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교단만필] 찬란한 눈물

  • 오피니언
  • 교단만필

[교단만필] 찬란한 눈물

강지연 이화초등학교 교사

  • 승인 2023-03-09 15:58
  • 신문게재 2023-03-10 18면
  • 김성현 기자김성현 기자
논산계룡 교단만필_사진(이화초 강지연)
강지연 교사.
"선생님 괜찮으세요? 울지마세요."

내가 신규교사로서 발령을 받고 3월 2일 교실에 들어선 첫날, 아이들에게 들었던 첫마디는 "안녕하세요?"가 아닌 이런 말이었다. 6학년 40명의 담임이 되어 긴장되지만 부푼 마음을 안고 교실에 드러선 그때에, 남학생들의 몸싸움으로 뒷문의 유리창은 와장창 깨져버렸다. 나는 준비해온 담임 소개는커녕, 바쁘게 빗자루와 쓰레받기를 찾아서 깨진 유리를 쓸어 담았는데, 그만 눈물이 왈칵 쏟아졌다. 비록 첫날에 눈물을 보여 창피하기도 하고, 담임으로서 체면도 말이 아니었지만, 그래도 따스한 우리 반 학생들에게 위로를 받으며 시작한 첫날은 가끔 기억이 난다.

눈물로 시작된 나의 교직 생활은 눈물 마를 날이 없었던 것 같다. 첫해에는 40~50명의 합창부 학생 지도를 맡았다. 당시에는 음악경연대회와 같은 예능경연대회가 많았고, 학교의 명예가 달린 일이기에 열심히 지도해야만 했다. 나 역시 열정과 패기로 달려들었으나, 현실은 연습이 싫어 도망 다니는 학생들 잡으러 다니느라 무척 힘이 들었다. 대학교 시절 목소리 성량이 좋다며 교수님께 '엄지척!'을 받았던 나는 교사가 된 지 6개월 만에 성대결절로 인어공주처럼 목청과 목소리를 잃고 말았다. 지도 경험과 요령이 부족했던 나에게는 무척 힘든 시간이었지만 그래도 우리 합창부가 멋지게 무대에 서서 공연을 하고, '잘했다', '수고했다', 무대 뒤에서 서로 토닥일 때 나는 또다시 눈물을 쏟았다.

그 후에도 눈물의 사건들은 너무나 많았다. 기분이 나쁘면 책상을 내던지고 나가버리는 학생도 있었고, 책상 속 물건을 한 개씩 바닥에 던지는 학생도 있었다. 이 때문에 늘 내 앞으로의 교직의 길에 의문을 던지고 내가 교사로 성장할 수 있을지 의문과 걱정이 되었다. 특히 생활지도가 어려운 학생들을 만나게 되면 그 한 해는 눈물이 폭포를 이룰 정도였다. 그렇게 속을 썩이던 학생들도 졸업 후 찾아올 땐 어쩌면 그렇게 의젓해졌는지, 대견하면서도 얄미운 마음이 들기도 했다.



돌이켜 생각해 보면 그때가 참 고생스러웠다는 생각이 들지만, 지금의 나를 만들어준 소중한 시절이었던 것 같다. 나를 울게도 웃게도 많이 했던 순박하기도 하고 짓궂기도 했던 학생들이 이제는 성인이 돼 각자의 자리에서 멋진 역할을 해내고 있는 모습을 보면, 교사로서 보람을 느끼게 된다. '교학상장', 학생과 함께 배우고, 서로 가르치면서 함께 성장하는 그 뜻이 정말 딱 들어 맞는 거 같다.

지금의 교사로서의 나는 얼마나 성장하였을까? 신규교사일 때보다는 학생의 마음이 보이기도 하고, 학생에게 맞는 학습 방법과 교육과정 운영을 위해 스스로 교사공동체를 만들어 연구하기도 하고, 학생들의 미래를 진지하게 고민해 보기도 한다. 예전에는 선배 교사에게 조언을 묻고 들으면서 고개를 끄덕이던 내가, 이제는 후배 교사에게 나의 이야기를 해주고 어깨를 토닥여 줄 수 있는 16년 차 부장교사 경력이 됐다. 그만큼의 세월 동안 나도 변했지만, 학교도 많이 변했다. 2023년의 학교는 2008년보다 학급당 인원수도 많이 줄고, 학습 여건이나, 업무 간소화, 교육혁신을 통한 교원복지가 많이 좋아졌음을 느끼고 있다. 하지만 그렇다고 교실에서의 교육이 더 쉬워지진 않았다. 20년 전이건 지금이건 교육에는 지름길도 쉬운 길도 없다. 하지만 한해 한해 학생들의 행복과 성장을 기대하며 오늘도 정성을 다해 달려갈 뿐이다.

