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잊지 못할 새로운 경험 그리고 추억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잊지 못할 새로운 경험 그리고 추억

이지원 대전중촌초 교사

  • 승인 2022-07-07 10:27
  • 신문게재 2022-07-08 18면
  • 김소희 기자김소희 기자
이지원
교직에 들어선지 어느덧 19년, 그리 길지 않은 경력이지만 내게 대전둔산초등학교에서의 2020년도 교직 생활은 영원히 잊지 못할 것 같다. 코로나19라는 팬데믹이 전 세계에 영향을 주었고, 이로 인해 2020년의 교육 현장에는 큰 변화가 생겼다. 새로운 시작에 대한 설레임으로 전날 잠을 이루기 어렵던 3월 2일 첫날을 학생들이 없는 빈 교실에서 맞이했다. 학교에서 늘 해왔던 대부분의 활동은 코로나19 예방을 위해 축소되거나 취소되었다. 모든 것이 혼란스러운 시기에 박종용 교장 선생님이 부임해 오셨다.

선생님들은 학생들의 웃음소리가 없는 교실과 비어 있는 운동장을 바라보며 착잡해 했고, 입학식조차 하지 못한 1학년 학생들을 안타깝게 생각했다. 모두가 처음 겪는 상황에서 어떻게 해야 할지 방향을 잡기 어려울 때 교장 선생님께서 온라인 입학식과 개학식을 해 보자는 아이디어를 내셨다. 유튜브에 학교 방송을 개설하고, 4월 20일에 1학년 학생들을 대상으로 온라인 입학식을, 재학생을 대상으로는 온라인 개학식을 가졌다. 처음 시도한 행사였지만 성공적으로 마무리되었다. 이렇게 2020학년도 학생들과의 첫 만남은 평소와 다른 방법으로 시작되었다.

코로나가 조금 잠잠해지자 5월 27일부터 일주일 간격으로 1-2학년부터 2개 학년씩 등교 개학이 시작되었다. 선생님들은 현관 앞에 모여 3개월 만에 등교하는 학생들에게 장미꽃을 나누어 주며 환영의 말을 건넸다. 그동안 침체 되었던 분위기의 학교가 학생들로 인해 활기가 돌기 시작했고, 그동안 너무나 당연하게 생각했던 평범한 일상의 소중함을 느낄 수 있었다.

그해 8월, 교장 선생님께서 나를 부르시더니 코로나로 인해 침체된 학생들의 가정에 활기를 불어넣기 위한 코로나 극복 가족사진 공모전을 개최해 보자고 하셨다. 그동안 학교에서 경험해 보지 못한 대회였지만, 교장 선생님의 도움으로 공모전을 무사히 개최할 수 있었다. 사진 공모전은 첫 대회임에도 학생과 학부모님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91편의 작품이 모아지며 성황리에 마무리되었다. 사진을 통해 학생들이 가정에서 다양한 방법으로 코로나를 극복하기 위해 활기차게 생활하는 모습을 보니 안심이 되었고, 공모전에 참여했던 학부모님들은 가족이 함께 모여 사진을 찍으며 가족과의 유대관계가 돈독해지고 즐거운 추억을 만들었다는 후일담을 전해 주셨다.



코로나 극복 가족사진 공모전에 이어 학생들의 꿈과 끼를 계발하기 위한 동영상 공모전도 개최하였다. 평소 낯가림이 있어 친구들앞에 나서 활동하기를 주저하던 학생들도 동영상에서는 활기찬 모습으로 자신의 재주를 마음껏 보여주었다. 학생들의 적극적인 참여로 165편의 동영상이 모아졌고, 공모전 심사에 참여한 선생님들은 그동안 미처 발견하지 못했던 학생들의 꿈과 끼를 새롭게 알게 되어 유익했다고 말씀하셨다. 코로나로 인해 면대면 심사가 어려워 동영상 공모전을 개최한 것이었는데, 이를 통해 다양한 공간에서 꿈과 끼를 펼치는 학생들의 재능을 만날 수 있게 된 것이다. 그 밖에도 줄넘기왕과 달리기왕 선발대회, 학년별 축구대회도 개최하였는데 학생들이 적극적인 참여로 학교 분위기도 점차 밝아졌다. 이렇게 다양한 박종용 교장 선생님의 참신한 아이디어와 무한한 지원 덕분에 학생들의 기억에 코로나에 대한 것만 남을 뻔한 2020년을 조금이나마 밝고 활기차게 보낼 수 있었던 것 같다.

