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공자님 말씀이 틀렸다고?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공자님 말씀이 틀렸다고?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 승인 2023-08-01 16:45
  • 신문게재 2023-08-02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며칠 전 다녀 온 제주 출장 중에 육지로 돌아오기 위해 공항 검색대를 통과하다가 '전기충격기를 휴대하고 탑승할 수 없다'는 안내문을 보았다. 예를 들면 이라는 문구와 함께 모델명까지 나열되어 있었다.

전기충격기를 갖고 다니는 사람이 있고,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하는 대한민국의 치안에 대해 불안해 하는 사람들이 있다는 의미일 것이다.



우리 사는 세상은 언제나 시끄러웠지만 요즘은 그 정도가 증폭되고 있다는 느낌을 받는다. 정치권 시끄럽고 냉탕과 온탕을 오가는 경제 뉴스와 돈 벌고자 하는 사람들의 심리를 이용한 사기꾼들 얘기는 그렇다 치자.

대낮에 '그냥' 칼을 휘둘러 여러 사람들을 다치고 죽게 만드는 싸이코패스가 대로를 활개치고 다니지를 않나, 소아청소년과 원장이 맘까페 극성에 전업/폐업 하지를 않나, 학생을 가르치는 선생님이 학교에서 극단적 선택을 하지를 않나, 자신이 낳은 아기를 불과 하루 이틀 만에 살해하는 부모가 붙잡히지를 않나…



홍수와 폭염을 오가는 날씨 탓으로만 볼 수 없는 사건들에 마음이 어지럽다. 이런 사회현상들 하나하나가 모두 지난 수십 년 간의 고속 성장에 따른 후유증일 수도 있고, SNS의 발달로 인한 과잉 소통의 부작용일 수도 있겠지만 어른이 없는 세상에서 누구나 제 잘난 맛에 사는 세상이 된 것은 아닌가 싶다.

여러 끔찍한 일들 중에서도 자기 배 아파 낳은 아기를 살해한 부모 사건이 나에게는 제일 끔찍하게 느껴졌다. 낳은 뒤 하루 이틀만에 살해했다면 순간적으로 저지른 범행으로 생각하기 힘들다. 임신 기간 내내 생각하고 모의했을 것이다. 공자님이 효도를 강조하신 이유는 부모의 자식 사랑은 본능이지만 자식의 부모 사랑은 교육을 통해 가르쳐야만 하는 덕목이기 때문이라고 했다. 공자님 말씀이 틀린 것일까? 만약 이런 부모가 그냥 아기를 죽이지 않고 키웠다면 어떻게 되었을까? 사랑으로 아기를 돌보았을까? 정상적인 사고를 가진 사람으로 성장했을까?

꼬마 스탈린으로 불리던 루마니아의 독재자 차우셰스쿠는 1960~70년대에 끔찍한 인구 늘리기 정책을 시행했다. 독재와 실정(失政)으로 국민들의 삶이 힘들어지자 생산성을 늘린다는 명분으로 무조건 출산을 독려하는 정책을 실시한다. 피임하는 부부는 중형에 처했고, 아기가 없는 사람에게는 엄청난 세금을 부여하는 등의 말도 안 되는 정책을 강제로 시행했다.

그 결과 수 많은 아이들이 태어났지만 부모는 이들을 돌볼 경제적 여유가 없었고, 국가도 보육에 대해서는 관심이 없었다. 결국 많은 아이들이 보육원에 맡겨졌는데, 더욱 끔찍한 정책은 바로 그 다음에 시행된다.

아이들이 질병에 걸리면 치료비가 들어갈 것이고, 아이들 질병은 어른에게서 옮는 것이니 치료비를 아끼기 위해 아기들과의 신체적 접촉을 금지시켰다. 이렇게 사랑받지 못하고 자란 아이들은 차우셰스쿠가 몰락하고 국민들에게 처형된 뒤에 미국과 유럽의 가정에 입양되었는데, 이 아이들이 성장한 뒤에 어떤 인구 집단보다도 소시오패스, 싸이코패스의 비율이 월등히 많았다고 한다.

