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함께하는 '동료'가 있다는 것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함께하는 '동료'가 있다는 것

글꽃초 김봉선 교사

  • 승인 2021-05-13 17:52
  • 신문게재 2021-05-14 18면
  • 조훈희 기자조훈희 기자
증명사진(글꽃초 교사 김봉선)
글꽃초 김봉선 교사
교직 경력 8년차, 특별할 것 없는 이력이지만 교직생활은 늘 만만치 않았고 지금도 마찬가지다. 초임 교사 시절에는 갓 교육대학교를 졸업해 매 순간 새로운 세상에 적응해서 도태되지 않으려고 애쓰는 하루살이 인생을 보냈다. 교직생활이라는 바다에 뚝 떨어져서 그 안에서 수영하는 법을 배우고 익혀서 살아갈 수 있게 될 때까지, 돌이켜 보면 내 곁에는 동료가 있었다. 여기까지 견딜 수 있었던 건 몇 번을 생각해도 사람, 결국 동료였다.

소규모 학교로 첫 발령이 났다. 나에게 주어진 업무가 많았다. 첫 해 때는 공문 하나 써보지 못한 경험을 가지고 있었기 때문에 초과근무, 주말까지 반납해가며 업무를 처리했다. 바로 한 두 달 전까지만 해도 대학생의 신분이었는데 교직생활이 시작되자 내가 맡은 업무의 책임자가 되어 있었다. 누구에게나 유독 힘든 날이 있다. 지나고 나면 아무 일도 아닌 것을 알면서도 내가 잘해 낼 수 있을까 하는 막연한 두려움이 느껴지는 날 말이다. 내가 책임자로 부스를 운영하는 날, 신규의 역량 부족이었는지 부스를 행사 전 날 다시 꾸며야 한다는 통보를 받았다. 그 시간이 오후 4시였다. 그 때 신규였던 나를 위해 평소 마음을 나누었던 두 분이 그 날 밤 12시까지 남아주셨다. 그 다음날 행사는 동료 선생님들 때문에 잘 치러질 수 있었다. 나는 그 분들이 없었으면 행사를 잘 치뤘을지 모를 일이다. 오로지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교직생활을 함께하는 동료들과만 나눌 수 있는 무언가가 있다. 첫 발령지에서 서로 바쁘고 매번 마음을 전하기 힘들었지만 서로 의지하며, 서로의 업무가 끝날 때마다 "행사 잘 끝났어? 수고했어."라고 서로를 다독거리며 5년을 보냈다.

첫 학교가 소규모 학교여서 그런지 학교를 옮길 때 선택지가 많았다. 나는 수업에 대한 고민이 많았기 때문에 수업에 집중할 수 있는 학교를 선택했다. 물론 수업은 해도 해도 고민이 되는 것이라지만 전의 내 경험 처럼 고민을 함께 나눌 동료가 있었으면 좋겠다고 생각했다. 옮긴 첫 해에 다행스럽게도 마음이 통하는 동료를 만났다. 교과 전담 시간, 방과 후 시간에 끊임없이 수업 이야기, 생활지도 이야기 등 내가 어려워했던 지점들을 마음을 터놓고 이야기했다. 그리고 둘의 고민이 맞닿아 있는 지점들을 발견했고 내가 무엇이 부족한지, 앞으로 어떻게 하면 좋은지 방향을 배웠다. 이 경험이 나에게 준 의미는 굉장했다. 어떤 일의 결과에 대해 푸념하거나 좌절하거나 위로받는 자리가 아닌 어떤 일이 발생하기 전 고민되는 부분들을 이야기 나누고 앞으로 더 잘할 수 있는 방법과 가야할 방향을 이야기하는 자리가 좋았다. 이야기를 나누는 것만으로도 내가 조금 더 나은 사람이 된 것 같고 더 잘하고 싶은 생각이 들었다. 두 번째 해에 고민을 나눌 수 있는 동료가 한 명 더 생겼다. 이렇게 모여서 서로 응원해주고 지지해주고 위로해주는 사이가 될수록 그들과 함께 성장하고 싶다는 생각이 들었다.

나는 이것이 함께하는 동료가 있다는 진정한 의미라고 생각한다. 교직생활을 하면 이런 일, 저런 일이 다 생기지만 내가 한 선택을 존중해주고 지지해주고 잘하고 있다고 다독여주는 동료들이 있어 든든하다. 이제 동료들과의 모임이 교직생활에 있어서 나에 대한 확신을 갖게 해주고 직업적인 면에서 자신감을 갖게 해주며 또 같이 미래를 그려볼 수 있는 만남이 되고 있다.



오늘도 현재 학교에서 동료들과 함께 자신이 하고 있는 온라인 수업의 형태에 대해 이야기했다. 온라인 수업의 형태가 익숙하지 않고 새로운 시도를 해야한다는 부담감이 있지만 한 번 시작해보고 같이 부딪혀보니 길이 보인다. 서로 하고 있는 내용들을 이야기하다보니 나와 비슷한 고민을 하고 있다는 점에서 위안을 얻고 내가 생각하지 않은 방법으로 실천하고 있는 것을 보며 동료에게 새롭게 배운다.

여전히 배워가고 성장해가는 교직생활에서 좋은 동료들과 같은 공간, 같은 시간에 함께할 수 있다는 것은 정말 큰 행운이다. 좋은 동료와 함께 직업에 대한 고민들을 나누고 더 발전된 모습으로 함께 성장하는 것을 경험하면 애정이 생긴다. 물론, 좋은 동료라는 기준이 각각 다르겠지만 나는 서로 고민하는 지점들이 맞닿아 있고 서로한테 배우고 싶고 서로를 존중하며 사람으로 깊이 알아가고 싶은 사람이 좋은 동료라고 생각한다. 앞으로 나 역시 내 동료들에게 좋은 동료로 자리잡기 위해 노력하고 발전해야겠다는 생각이 든다. /글꽃초 김봉선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