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인생에 실패란 없음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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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교단만필] 인생에 실패란 없음을

  • 승인 2022-06-09 14:15
  • 수정 2022-06-12 12:10
  • 신문게재 2022-06-10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사진(천안월봉고 김만익)
김만익 천안월봉고 교사
고등학교 3학년 학생들과 한 해를 보낸다는 것은 뜻깊은 일이다. 어엿한 성인이 되기 위한 준비를 마친 학생들과 대화하는 기쁨을 느낄 수 있고, 학창시절 마지막 선생님과의 추억으로 기억될 시간을 함께 보내는 영광을 누릴 수도 있다. 한편, 고등학교 3학년을 담당하며 보내는 한 해는 학생들의 대학 생활 준비를 돕고 입시에서 소중한 결실을 거두는 모습을 지켜보는 시기이기도 하다. 학기 초 상담을 시작으로 학생과 부지런히 머리를 맞대고 대입 원서접수를 준비하고 수능시험을 치르고 나면, 간절히 원하던 합격의 순간을 함께 하는 기회가 찾아온다.

몇 해 전 학생 중에 성적이 상대적으로 높진 않지만 진학하고 싶은 학과를 누구보다 간절하게 준비한 학생이 있었다. 학교 활동에 진취적으로 도전했고, 누구보다 진지하고 성실하게 면접을 준비해서 응시했다. 그 학생의 합격 발표를 확인한 순간, 너무 기쁜 나머지 나도 모르게 크게 소리를 지르고 환호한 적이 있다. 이른 봄에 씨앗을 뿌리고 가을이 되면 수확의 기쁨을 누리는 농부의 심정이 이런 걸까. 그런데 오래지 않아 그런 내 행동에 조금은 후회가 됐다. 같은 교실 안에는 아직도 합격 소식을 기다리고 있는, 친구의 기뻐하는 모습을 바라볼 수밖에 없는 학생들도 꽤 있었던 것이다.

시험을 앞둔 고3 교실에는 긴장감이 감돈다. 수시모집이 자리를 잡고 수행평가가 확대되면서 학생들의 학교 생활이 보다 풍성해지고 활발해졌지만, 평가하는 과정에서 공정성을 강조하다 보니 일제식 지필 시험의 영향력은 여전하다. 저마다 개성이 넘치고 다양한 표정을 가진 아이들이 시험의 시작을 알리는 종이 울리면 일제히 문제지를 펴서 풀이를 시작하고, 마지막 종이 울리면 일제히 필기구를 내려놓는 풍경이 낯설다.

사회는 급변하는데 시험의 모습은 그대로이다. 수치화된 점수를 매기는 방식이 '개개인의 역량을 기르고 평가하는 데 적합한가?', '완벽하게 공정한 선발이나 시험이 가능할까?'라는 의문을 품어 보지만 머릿속을 맴돌던 생각들은 매번 제자리로 되돌아온다.



시험이 끝나고 나면 기대에 못 미치는 성적에 속상해하며 흐르는 눈물을 감추는 아이들도 있다. 교과 수업 시간에 배우는 지식이나 길러야 할 능력에 못 미치는 학생이 아님에도 시험 문제 풀이 과정에서 실수를 해서, 또는 나름의 풀이 방식을 시도하다가, 시간 관리를 못 해서 감점이 되기도 한다. 억울할 법한 상황이다.

그러나 이 모든 사정은 '공정한 시험'이라는 절차 안에서 학생 개인의 탓으로 여겨질 뿐이다. 물론 필자가 만난 동료 선생님들은 가르친 내용을 토대로 심혈을 기울여 출제하고 문제의 타당도를 높이기 위한 노력을 게을리하지 않는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한 학생의 삶을 수치화된 결과로만 평가한다면, 그래서 역량 있는 인재를 못 알아본다면 그것은 우리 사회의 손실이 아닐까.

결과만큼이나 과정을 중요하게 여기는 학생이 많아졌으면 한다. 그러기 위해서는 수업과 평가 방식이 바뀌어야 한다. 높은 점수를 받은 학생을 선별하고 분리할 게 아니라, 이 학생이 다음에는 더 잘할 수 있도록 알려주어야 한다. 어려움을 겪고 넘어져도 다시 일어나는 인내와 용기에 박수를 보내주고 싶다. 그리고 시험 결과를 받아들고 눈물을 훔치는 학생들에게 이렇게 말해주고 싶다. 너희는 절대 실패하지 않았음을, 앞으로도 절대 실패하지 않을 것임을. 인생에 실패란 없다는 것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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