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게임 속 캐릭터를 통해 본 현대 사회의 문제 '프리가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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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김선생의 시네레터] 게임 속 캐릭터를 통해 본 현대 사회의 문제 '프리가이'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1-09-09 16:08
  • 신문게재 2021-09-10 8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프리 가이
주인공 가이 역의 배우 라이언 레이놀즈는 '프리 가이' 대본을 읽고 감독인 숀 레비에게, "내가 대단한 비디오 게이머는 아니지만, 새로운 트루먼 쇼가 될 것 같다."고 했답니다. 확실히 이 영화는 1998년 작 '트루먼 쇼'의 패러디입니다. 인공 세트장에서 모든 상황과 인물이 설정된 상태로 트루먼 혼자만 모르는 채 24시간 카메라에 노출되도록 한 '트루먼 쇼'가 미셸 푸코의 파놉티콘 시스템이나 조지 오웰의 소설 '1984'의 빅 브라더를 생각하게 한 것과 비슷합니다.

영화 '프리 가이'는 게임 속 캐릭터가 인공 지능 기술로 자율성을 획득하자 게임 회사의 CEO가 게임 자체를 없애버리려 합니다. 게임 모니터의 확장인 스크린 속에서 평범한 은행원 캐릭터 가이는 영화의 주인공이 됩니다. 이 작품은 현실과 닮은 세계를 구현하는 영화의 특성을 변형하여 게임 속 상황을 영화적으로 구현합니다. 이것을 가능하게 하는 것은 첨단화된 디지털 기술입니다. 이를 통해 이 영화는 현실과 영화, 게임 속을 넘나들며 의미의 흐름을 추적하게 합니다.

'트루먼 쇼'의 방송 프로그램 PD처럼 '프리 가이'에는 게임 회사 CEO인 앤트완이 있습니다. 모든 것은 그에 의해 기획되고 조작됩니다. '트루먼 쇼'가 권력자에 의해 감시되고, 조작되는 현대인의 문제를 다룬 정치적 성격이 강하다면, '프리 가이'는 경제적 이익을 위해 이용되고 버려지는 비정한 현대 사회의 면모를 보여줍니다. 텔레비전 방송에서 컴퓨터 게임으로의 미디어 변화와 정치에서 자본으로의 권력 이동이 발견됩니다.

이 영화가 보여주는 것은 단지 게임에 머무르지 않습니다. '트루먼 쇼'의 이슈가 단순히 방송 제작의 윤리에 그치지 않고, 거대 사회와 개인의 관계를 성찰하게 하는 것과 같습니다. 트루먼이 조작된 세계인 인공 섬을 탈출하듯 가이 역시 게임이 설정한 세상을 벗어납니다. 우리도 어쩌면 우리 삶을 조작하는 보이지 않는 존재를 의심해야 할지 모릅니다. 영화는 반복되는 일상과 으레 벌어지는 일들에 대한 타성으로 무뎌진 주체적 자유의 감각을 자극합니다.



영화는 깊이 있는 주제를 다루면서도 무겁거나 과도하게 진지하지 않습니다. 컴퓨터 게임의 리듬으로 경쾌하고 속도감 있게 진행됩니다. 하지만 가이 한 사람을 영웅화하여 프리시티를 구원하는 방식은 한계로 여겨집니다. '트루먼 쇼'보다 오히려 한 걸음 뒤로 물러서 있습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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