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속으로]'Stop Asian Hate'가 주는 메시지

  • 오피니언
  • 세상속으로

[세상속으로]'Stop Asian Hate'가 주는 메시지

박미랑 한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 승인 2021-05-03 09:24
  • 신문게재 2021-05-04 18면
  • 신성룡 기자신성룡 기자
2021033001002625300115341
박미랑 한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외출을 준비하는 한 사람이 있다. 그가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밖에 나가는 것이 두렵다는 것을 민족적 동질성이 강한 한국사회에서 이해할 수 있을까?

코로나19 발병 이후, 미국 전 대통령은 줄곧 중국 책임론을 거론하며 날을 세웠다. 그리고 그의 정치적 발언의 여파는 미 전역의 특정 인종에 대한 공격으로 이어지고 있다. 대다수 피해의 대상자는 아시아계이다. 그들은 그동안의 불편한 감정을 필터 없이 던져내고 있고 길거리에서 내뱉는 혐오의 발언은 매우 공격적이고 동반되는 행동은 폭력적이다.



이러한 사건을 혐오범죄라고 칭하며 미국 내 현 대통령까지 아시안에 대한 혐오를 멈춰달라는 목소리를 내었다. 혐오범죄는 나와 '다른' 것에 대한 불편함을 이유로 공격성을 내보이는 범죄이다. 이러한 혐오범죄는 미국 내 오랫동안 존재해왔다. 가해자는 멀리 있지도 않다. 고용주이기도 했고, 이웃이기도 했으며, 공무원 그리고 정치인이기도 했다. 지금은 인종을 이유 삼아 혐오를 표현하지만, 인종뿐만 아니라 민족성, 성적 지향성, 종교 등 모든 '다름'이 그 이유가 된다.

미국은 1998년 「혐오범죄 예방법」을 제정한 이후 혐오범죄에 대한 통계를 매년 보고해왔다. 통계치를 살펴보면 가해자의 15%가량이 청소년이었고, 인종 기준으로 살펴보면 48%가 백인, 24%가 흑인이 가해자였다. 아시안이라는 이유로 공격을 한 현재의 가해자들의 인구학적 요인과 조금 다른 모습이기도 하다. 그러나 어떠한 이유였건 혐오 범죄 가해자들은 자신의 행동을 정당화하고, 모든 원인을 피해자로 돌린다. 또한, 그들의 피해가 원인제공과 비교하면 크지 않다고 피해와 책임을 부정하며 정당화한다. 낮은 자존감과 낮은 사회 성취도를 가진 것이 공통적인 특징으로 보고되고 있다. 다행히 최근의 몇몇 인종에 대한 혐오 범죄는 뉴스에 보도되고 있지만, 미국 사회 내 대다수의 혐오범죄 피해자는 신고하지 않는 경향이 있다. 성적 지향성이 다른 이들은 복수에 대한 두려움을 갖고 있고, 아웃팅에 대한 두려움이 있고, 이민자들은 언어에 대한 한계와 추방에 대한 두려움 그리고 수치심으로 인해 사건을 혼자 감내해간다.



이러한 혐오 범죄는 왜, 언제 일어날까? 기득권이 특정 인종이나 민족적 집단이 경제적 성장을 보이는 것을 분노할 때, 이들이 기존의 이웃 가치와 안전을 위협하는 존재라고 느낄 때 이들은 분리, 차별, 주변화를 통해 희생양을 찾으려 한다. 그러한 분위기가 퍼지고 나면 스릴(thrill) 추구자는 폭력과 괴롭힘을 위한 소수집단을 찾아 무작위로 공격하며, 사명 가해자(mission offender)는 사회의 악을 제거한다는 믿음을 깔고 수동적 관찰자들이 존재하는 가운데 즉흥적 충동으로 혐오적 공격을 가하게 된다. 다른 모습을 한 이들이 집단의 정체성, 문화적 규범, 사회적 안정성을 침식한다는 믿음으로 공격을 정당화한다. 특히 경제가 나빠질 때 이러한 혐오범죄는 더욱 고개를 든다.

미국 내 아시안에 대한 혐오범죄가 반복적으로 발생하면서 사람들은 '아시안에 대한 혐오를 멈춰라'는 운동을 시작하였다. 인상적인 것은 이러한 혐오범죄를 대하는 사회적 대응이다. 단지 혐오범죄가 문제가 아니고 이것은 미국 사회가 그렇게 우려하는 '차별'의 문제이고 '인종주의'의 문제이며 우리 모두의 안전을 위협하는 '폭력'의 문제라고 인식한다는 점이 고무적이다.

