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휴대폰에는 악마가 살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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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목요광장] 휴대폰에는 악마가 살고 있다

대전경찰청 유동하 112상황실장

  • 승인 2021-07-14 08:47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유동하
대전경찰청 유동하 112상황실장
한 연구에 따르면 휴대폰에 사는 악마는 다음과 같은 목소리의 특징을 가진다고 한다.

악마의 목소리는 음높이, 음높이 편차, 음색에 있어 일반인들과 그 차이가 없지만, 음성에 실리는 에너지와 발화속도 부분에서는 확실한 차이를 보인다. 즉 음성 에너지는 낮게 가져가고, 발화속도는 일반인에 비해 빠르다. 그 이유는 관공서에 근무하는 것처럼 느끼게 하고 실제 해당 분야 종사하는 사람처럼 생각하게 하기 위함이라고 한다.

악마 범죄집단의 구성을 보면, 총책, 시나리오개발팀, 콜센터, 앱 개발팀, 통장모집책, 인출책, 현금수거책, 안테나(인출책이나 현금수거책을 감시), 환전책 등이 역할을 분담해 차례대로 공모하고, 검거에 대비하여 철저히 점조직으로 운영되고 있다.

현금이 나의 손을 떠나는 순간 되돌려받을 가능성은 거의 제로에 가깝다. 국가나 지방자치단체도 피해금을 보상해 주지 않는다. 아니 보상해 줄 법적 근거도 없다. 통신사기피해환급법이 있기는 하나 대면편취형 피해에는 해당 사항이 없다. 오롯이 피해자의 몫일 뿐이다.



우리나라 최초의 악마는 2005년에 발생했다. 그때부터 매년 피해가 급증하고 있다. 최근 5년간 피해액은 16년 1468억, 17년 2470억, 18년 4040억, 19년 6398억, 20년 7000억 원에 달했다. 올해 6월까지 벌써 4366억으로 연말에는 9000억이 예상된다.

즉 내년부터는 피해액 1조 원 시대가 목전에 두고 있다. 가히 악마의 전성시대다.

올해 상반기 전국 피해액을 보면 전년 대비 63.2%(1691억)가 증가했다. 반면 대전은 13%(17억) 증가함에 그쳤다. 대전지역은 증가 폭이 적어 다행이긴 하지만 아직 안심할 수 없다. 우리가 바라는 목표는 총책 이하 모든 악마가 실업자가 되고, 모두 법의 심판을 받게 하는 데 있기 때문이다.

최근 보이스피싱의 특징은 대면편취가 80%나 된다. 대부분 만나서 돈을 건네준다는 말이다. 수년 전부터 경찰이 대포통장을 집중 단속함에 따라 계좌이체가 어렵게 됐고 그래서 저금리 대환대출 사기나 수사기관 사칭 사기 모두 대면편취로 선회하고 있다.

이에 따라 경찰의 대응도 다각도로 진행되고 있다. 어떤 경찰서는 가짜 앱을 탐지하는 앱을 개발해 배포 중이며, 은행도 보이스피싱 탐지앱을 개발해 활용 중이다.

대전경찰도 악마와의 전쟁에서 게임 체인저가 될 앱을 개발 중이다. 또한 예방과 홍보에도 최선을 다하고 있다. 아직 어떠한 예방책이 강력한 효과가 있는지는 모르겠다. 그래서 우리 현장경찰도 손 놓고 있을 수만은 없다. 대전시경 112에서는 지도관을 교관으로 해 현장경찰관 상대로 연중 악성앱 검색 및 제거 방법을 교육하고 있다. 왜냐하면, 은행에서 고액인출 신고가 들어오면 현장경찰관이 악성앱 설치 여부 등을 판별해 내야 하기 때문이다.

대전경찰은 1000만 원이 넘는 현금인출자가 있으면 신고해 달라고 은행에 읍소하고 있다. 경찰관이 은행에 진출해 예방한 사례는 부지기수다. 하지만 경찰관의 예방이 항상 성공하는 것은 아니다. 피해자가 이미 악마에게 교육받은 대로 동업자금, 임금, 사업자금이라며 주장하고 동업자의 전화번호를 가르쳐주며 전화해보라며 경찰을 따돌리기도 한다. 또한, 최근 은행에서 1천만 원 인출 시 경찰에 통보됨을 알고 창구에서는 1천만 원 미만으로 인출하게 하고, 주로 ATM기를 이용해 분산 인출하도록 지시하고 있다. 변신이 가히 트랜스포머급이다.

최근 대표적인 대면편취형 사례를 소개하면서 마치고자 한다. 피해자는 A 은행으로부터 5000만 원 대출이 가능하다는 문자를 받았다. 문자 온 번호로 전화해 대출상담을 받고 앱을 핸드폰에 깔았다. 그랬더니 기존에 있던 대출 1500만 원을 받았던 B 은행으로부터 전화가 오더니 A 은행에서 대출을 받기 위해서는 먼저 대출금을 갚아야 한다는 것이었다.

그러면서 ATM기를 이용해 돈을 확보하라고 했다. 창구에서 찾으면 경찰이 찾아오기에 때문이라는 설명도 곁들였다. 지인에게 1500만 원을 빌려 불상의 남자를 만나 건네주었다. 약 10여 분 후 이번에는 A은행에서 전화가 오더니 신고자의 신용이 낮아 우선 1500만 원을 주면 바로 5000만 원을 대출해 주겠다고 했다. 그때야 이상하다고 생각한 피해자는 다른 사람의 핸드폰으로 112에 신고했다. 이후 악마는 프라다를 입었다.
대전경찰청 유동하 112상황실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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