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목요광장] 누구에게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있다

  • 오피니언
  • 목요광장

[목요광장] 누구에게나 변호인의 조력을 받을 권리는 있다

최린아 변호사

  • 승인 2021-07-21 08:22
  • 이현제 기자이현제 기자
최린아3
최린아 변호사
대전과 세종에서 형사전문변호사로 활동하고 있다. 형사 분야에서 변호사가 주로 하는 일은 피해자의 고소·고발을 대리하거나 피의자 또는 피고인을 변호하는 것인데, 얼마 전 변호인의 역할에 대해 다시 한번 생각해 보게 하는 일이 있었다.

한 인터넷 카페에 수임한 형사사건의 소송과정과 결과에 대한 게시글을 올렸는데, 그 글에 누군가 변호사에 대한 부정적인 인식이 담긴 댓글을 달았다.

먼저 간략히 해당 사건의 소송과정을 소개하면, 우울증과 분노조절장애, 알코올의존증을 앓고 있던 피고인이 과도한 음주 상태에서 수시로 폭력성이 발현돼 가족 등에게 수차례 폭력을 행사했다. 가족이 피고인의 접근을 차단하기 위해 형사 고소한 이후 가족에게 "고소를 취하하지 않으면 죽여버리겠다"고 말했다는 혐의까지 더해져 구속 재판을 받았는데, 보복 협박에 대해 무죄를 주장하다가 1심에서 2년 6개월의 실형 선고를 받았다.

애초 피고인은 그런 말을 한 사실이 없다고 했고, 피해자 역시 사실은 피고인이 보복 협박을 하지 않았다고 했는데, 피해자는 막상 증언대에 서자 또다시 피고인이 보복 협박을 했다고 증언했다. 그 후 1차 증언을 번복하는 2차 증언을 했지만, 결국 수사과정에서의 진술과 1차 증언의 신빙성이 인정돼 도리어 피고인에게 더욱 무거운 처벌이 내려진 상황이었다.

1심에서는 국선으로, 항소심에서는 사선으로 변호를 맡게 된 필자는 고민에 빠졌는데, 애초에는 보복 협박을 하지 않았다는 피고인과 피해자의 진술이 일치하기에 피고인의 무죄를 주장했지만, 피해자의 수사과정 진술, 1·2차 증언 당시의 태도를 보면 항소심에서 무죄가 선고될 가능성은 매우 낮다고 판단됐기 때문이다.

이에 필자는 피고인에게 현 상황을 설명하고 자백하는 경우와 무죄를 주장하는 경우에 예상되는 결과와 그 가능성에 대해 설명했다. 피고인의 선택에 따라 항소심에서는 전부 자백을 하고 피해자들과의 합의에 최선을 다하는 것으로 변론 방향을 바꿨고, 피고인이 범행 일체를 자백하면서 피해자들 전부와 합의한 점, 진지하게 반성하고 있는 점 등을 이유로 가까스로 집행유예를 선고받을 수 있었다.

게시글의 요지는 "객관적인 시각에서 꼼꼼하게 기록을 검토해 피고인의 이익을 위한 최선의 변론을 했다"는 것이었는데, 엉뚱하게도 필자를 비방하는 댓글이 달렸다.

문구 그대로 옮기면 "술 처먹고 실형 살 범죄자를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으로 집행유예 받아줬으니 범죄자들 나한테 금융치료 하라는 거?"였는데, 게시글 내용을 오해한 데에서 비롯된 비난이기는 했지만, 근원적인 생각은 '나쁜 놈들은 죗값을 치러야 한다. 변호인의 조력으로 감형돼서는 안 된다'는 것이었다.

물론 죄를 지었으면 죗값을 치러야 하는 것은 당연하다. 하지만 범죄 혐의가 명백해 보이는 사람이라도 그 사람의 행동이 죄가 되는지, 죄를 지었다면 얼마나 큰 죄인지, 그 사람이 잘못에 대한 대가를 치르고 사회에서 다시 죄를 짓지 않도록 하기 위해서는 어떤 처벌이 적당할지는 그 누구도 단언할 수 없다.

사람을 죽였어도 정당방위에 해당하는지, 단순히 때렸는데 의도치 않게 사망한 것인지, 살인의 고의가 있었더라도 계획적이었는지 우발적이었는지, 반성하고 있는지 아닌지 등에 따라 적정한 형벌의 종류와 양이 달라질 수 있으므로.

그렇기 때문에 피고인의 이익을 위해 최선을 다하는 것을 사명으로 하는 변호인으로서는 우선 피고인의 말을 믿어줘야 하고, 혐의가 인정되는 경우에도 피고인에게 억울함이 없도록 피고인이 지은 죄에 상응하는 처벌의 범위 내에서 최대한 선처를 받을 수 있게끔 도울 수밖에 없는 것이다.

