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영어 동화책에 빠진 영어수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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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영어 동화책에 빠진 영어수업

  • 승인 2021-05-09 09:39
  • 수정 2021-06-24 13:58
  • 신문게재 2021-05-07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20210507 영어 동화책에 빠진 영어수업(태안여중 교사 김정아)
김정아 태안여중 교사
학창 시절, 아니 교사가 되고 나서도 지도상 서쪽 끝자락에 위치한 안면도에서 학생들을 가르치리라고는 상상도 못했다. 전북에서 태어나고 자라 약 10년간의 교직 생활을 한 후, 도간 내신을 통해 제2의 고향이 된 충남으로 오게 됐다. 2020년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한 코로나19 상황 속에 한 번도 경험해보지 못했던 영어 교사로서 내 수업에 대한 만족감을 느끼며 안면중학교에서 가장 빛났고, 가장 행복했던 순간들을 보낼 수 있었으며, 그 중심엔 단연 안면중학교 학생들이 자리하고 있다.

시골에 위치한 학교 특성상 아이들은 영어라는 언어에 노출될 기회가 많지 않았고 또 영어를 배워야 하는 이유도 없었던, 그러면서도 쌩끗 웃으며 "English teacher! Hello~"라고 인사말을 건네는 참 예쁜 아이들이었다. 이런 아이들과 어떻게 수업을 하면 영어가 단순 교과가 아닌 언어로서 듣고, 말하고, 읽고, 쓰는 즐거움을 가져다주고 궁극적으로 영어 실력도 향상시켜 도시 아이들에게 뒤처지지 않는 경험을 제공할 수 있을까라는 고민을 했고, 그 물음의 끝에는 영어 동화책이 살포시 자리하고 있었다.

영어 동화책 속에 담긴 짧은 문장들로 이야기가 끝나는 것이 아닌 그 문장들 속에 숨은 의미를 찾고 그림들을 찬찬히 살펴보며 그 옛날 읽었던 동화책이 그간의 세상을 살아온 다양한 경험 속에서 의미가 새로 보이며 통찰력이 생기고 그래서 최종적으로 나도 이런 동화책 한 권 쓸 수 있지 않을까? 란 생각을 품게 만든 것이 바로 영어 동화책이었다.

'나도 영어 동화책 작가다!'라는 최종 목표를 위해 아이들과 먼저 '영어 동화책에 빠진 영어 수업'을 진행했다. 영어로 가득한 챕터북이나 원서에 비해 짧은 문장과 화려한 그림들이 함께 자리한 영어 동화책은 아이들의 관심을 사로잡았고 기본 단어조차 잘 모르던 아이들도 혼자 피식대며 영어 동화책에 빠져드는 믿을 수 없는 광경을 지켜보게 되었다. 영어 교사로서 이런 모습을 보다니!! 오! 감사합니다!! 영어를 잘하는 아이들도, 또 어려워하는 아이들도 영어 동화책을 읽는 이 시간만큼은 영어라는 언어를 통해 글을 읽으며 즐거움을 얻게 된 것이다. 다양한 종류의 영어 동화책을 읽고 생각을 영어로 표현해보고 그림도 그려보는 활동을 병행하며 영어 동화책 작가가 되기 위한 연습을 틈틈이 이어갔다.



아이들이 만들어낸 영어 동화책은 아이들마다 결을 달리하는 다양성과 독특함 그리고 남다른 통찰력까지 보여주었다. 같은 내용의 교과서만으로 지도하는 상황에서는 전혀 알 수 없었던 아이들의 성향과 삶을 대하는 태도, 가치관 등이 고스란히 학생들의 동화책에 녹아있었다. '영어 동화책에 빠진 영어 수업'을 진행하면서 아이들도 영어를 언어로서 즐길 수 있게 됐고, 무엇보다 아이들의 성장에 가장 기뻐하며 교사하길 잘했다고 나 스스로를 토닥일 수 있게 되었다. 아이들은 교사가 많은 것을 준비하고 믿어주는 만큼 자라고 그 안에서 우리들도 성장하는 것 같다. '영어 동화책 속에 빠진 영어 수업'은 정말 탁월한 선택이었던 것 같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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