대표님과 점심 식사 때 들은 이야기다. 그 대표님에게는 한 살 위의 형이 있는데, 스무 살이 되자마자 여자친구를 사귀었다고 한다. 그 사실을 알고 어머니는 우리 아들이 다 커서 여자도 만나는구나 하고 무척 기뻐하셨단다. 그러다가 드디어 형이 여자친구를 집에 데려왔는데 어머니는 자기 마음에 쏙 든다며 매우 잘해주셨다. 그 뒤로 자주 연락하고 만나고 딸 같이 지내는 사이가 된 것이다. 옆에서 보기에도 아들보다 그 아가씨를 더 좋아하시는 것 같았단다.

어느 날 남자친구가 무슨 잘못을 했는지, 이 아가씨가 어머니에게 전화해 '어머니, OO가 어쩌고저쩌고~~~ 너무 미워요. 어머니가 보시기에도 OO가 정말 잘못했지요?'라고 잔뜩 남자친구 흉을 본 것이다. 아가씨 생각엔, 평소에 그렇게도 자기를 예뻐하시던 분이니, '그래, 네가 참 속상했겠구나. 내가 이 녀석 혼을 내주마.' 이런 걸 기대했을지도 모르겠다. 그런데 이게 웬걸, 어머니는 크게 화를 내시면서 '네가 나한테 어떻게 이러느냐. 내 아들이 뭘 잘못했다고. 너 참 나쁘구나'라고 야단을 치셨다는 것이다.

제 3자가 보면 당연한 결말인지 모르겠으나, 그동안 딸같이 살갑게 지냈던 아가씨 입장에서는 정말로 배신감 느낄 만하다. 단지 아가씨가 몰랐던 것은, 어머니가 딸처럼 예뻐한 이유가 정말로 예뻐서가 아니라 오로지 아들에 대한 눈먼 사랑에 기인한 것이었다는 사실일 게다.

필자는 대전 지역에서 활동하는 여성 변호사로서, 최근 들어 여성들의 이혼 사건을 전문적으로 다루고 있다. 그러다 보니 이혼상담을 하러 온 다양한 여성들을 만나게 되는데, 다들 성격이 다른 것 같아도 여성 특유의 공통점들이 있다. 우선 여성들은 마음속에 오랫동안 쌓인 것들을 가지고 있다. 개인차와 성격 차는 있겠지만, 대부분 여성은 이혼을 결심하기까지 정말 오랫동안 여러 번 참고 넘어가고 견디는 편이다. 자기 위주 성격을 가진 여성들조차 의외로 상대방을 배려한다.

그런 특성이 잘 드러나는 부분이, 여성들은 변호사를 찾아 이혼상담까지 하러 왔지만 그렇다고 쉽게 이혼소송을 시작하지는 않는다. 그들은 상대방으로부터 무시나 부당한 대우를 오랫동안 받고 더는 참을 수 없어 이혼 변호사를 찾아왔건만, 그래도 상대방에게 모질게 하지 못 한다. 또, 상대방과 더 이상 대화가 되지 않을 때 혹은 이익을 최대화하기 위한 방법으로 '소송'이라는 처방전을 받아들고서도 '협의를 한번 해보겠다'라고 말하면서 그대로 돌아간다.

이들의 운명은 여러 갈래로 나뉘어진다. 협의를 시도해보고 벽 같은 상대에게 부딪치자 바로 다시 찾아오는 분, 자기가 손해를 보고서도 상대가 선심을 쓰듯 제시하는 조건에 그냥 합의하고 끝내는 분, 이도 저도 시도할 힘이 없어 지금까지처럼 계속 고통 속에 머물러 있는 분….

그래서 '그래도 말은 한번 해봐야 할 것 같다'면서 돌아가시는 분들에게 필자는 꼭 강조한다. '이야기는 나눠보시되 절대로 손해 보는 입장에서 지고 들어가지 말아라, 그럴 이유가 하나도 없고, 법에서 인정하는 권리가 있으니 당당하시라.' 얼마나 도움이 되었을지는 모르겠다. 이혼소송을 자꾸 하다 보니 필자가 싸움닭이 되어가는 건지, 내세우는 것처럼 정말 이혼 전략가가 된 것인지, 필자가 보기에는 그냥 '이혼 소장'을 날려버리면 그동안 부인을 무시하던 남편이 깜짝 놀라 부인의 조건에 대해 진지하게 귀 기울일 사례들이 많은데도, 끝까지 주저들을 하신다.

가장 최근에는, 남편과는 도대체 협의가 불가능하다기에 그러면 소송이 해결책이라고 알려드리자, 망설이더니 이런 말을 남기고 가시는 게 아닌가. '시댁에 가서 이야기를 해봐야겠어요' 아니, 왜 적의 동굴로 들어가려 하시나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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