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그는 죽어야 했을까? '007 노타임 투 다이'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그는 죽어야 했을까? '007 노타임 투 다이'

김대중(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 승인 2021-10-07 15:57
  • 신문게재 2021-10-08 8면
  • 오희룡 기자오희룡 기자
186f314bb64a29ba726621a6e08207bcb49fb3ad
'007'은 1962년 이래로 25편이 만들어져 가장 오래된 시리즈입니다. 긴 세월 사랑받았습니다. 모든 사람의 욕망을 고루 충족시킨 것은 아니지만, '007'은 자신만의 분명하고 확실한 의 위상을 지녀 왔습니다. '007 노 타임 투 다이'는 6명의 역대 제임스 본드 중 가장 오랜 기간 활약한 다니엘 크레이그가 마지막으로 출연했습니다. 그만큼 기대도 컸지만 아쉬움도 많습니다.

제임스 본드는 오랜 냉전 시대에 걸쳐 서방 세계의 압도적 우월함을 드러내는 존재였습니다. 영국의 정보 기관인 MI6의 요원으로서 이른바 '영국 신사'의 젠틀한 이미지와 함께 신체적 능력과 첨단 장비를 갖춰 감히 넘볼 수 없는 완벽한 영웅입니다. 그 옆에는 항시 멋진 차와 아름다운 여인이 있습니다. 하여 그는 자유 세계 남성 관객의 욕망의 표상이 되었습니다.

그런 본드가 은퇴했습니다. 그러나 상황이 다시 그를 현장으로 불러냅니다. 그런데 임무 수행 끝에 그는 죽습니다. 국가와 세계의 거대 서사를 아우르던 완벽한 영웅이 아니라 연인과 딸을 위해 상대도 안 될 것 같은 악당에게 머리를 땅바닥에 조아리고(물론 작전이기는 하지만), 처절히 죽어가는 사내가 됐습니다. 그 어떤 악당 앞에서도 당당하고 멋들어진 수트에는 먼지 한 터럭 묻히지 않던 본드였는데 말입니다. 그는 이 작품에서 자유 세계의 이념적 표상도, 남성 관객의 욕망 충족의 대상도 아닙니다.

60년 가까이 이어져 온 영웅 캐릭터의 변모에는 그에 합당한 치밀하고 탄탄한 서사적 근거가 있어야 했습니다. 한 마디로 그는 우리가 기대한 본드가 아니었습니다. 그러니 163분의 러닝타임에 화려한 액션, 숨 막히는 서스펜스, 스릴 넘치는 카체이싱 장면에도 불구하고 결국 진한 아쉬움이 남습니다. 영화는 국가와 세계에 걸친 거대 서사와 로맨스, 가족 관계 등의 작은 이야기가 촘촘히 엮이지 않습니다. 또한 거대한 미션의 성공 끝에 본드를 죽음에 이르도록 한 가족 이야기가 충분히 구축되지 않음으로써 서사적 불균형을 야기합니다.



보는 이들에게는 의문이 남습니다. 왜 본드는 마들렌과 마틸드를 좀더 안전한 곳에 두지 않았을까? 그리고 사핀은 천하의 본드를 죽음에 몰아넣을 만큼 강력한 악당이었을까? 그는 정말 죽어야만 했을까? 영웅의 장렬한 죽음이 막연한 비애의 정서로 소비되고 말았습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취약지역 하수도시설 일제 점검
  2. 아산선도농협, 고추재배농가에 영농자재 지원
  3. 아산시, 반려동물 장례문화 인식개선 적극 추진
  4. 천안시의회 권오중 의원, "교통약자 보호 및 시민 보행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5. 천안시, 제77회 충청남도민체육대회서 주택안심계약 홍보
  1. 천안시의회 정도희 의원 대표발의, 천안시 마을행정사 운영에 관한 조례안 본회의 통과
  2. 천안법원, 신체일부 노출한 채 이웃에게 다가간 20대 남성 '벌금 150만원'
  3. 천안시의회 유영채 의원, '전세피해임차인 보호조례' 제정… 실질 지원과 안전관리까지 법제화
  4. 여름휴가와 미래 정착지 '어촌' 매력...직접 눈으로 본다
  5.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며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 대표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완성 의지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집권 초부터 PK 챙기기에 나서면서 충청권 대표 대선 공약 이행에 대한 진정성은 실종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자칫 충청 홀대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 대목인데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선 특별법 제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로드맵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임기 내 국회 세종의사당..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가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와 장대교차로 입체화 추진 예정지 등 주요 사업지를 찾아 현장점검을 벌였다. 산업건설위원회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현장, 교육위원회는 서남부권 특수학교 설립 예정 부지를 찾았는데, 을 찾았는데, 이번 현장점검에 직접 나선 조원휘 의장은 "앞으로 민선 8기 주요 사업지에 대한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 의장은 13일 유성구 일대 교통 현안 사업 현장을 찾았다. 먼저 유성복합터미널 BRT(간선급행버스체계)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는 유성구..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에 힘입어 경기 당일 주변 상권들의 매출이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 야구장 중 주변 상권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구장은 한화이글스의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다. 15일 KB국민카드에 따르면 2022~2025년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개막 후 70일간 야구 경기가 열린 날 전국 9개 구장 주변 상권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2022년 대비 2023년 13%, 2024년 25%, 올해 31%로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체크카드로 결제한 141만 명의 데이터 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 ‘선생님 저 충치 없죠?’ ‘선생님 저 충치 없죠?’

  • ‘고향에 선물 보내요’ ‘고향에 선물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