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거기 그곳] 몰디브 한잔, 헌책 한 권... 영화 내부자들 속 그곳 ‘단양 새한서점’

[거기 그곳] 몰디브 한잔, 헌책 한 권... 영화 내부자들 속 그곳 ‘단양 새한서점’

  • 승인 2021-10-02 00:01
  • 박솔이 기자박솔이 기자

컷

 

중도일보는 매주 대전·충남·세종 지역의 드라마·영화 속 장소들을 소개하는 ‘거기 그곳’을 연재합니다. 촬영지로서의 매력, TV 속 색다른 모습의 장소들을 돌아보며 무심코 지나쳤던 ‘그곳’을 다시 한번 만날 수 있도록 이야기를 담을 예정입니다. <편집자주>

 

내부자들 포스터
영화 '내부자들' 공식포스터.

“모히또 가서 몰디브 한잔 어때”. 이 남자, 작업 멘트가 이상하다. 몰디브 가서 모히또 한잔 어떠냐고 물어야 하는 거 아니냐 싶지만 무슨 상관인가 싶다. ‘지금 여기, 우리, 그리고 로맨틱’한 분위기에 취해 여행에 몸이나 실어보련다. 

 

▲스크린 오프 6년… 촬영지 인기는 문지방 닳듯=스크린에서 내려온지 6년이 지난 지금도 회자되는 대사 한마디. ‘몰디브 한잔’. 영화 ‘내부자들’이 얼마나 흥행했는지 가늠케 한다. 극 중 깡패 안상구 役을 맡은 배우 이병헌은 자신에게 꼭 맞는 옷을 소화했고 능글스러운 대사로 숱한 남성들의 입에 몰디브를 달고 살게 했다. 완벽한 복수극을 끝으로 막을 내린 영화 ‘내부자들’의 인기는 지금도 실감할 수 있다. 배우들에게 쏠렸던 화려한 스포트라이트는 촬영장소로 옮겨갔다. 충북 단양 ‘새한서점’이 바로 그 주인공이다.

 

내부자들 스틸컷
영화 '내부자들' 스틸컷/제공=네이버 영화

극 중 힘없고 연줄 없어 승진에서 매번 밀리는 검사 우장훈 役을 맡은 조승우는 이병헌과 손을 잡고 대대적인 비자금 조사의 저격수가 되는 기회를 잡았다. 큰일을 앞두고 부모를 찾아간 조승우. 인적이 드문 산길을 따라 그가 찾아간 곳엔 허름한 판잣집이 보인다. 불이라도 지폈는지 굴뚝에는 뿌연 연기가 하늘로 뻗쳤다. 허리를 굽혀 들어간 판잣집에는 헌책들이 빽빽하다. 습기를 머금은 오래된 책 냄새가 콧잔등을 스쳐 가고 작은 알전구가 책장 사이사이에서 흔들거린다. 땔감으로 쓰려는 건지, 쓰러질 것 같은 집을 받치기 위해 쌓아둔 건지 알 수 없는 장작들이 보인다. 검사가 되기 위해 몇백 번은 넘겼다 덮기를 반복한 법전도 눈에 보인다. 

 

전경
영화 '내부자들' 극중 촬영지 충북 단양 새한서점 전경/제공=새한서점

충북 단양을 여행하는 관광객들에게 필수 코스가 된 ‘새한 서점’. 보통 머리에 떠오르는 서점과 이미지가 달라 지나치기 쉽고, 산속 작은 길을 따라가야 만날 수 있는 곳이라 접근도 쉽지 않아 보인다. 그런데도 ‘경험’과 ‘색다름’을 중시하는 MZ세대 사이에서는 SNS 업로드 필수 여행코스로 자리를 잡아 인증 글만 1만건에 달한다. 서점은 평일, 주말할 것 없이 카메라를 들고 오는 방문객들로 줄을 선다. 

 

새한서점 내부 한국관광공사 제공
영화 '내부자들' 극중 촬영지 충북 단양 새한서점 내부/제공=한국관광공사

 ▲12만 권이 빼곡… 폐교 살려 이색 관광지로=1979년 영업을 시작, 12만 권의 서적을 보유하고 있는 새한서점은 현재도 영업 중이다. 주로 대학교재, 전문 서적이나 원서 논문 자료 등을 취급하고 있다. 사실 새한서점은 옛 적성초등학교가 있던 곳으로 폐교를 살려 서점으로 운영하고 있다. 2002년 서울고대 앞에서 꾸려온 영업을 접고 단양으로 내려와 농촌의 작은 서점으로 다시 문을 열었다. 옛 학교 터가 넓어 교실 1칸을 농촌활동을 하는 학생들을 위해 개방하고 있다. 급식실은 농촌활동이나 단체방문 손님들을 맞기 위해 주방 시설로 제공하고 있다. 