'금융치료'를 운운하면서 필자를 비방하는 댓글에 순간 '깊은 빡침'을 느꼈지만, 이내 이성을 되찾고 댓글을 남겼다.

"음주로 인한 심신미약으로 감형받은 것이 아닙니다. 인정해야 할만한 범행에 대해 자백하고 피해자들과 합의함으로써 선처받은 것이지요. 누구든 자신 또는 가족이 형사사건에 연루되면 무죄를 받기 위해 또는 최대한 적은 형량을 받기 위해 할 수 있는 최선을 다할 것이고, 그것은 당연한 기본권이며 피고인을 돕는 것이 변호인의 임무입니다"

오늘도 교도소에 간다. 나에게 주어진 임무를 다 하러.최린아 변호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올해 충남 집값 17주 연속 하락… 아산 누적 하락률↑
  2. 세종시의 5월이 뜨겁다… '전시·공연·축제' 풍성
  3. [지선 D-30] 이장우 하얀점퍼 김태흠 탈당시사 승부수
  4. 대전의료원 건립, 본격 시동 걸 수 있을까
  5. [지선 D-30] 충청정치 1번지 허태정·이장우 빅뱅…부동층 승부 가른다
  1. 한국산림아카데미재단 총동문회·중부지방산림청, 합동 산불방지 캠페인 벌이다
  2. [지선 D-30] 충남교육 수장 놓고 6파전… 비슷한 공약 속 단일화 이뤄질까?
  3. [지선 D-30] 김태흠 수성이냐, 박수현 입성이냐… 선거전 본격화
  4. 2027학년도 지역의사 전형 충청권 모집 118명 확정
  5. 국내 시총 '1조 클럽' 사상 최대… 회복 더딘 대전 기업 '희비'

헤드라인 뉴스


[지선 D-30] 충청정치 1번지 허태정·이장우 빅뱅…부동층 승부 가른다

[지선 D-30] 충청정치 1번지 허태정·이장우 빅뱅…부동층 승부 가른다

대전은 여야 최대격전지 금강벨트의 수부도시다. 지역 내 인구와 경제력이 최대 규모로 충청의 정치 1번지나 다름없다. 선거 공학적으로 보면 절대 패해선 안 되는 전략적 요충지인 셈이다. 대전에서 우위를 점하면 인근 세종, 충남, 충북 등 충청권은 물론 수도권과 영호남으로 그 기세를 확장할 수 있다. 여야가 대전시장 선거에 총력전을 벌이는 이유가 바로 이 때문이다. 집권여당 더불어민주당은 허태정 전 시장 제1야당 국민의힘은 이장우 현 시장 등 각각 필승카드를 내세웠다. 4년 전 이 시장에게 2.39%p 차로 석패 했던 허 후보에겐 이번..

대전의료원 건립, 본격 시동 걸 수 있을까
대전의료원 건립, 본격 시동 걸 수 있을까

지역 숙원 사업 중 하나인 대전의료원 건립 사업이 사업비 조정을 거쳐 본격 시동을 걸 수 있을지 주목된다. 3일 대전시에 따르면 대전대 인근 용운동 11번지 일원에 건립되는 대전의료원은 총사업비 1759억(국비 530억, 시비 1229억)을 투입해 지하 2층 지상 7층 연면적 3만3148㎡에 319병상 규모로 2030년 준공을 목표로 본격 추진될 예정이다. 1996년 건립 필요성이 제기됐지만, 경제성 문제 등으로 지지부진했다. 하지만, 코로나19사태로 상황이 급변했다. 메르스와 코로나19 등 각종 감염병 유행에 따른 공공의료 필요성..

대전·세종·충남 기름값 ‘2000원 시대’ 굳어져… 소비자 부담 계속
대전·세종·충남 기름값 ‘2000원 시대’ 굳어져… 소비자 부담 계속

대전·세종·충남지역 주유소 기름값이 리터당 '2000원 시대'로 굳어지는 모습이다. 지역별로 2000원대 돌파 시점은 달랐지만, 현재 대부분 지역이 비슷한 가격대를 형성하며 소비자들의 부담을 키우고 있다. 3일 한국석유공사 유가정보시스템 오피넷에 따르면 이날 오전 11시 기준 대전 휘발유 평균 판매가격은 리터당 2002.53원으로 전날보다 0.12원 올랐다. 경유는 1997.39원으로 0.07원 상승하며 2000원 선에 근접한 상태다. 대전의 휘발유 가격은 4차 석유 최고가격제가 시행된 4월 24일 처음 2000원을 넘어선 뒤 현재..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올해 첫 모내기로 본격 영농 시작 올해 첫 모내기로 본격 영농 시작

  •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분주한 선관위 한 달여 앞으로 다가온 지방선거에 분주한 선관위

  •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다양한 체험과 공연에 신난 어린이들…‘오늘만 같아라’

  •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 대전 찾아 지원유세 펼치는 정청래 대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