15년 전 옛 추억을 떠올리며, 그 때의 열정이 나에게 그대로 남아있다고는 말하기 어렵다. 그래도 여전히 학생들을 먼저 생각하고 행동하는 우리 주변의 선생님들이 계시기에 학생들과 우리 사회의 미래는 너무나도 희망적이라고 생각한다. '한 명의 아이에게 사랑을 주는 한 명의 사람만 있으면 그 아이는 바르게 클 수 있다.'는 말이 있다. 부모님, 학생, 선생님 모두가 자녀와 친구, 학생들에게 사랑을 주는 소중한 사람이 되어주기를 그래서 모든 학생이 건실하게 잘 커나가기를 바란다.

마지막으로 학생들을 위해 늘 헌신하시는 모든 울보 선생님들께 응원의 마음을 전하고 싶다./강지연 이화초등학교 교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아산시, 취약지역 하수도시설 일제 점검
  2. 아산선도농협, 고추재배농가에 영농자재 지원
  3. 아산시, 반려동물 장례문화 인식개선 적극 추진
  4. 천안시의회 권오중 의원, "교통약자 보호 및 시민 보행권 보장을 위한 제도적 기반 마련"
  5. 천안시, 제77회 충청남도민체육대회서 주택안심계약 홍보
  1. 천안시의회 정도희 의원 대표발의, 천안시 마을행정사 운영에 관한 조례안 본회의 통과
  2. 천안법원, 신체일부 노출한 채 이웃에게 다가간 20대 남성 '벌금 150만원'
  3. 천안시의회 유영채 의원, '전세피해임차인 보호조례' 제정… 실질 지원과 안전관리까지 법제화
  4. 여름휴가와 미래 정착지 '어촌' 매력...직접 눈으로 본다
  5.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헤드라인 뉴스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李정부, 해수부 논란에 행정수도 완성 진정성 의문

이재명 정부가 해양수산부 부산 이전을 추진하며 논란을 빚고 있는 가운데 충청권 대표 공약이었던 행정수도 완성 의지에 의문부호가 달리고 있다. 집권 초부터 PK 챙기기에 나서면서 충청권 대표 대선 공약 이행에 대한 진정성은 실종된 것이 아니냐는 비판에 따른 것이다. 자칫 충청 홀대로 해석될 여지도 있는 대목인데 더 이상의 국론 분열을 막기 위해선 특별법 제정 또는 개헌 등 행정수도 완성 로드맵을 조속히 내놔야 한다는 목소리가 높다. 15일 본보 취재에 따르면, 이재명 대통령이 후보 시절 행정수도 완성을 위해 임기 내 국회 세종의사당..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 유성복합터미널 BRT 등 현장방문… "주요 사업지 현장방문 강화"

대전시의회가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와 장대교차로 입체화 추진 예정지 등 주요 사업지를 찾아 현장점검을 벌였다. 산업건설위원회는 도시철도 2호선 트램 건설현장, 교육위원회는 서남부권 특수학교 설립 예정 부지를 찾았는데, 을 찾았는데, 이번 현장점검에 직접 나선 조원휘 의장은 "앞으로 민선 8기 주요 사업지에 대한 현장 중심의 의정활동을 강화하겠다"고 밝혔다. 조 의장은 13일 유성구 일대 교통 현안 사업 현장을 찾았다. 먼저 유성복합터미널 BRT(간선급행버스체계) 건설 현장을 방문했다. 유성복합터미널 BRT 연결도로는 유성구..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프로야구 한화이글스 흥행에…주변 상권도 '신바람'

올 시즌 프로야구 흥행에 힘입어 경기 당일 주변 상권들의 매출이 2배 가까이 상승한 것으로 나타났다. 특히 전국 야구장 중 주변 상권 매출 증가율이 가장 높은 구장은 한화이글스의 홈구장인 대전 한화생명볼파크다. 15일 KB국민카드에 따르면 2022~2025년 한국프로야구(KBO) 리그 개막 후 70일간 야구 경기가 열린 날 전국 9개 구장 주변 상권 결제 데이터를 분석한 결과, 매출액은 2022년 대비 2023년 13%, 2024년 25%, 올해 31%로 각각 증가한 것으로 집계됐다. 신용·체크카드로 결제한 141만 명의 데이터 5..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아빠도 아이도 웃음꽃 활짝

  •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내 한 수를 받아라’…노인 바둑·장기대회

  • ‘선생님 저 충치 없죠?’ ‘선생님 저 충치 없죠?’

  • ‘고향에 선물 보내요’ ‘고향에 선물 보내요’