혐오 범죄는 단순히 인종 문제가 아니다. 나와 다른 것을 인정하지 않는 사회적 폭력이 그 본질이다.

그렇다면 우리 한국사회는 안전하고 건강한가? 내가 선택하지 않은 피부색, 성별, 그리고 그 무언가로 인해 무작위적 두려움에 휩싸여야 하는 사회는 나의 안전도 위협하는 사회이다. 그렇다면 "stop Asian hate" 메시지는 어찌 보면 너무나 쉽게 차별과 혐오를 표현하는 우리 사회가 들어야 하는 반성의 메시지이다. /박미랑 한남대학교 경찰학과 교수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서산 대산단지 '분산에너지 특화지역' 지정… 기존 전기료比 6~10%↓
  2. 충남대 올해 114억 원 발전기금 모금…전국 거점국립大에서 '최다'
  3. 셀트리온 산업단지계획 최종 승인… 충남도, 농생명·바이오산업 거점지로 도약
  4. 한남대 린튼글로벌스쿨, 교육부 ‘캠퍼스 아시아 3주기 사업’ 선정
  5. 심사평가원, 폐자원의 회수-재활용 실천 '기후에너지환경부 장관상'
  1. "천안·아산 K-POP 돔구장 건립 속도 낸다"… 충남도, 전문가 자문 회의 개최
  2. 충남도, 도정 빛낸 우수시책 12건 선정
  3. [장상현의 재미있는 고사성어] 제224강 위기득관(爲氣得官)
  4. 대전 유치원 방과후과정 전담사 파업 장기화, 교사-전담사 갈등 골 깊어져
  5. 목원대 김병정 교수, 학생들과 보드게임 정식 출시

헤드라인 뉴스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에 충청 3선 조승래 의원 거론

민주당 차기 원내대표에 충청 3선 조승래 의원 거론

더불어민주당 김병기 원내대표가 30일 각종 비위 의혹으로 자진 사퇴한 가운데 차기 원내대표 후보군 중 충청 출신이 거론돼 관심이 쏠리고 있다. 주인공은 현재 당 사무총장인 3선 조승래 의원(대전유성갑)으로 그가 원내사령탑에 오르면 여당 당 대표와 원내대표 투톱이 모두 충청 출신으로 채워지게 된다. 민주당은 김 전 원내대표의 후임 선출을 위한 보궐선거를 다음 달 11일 실시한다. 박수현 수석대변인은 이날 국회에서 열린 비공개 최고위원회의를 마친 뒤 기자들과 만나 "원내대표 보선을 1월 11일 실시되는 최고위원 보궐선거 날짜와 맞추기로..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회식 핫플레이스 '대전 고속버스터미널' 상권…주말 매출만 9000만원 웃돌아

대전 자영업을 준비하는 이들 사이에서 회식 상권은 '노다지'로 불린다. 직장인을 주요 고객층으로 삼는 만큼 상권에 진입하기 전 대상 고객은 몇 명인지, 인근 업종은 어떨지에 대한 정확한 데이터가 뒷받침돼야 한다. 레드오션인 자영업 생태계에서 살아남을 수 있는 방법이다. 이에 소상공인시장진흥공단의 빅데이터 플랫폼 '소상공인 365'를 통해 대전 주요 회식 상권을 분석했다. 30일 소상공인365에 따르면 해당 빅데이터가 선정한 대전 회식 상권 중 핫플레이스는 대전고속버스터미널 인근이다. 회식 핫플레이스 상권이란 30~50대 직장인의 구..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충북의 '오송 돔구장' 협업 제안… 세종시는 '글쎄'

서울 고척 돔구장 유형의 인프라가 세종시에도 들어설지 주목된다. 돔구장은 사계절 야구와 공연 등으로 전천후 활용이 가능한 문화체육시설로 통하고, 고척 돔구장은 지난 2015년 첫 선을 보였다. 돔구장 필요성은 이미 지난 2020년 전·후 시민사회에서 제기됐으나, 행복청과 세종시, 지역 정치권은 이 카드를 수용하지 못했다. 과거형 종합운동장 콘셉트에서 벗어나지 못한 채, 충청 하계 유니버시아드 대회 유치에 고무된 나머지 미래를 내다보지 않으면서다. 결국 기존 종합운동장 구상안은 사업자 유찰로 무산된 채 하세월을 보내고 있다. 행복청과..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구불구불 다사다난했던 을사년…‘굿바이’

  • 세밑 한파 기승 세밑 한파 기승

  •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대전 서북부의 새로운 관문 ‘유성복합터미널 준공’

  •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 ‘새해 복 많이 받으세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