박종용 교장 선생님! 늘 부지런하게 새로운 것에 도전하시는 교장 선생님의 멋진 모습을 오래도록 기억하겠습니다. 교장 선생님과 2년간 함께 생활했던 추억은 앞으로 남은 저의 교직 생활에도 많은 도움이 될 것입니다. 앞으로도 늘 같은 자리에서 학생들에게 행복한 학교생활의 추억을 선물해 주세요.
이지원 대전중촌초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갑천 야경즐기며 워킹' 대전달빛걷기대회 5월 10일 개막
  2. 수도 서울의 높은 벽...'세종시=행정수도' 골든타임 놓치나
  3. 충남 미래신산업 국가산단 윤곽… "환황해권 수소에너지 메카로"
  4. 이상철 항우연 원장 "한화에어로 지재권 갈등 원만하게 협의"
  5.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1. 충청권 학생 10명 중 3명이 '비만'… 세종 비만도 전국서 가장 낮아
  2. 대학 10곳중 7곳 올해 등록금 올려... 평균 710만원·의학계열 1016만원 ↑
  3.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4. [춘하추동]삶이 힘든 사람들을 위하여
  5. 2025 세종 한우축제 개최...맛과 가격, 영양 모두 잡는다

헤드라인 뉴스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근로자의 날] 작업복에 묻은 노동자 하루…"고된 흔적 싹 없애드려요"

"이제는 작업복만 봐도 이 사람의 삶을 알 수 있어요." 28일 오전 9시께 매일 고된 노동의 흔적을 깨끗이 없애주는 세탁소. 커다란 세탁기 3대가 쉴 틈 없이 돌아가고 노동자 작업복 100여 벌이 세탁기 안에서 시원하게 묵은 때를 씻어낼 때, 세탁소 근로자 고모(53)씨는 이같이 말했다. 이곳은 대전 대덕구 대화동에서 4년째 운영 중인 노동자 작업복 전문 세탁소 '덕구클리닝'. 대덕산업단지 공장 근로자 등 생산·기술직 노동자들이 이용하는 곳으로 일반 세탁으로는 지우기 힘든 기름, 분진 등으로 때가 탄 작업복을 대상으로 세탁한다...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운명의 9연전'…한화이글스 선두권 경쟁 돌입

올 시즌 절정의 기량을 선보이는 프로야구 한화이글스가 9연전을 통해 리그 선두권 경쟁에 돌입한다. 한국프로야구 10개 구단은 29일부터 다음 달 7일까지 '휴식 없는 9연전'을 펼친다. KBO리그는 통상적으로 잔여 경기 편성 기간 전에는 월요일에 경기를 치르지 않지만, 5월 5일 어린이날에는 프로야구 5경기가 편성했다. 휴식일로 예정된 건 사흘 후인 8일이다. 9연전에서 가장 주목하는 경기는 29일부터 5월 1일까지 대전 한화생명볼파크에서 열리는 LG 트윈스와 승부다. 리그 1위와 3위의 맞대결인 만큼, 순위표 상단이 한순간에 뒤바..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교서 흉기 난동 "학생·학부모 불안"…교원단체 "재발방지 대책"

학생이 교직원과 시민을 상대로 흉기 난동을 부리고, 교사가 어린 학생을 살해하는 끔찍한 사건이 잇따라 발생하면서 학생·학부모는 물론 교사들까지 불안감을 감추지 못하고 있다. 경찰과 충북교육청에 따르면 28일 오전 8시 33분쯤 청주의 한 고등학교에서 특수교육대상 2학년 A(18) 군이 교장을 비롯한 교직원 4명과 행인 2명에게 흉기를 휘둘러 A 군을 포함한 모두 7명이 중경상을 입었다. 경계성 지능을 가진 이 학생은 특수교육 대상이지만, 학부모 요구로 일반학급에서 공부해 왔다. 가해 학생은 사건 당일 평소보다 일찍 학교에 도착해 특..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2025 유성온천 문화축제 5월 2일 개막

  •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오색 연등에 비는 소원

  • ‘꼭 일하고 싶습니다’ ‘꼭 일하고 싶습니다’

  •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 함께 새마을, 미래로! 세계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