내부
영화 '내부자들' 극중 촬영지 충북 단양 새한서점 내부/제공=새한서점

 

산이 둘러싼 새한서점은 단순히 책을 읽기만 하는 것이 아니라 농촌체험과 자연생태를 가까이서 접할 수 있는 이색 문화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서점 주위로는 금수산과 말목산 등 명산으로 꼽히는 산들이 자리 잡아 방문객들에게 또 다른 여행 묘미를 준다. 봄에는 푸른 이파리가 돋아나는 풍경, 여름에는 파란 잎들이 무성히 자라 서점의 지붕이 되어준다. 붉고, 노란 커튼을 다는 가을에는 단풍, 은행잎이 어우러져 독서의 계절다운 배경을 감상할 수 있다. 주위 마을에는 감나무가 지천에 있어 감열매를 만날 수도 있다. 

영화 내부자들 외에도 다른 작품들 촬영장소로 얼굴을 비춰 많은 관광객이 찾고 있는 새한서점. 삭막한 회색 콘크리트 도시와 소음에서 벗어나 책장 넘기는 소리와 자연이 주는 안락함을 찾으러 오는 이들로 서점이 가득 찬다. 독서를 즐길 때 예절은 ‘정숙’. 새한서점 역시 관광지 이전에 서점으로 운영하고 있어 방문하는 이들이라면 다른 이들을 배려해 정숙 예의를 갖추는 것이 좋겠다. 

편집부 박솔이 기자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1동 입체주차장 운영 중단
  2. 파주시, ‘마장호수 휴 캠핑장’ 운영 재개
  3. 천안 삼은1번가 골목형상점가, '길거리 오픈축제' 개최
  4. 2025 K-축제의 세계화 원년...날아오른 국내 축제는
  5. 충남도의회 "학교급식 종사자 체계적 검진 지원"
  1. [기획] ㈜아라 성공적인 글로벌화 "충남경제진흥원 글로벌강소기업1000+ 덕분"
  2. 대전 특성화고 지원자 100% 넘었다… 협약형 특성화고 효과 톡톡
  3. [사설] 특성화고 '인기', 교육 내실화 이어지나
  4.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5. "대전하천 홍수량 5~8% 늘어"vs"3년 만에 과도한 상향 아닌가" 갈등

헤드라인 뉴스


"트램·공공어린이 재활병원 국비 대거확보" 대전시 현안 탄력

"트램·공공어린이 재활병원 국비 대거확보" 대전시 현안 탄력

대전시가 이재명 정부의 2026년도 예산안에서 트램 등 핵심 사업에 필요한 국비를 대거 확보하면서 주요 현안 추진에 탄력이 붙을 전망이다. 이장우 대전시장은 2일 확대간부회의에서 "트램을 비롯해 공공어린이재활병원, 웹툰클러스터 예산이 상당 부분 반영된 것으로 확인됐다"고 밝혔다. 여야가 내년도 예산안 처리 법정시한 마지막 날인 이날 4조 3000억원을 감액하고, 감액 범위 내에서 증액해 정부안인 728조 원 규모로 전격 합의한 것과 관련해 언급한 것이다. 재선 국회의원 출신 광역단체장인 이 시장은 주요 현안 예산 반영 여부를 여의도..

원·달러 환율 1460원대 중후반 고착화… 지역 수출기업들 `발동동`
원·달러 환율 1460원대 중후반 고착화… 지역 수출기업들 '발동동'

#. 대전에서 수출기업을 운영하는 A 대표는 매일 아침 눈을 뜨면 가장 먼저 원·달러 환율을 확인하는 것이 일상이 됐다. 환율이 10~20원만 변동해도 회사의 수익 구조가 즉각적으로 갈리기 때문이다. A대표는 "원자재 대금 결제에 적용되는 환율이 중요하다 보니 낮과 밤을 가리지 않고 수시로 환율을 확인하지 않을 수 없는 상황"이라며 "환율 변동성이 커지면서 기업 경영의 부담이 갈수록 커지고 있다"고 말했다. 원·달러 환율이 1460원대 중후반에서 움직이면서 지역 수출기업들의 불안감이 커지고 있다. 원자재를 사들여 수출하는 구조를 가..

李 “숨겨진 내란 어둠 밝혀 진정 정의로운 국민통합 문 열어야”
李 “숨겨진 내란 어둠 밝혀 진정 정의로운 국민통합 문 열어야”

이재명 대통령은 2일 “곳곳에 숨겨진 내란의 어둠을 온전히 밝혀내서 진정으로 정의로운 국민 통합의 문을 활짝 열어야 한다”고 밝혔다. 12·3 비상계엄 1년을 앞두고 이날 오전 대통령실에서 열린 제52차 국무회의에서다. 이 대통령은 모두 발언을 통해 “지난해 12월 3일 우리 국민들이 피로써 쟁취해 왔던 민주주의, 그리고 헌법 질서가 중대한 위기를 맞았다”며 “그렇지만 국민의 집단 지성이 빚어낸 빛의 혁명이 내란의 밤 어둠을 몰아내고 대한민국 민주주의가 다시 환하게 빛나는 새벽을 열었다”고 말했다. 또 “그렇게 위대한 빛의 혁명으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 대전도시철도 1호선 식장산역 착공…첫 지상 역사 대전도시철도 1호선 식장산역 착공…첫 지상 역사

  • 대전서 개최된 전 세계 미용인의 축제 대전서 개최된 전 세계 미용인의 축제

  •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 청설모의 겨울나기 준비