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그곳] 첫사랑의 추억 속으로... 영화 클래식 속 고즈넉한 그곳, 충남 아산 외암민속마을

[거기 그곳] 첫사랑의 추억 속으로... 영화 클래식 속 고즈넉한 그곳, 충남 아산 외암민속마을

준하와 주희 사랑 나눈 시골 마을은…
500년 전 조성된 예안 이씨 집성촌
고택·초가집 등 조선시대 생활상 '생생'
6km 돌담길 걸으며 그시절 그때 체험

  • 승인 2021-08-07 00:00
  • 이은지 기자이은지 기자
컷-거기그곳
중도일보는 매주 대전·충남·세종 지역의 드라마·영화 속 장소들을 소개하는 '거기 그곳'을 연재합니다. 촬영지로서의 매력, TV 속 색다른 모습의 장소들을 돌아보며 무심코 지나쳤던 '그곳'을 다시한 번 만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편집자 주>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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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화 '클래식' 포스터.
'너에게 난~ 해질 녘 노을처럼~ 한편의 아름다운 추억이 되고~'

통기타 선율만 들어도 지혜(손예진)와 상민(조인성)이 외투를 함께 쓰고 비 내리는 캠퍼스를 뛰어가는 모습이 아련히 떠오른다. 튀어 오르는 물방울, 젖은 신발, 그들의 미소까지 한편의 파노라마처럼 가슴을 두드린다.

영화 '클래식'은 빛나던 청춘, 누구나의 가슴 속 설레던 첫사랑의 추억을 불러일으킨다. 다락방을 청소하던 지혜가 엄마의 비밀상자를 열어보며 주희(손예진)와 준하(조승우)의 러브스토리가 펼쳐지는데, 이야기나 영상미가 영화 제목 그대로 '클래식'하다. 리즈 시절의 손예진과 조승우, 조인성의 풋풋한 연기는 유년시절 향수를 자극하는 시골마을 풍경에 자연스럽게 녹아든다.

1968년, 여름방학을 맞아 시골 삼촌댁에 놀러간 준하와 주희가 만나 사랑을 빠지는 곳이 충남 아산에 있는 외암민속마을이다.

외암 메인
충남 아산에 있는 외암민속마을 전경. 사진 출처=홈페이지
▲예안 이씨 모여 사는 '살아있는 민속박물관'=설화산 기슭 경사지에 자리한 마을은 약 500년 전에 조성된 마을로 조선 명종 때 장사랑 벼슬을 지낸 이정이 이주해 온 이후 예안 이씨가 집성촌을 이뤄 대대로 살기 시작했다고 한다. 마을 이름은 '성리학의 대가' 외암 이간의 호를 따서 '외암'이라 부르게 되었다. 국가민속문화재 제236호로 지정된 마을은 '2021~2022 한국관광 100선'에 처음으로 이름을 올렸다.

마을에 들어서면 하천을 가로지르는 섶다리가 나오고 몇 걸음만 더 옮기면 마을을 병풍처럼 감싼 설화산을 마주할 수 있다. 논들이 둘러싼 마을은 초가와 한옥, 소나무 숲과 돌담, 정원이 어우러진 한가로운 시골 정취가 고스란히 느껴진다. 밤나무를 깎아서 세운 남녀 장승과 열녀문이 있고 곳곳에 조선시대 생활상을 엿볼 수 있는 물레방아, 디딜방아, 연자방아 등이 보존돼 있다.

마을에는 조선시대 이정렬이 고종에게 하사받아 지은 아산 외암리 참판댁(중요민속자료 195)을 비롯해 영암댁, 송화댁, 외암종가댁, 참봉댁 등의 충청도 고유의 반가 고택과 그 주변의 초가집들이 원형을 유지한 채 그대로 남아있어 전시를 위해 만든 주택이 아닌 그야말로 살아있는 박물관이나 다름없다. 실제 이곳은 예안 이씨 후손 160명 정도가 모여 사는 거주지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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마을길을 따라 5300m나 이어진 외암민속마을 돌담. 사진 출처=홈페이지
마을길을 열고 닫는 돌담도 숨은 매력 중 하나다. 60여 채의 기와집과 초가집을 둘러친 돌담은 그 길이가 5300m나 된다. 미로처럼 구불구불 이어진 돌담장은 이끼가 끼고 담쟁이 넝쿨이 휘감으며, 봄에서 겨울에 이르기까지 다양한 얼굴을 하고 있다. 마을의 길이 어찌나 여러 갈래로 갈라지는지, 엿을 팔러 마을에 들어왔던 엿장수가 나가는 길을 못 찾아 헤맸다는 재미있는 이야기도 전해진다. 쭉 늘어선 나무엔 주홍색 감이, 초가지붕엔 호박과 박이 탐스럽게 열린다. 수령 600년 넘은 보호수의 넓은 그늘은 한여름 뙤약볕을 피하기 좋다.

▲스크린 가득 '반짝반짝'… 반딧불이 씬에 비밀이?=주희와 준하, 지혜와 상민이 사랑을 확인하는 곳, 영화 속 반딧불이 씬도 명장면으로 꼽힌다. 깊고 고요한 밤, 칠흑같이 어두운 개울가에 반짝이며 너울대는 반딧불이를 잡는 모습은 세대를 초월해 결실 맺은 그들의 사랑을 갈무리한다.

이 반딧불이 씬에는 숨겨진 비밀이 하나 있는데, 바로 이 씬의 촬영지가 아산 외암마을이 아니라 대전이라는 것이다. 극 중에서는 외암마을과 같은 동네로 설정돼 있지만, 실제 촬영지는 대전의 두계천이다. 하지만 두계천은 관리가 다소 미흡해 여행지로서는 아쉬움이 남을 수도 있겠다. 실제로 대전시 서구 원정동에 자리한 두계천에 가보면 영화 속 외나무다리의 흔적을 찾아볼 수 없는데, 마을에 내린 큰 비로 다리가 쓸려갔다는 후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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밤나무를 깎아서 세운 남녀 장승. 사진 출처=홈페이지
마을길을 따라 걷다 보면 직접 담근 장을 파는 집, 엿 만들기 체험이나 천연 염색 체험을 하는 집 등을 심심찮게 발견할 수 있다. 이 밖에도 고구마 캐기, 전래놀이 등 체험 프로그램을 예약제로 운영한다. 마을과 300m 거리에 조성된 저잣거리에는 조선시대의 주막 등 먹거리 골목을 재연해 각종 전통공연도 수시로 열린다. 가을에는 '짚풀문화제'가 열리기도 한다.

'태극기 휘날리며', '취화선', '말모이' 등 숨은 영화 촬영지를 찾아보는 재미 또한 쏠쏠하다. 시간적 여유가 있다면 마을 민박에서 하루를 묵고 근처의 지중해마을까지 함께 돌아보면 더욱 알찬 시간을 보낼 수 있다.

입장료는 성인 2000원, 초중고생 1000원이다. 추가 요금을 내면 다양한 체험행사를 함께 즐길 수 있는데, 코로나로 인해 체험 프로그램 운영 여부를 미리 문의하고 가는 것이 좋다. 외암마을까지는 온양온천역 앞에서 120번 버스가 약 1시간 간격으로 오간다.

이은지 기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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