자신을 키워준 양부모를 살해하는 등의 끔찍한 사건들이 많이 발생했다는 것이다.

내가 지켜본 우리나라의 보육시설은 감탄하지 않을 수 없을 정도로 대단히 헌신적으로 아이들을 돌보고 있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이 아이들이 성년이 되었을 때 많은 경우 고민과 정신적 방황을 겪는다는 얘기를 들었다. 자기 자식을 죽인 부모 편에 설 생각은 추호도 없지만 이들이 자신이 키우지 않아도 돌봐줄 시설이 있다는 사실을 알았어도 자식을 죽였을까?

옛날에는 '마을 전체가 아이를 키운다'고 했지만 이제 국가가 아이들을 돌봐야 하는 세상이 되었다. 저출산이니 저출생이니 하는 말장난할 때가 아니라 '낳기만 하면 육아는 국가가 책임진다'는 마음 없이는 세계 최고의 저출산 국가의 오명도 벗어날 수 없을 것이고 자기 자식을 죽이는 부모가 또 나오지 않는다는 보장도 할 수 없을 것이다. 그러자니 나라가 돈을 많이 벌어서 국민이 세금을 많이 낼 수 있어야 할텐데, 그저 걱정만 한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천안 불당중 폭탄 설치 신고에 '화들짝'
  2. 대전방산기업 7개사, '2025 방산혁신기업 100'선정
  3. 의정부시 특별교통수단 기본요금, 2026년부터 1700원으로 조정
  4. 대전충남통합 추진 동력 확보... 남은 과제도 산적
  5. "신규 직원 적응 돕는다" 대덕구, MBTI 활용 소통·민원 교육
  1. 중도일보, 목요언론인상 대상 특별상 2년연속 수상
  2. 대전시, 통합건강증진사업 성과공유회 개최
  3. [오늘과내일] 대전의 RISE, 우리 지역의 브랜드를 어떻게 바꿀까?
  4. 대전 대덕구, 와동25통경로당 신축 개소
  5. [월요논단] 대전.세종.충남, 문체부 지원사업 수주율 조사해야

헤드라인 뉴스


`벌써 50% 돌파`…대전 둔산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동의율 확보 작업 분주

'벌써 50% 돌파'…대전 둔산지구 통합 재건축 추진준비위, 동의율 확보 작업 분주

대전시의 노후계획도시정비 기본계획안이 최근 공개되면서, 사업대상지 내 통합 재건축을 추진하는 아파트 단지들이 선도지구 선정을 위한 동의율 확보에 박차를 가하고 있다. 8일 지역 부동산 업계에 따르면 대전 둔산지구 통합14구역 공작한양·한가람아파트 단지 재건축추진준비위원회는 최근 다른 아파트 단지 대비 이례적인 속도로 소유자 동의율 50%를 넘겼다. 한가람은 1380세대, 공작한양은 1074세대에 이른다. 두 단지 모두 준공 30년을 넘긴 단지로, 통합 시 총 2454세대 규모에 달한다. 공작한양·한가람아파트 단지 추진준비위는 올해..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위기의 소상공인 다시 일어서다… 경영·디지털·저탄소 전환까지 `맞춤형 종합지원`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위기의 소상공인 다시 일어서다… 경영·디지털·저탄소 전환까지 '맞춤형 종합지원'

충남경제진흥원이 올해 추진한 소상공인 지원사업은 경영개선부터 저탄소 전환, 디지털 판로 확대, 폐업 지원까지 영역을 넓히며 위기 대응체계를 강화했다. 매출 감소와 경기 둔화로 어려움을 겪는 도내 소상공인을 대상으로 실질적인 경영지원금을 지급하고 친환경 설비 교체와 온라인 마케팅 지원 등 시장 변화에 맞춘 프로그램을 병행해 현장의 반응도 긍정적이다. 진흥원의 다양한 지원사업의 내용과 성과를 점검하며 충남 소상공인 재기지원 우수사례를 살펴본다. <편집자 주> 충남경제진흥원이 경영난을 겪고 있는 소상공인을 구제하기 위해 다양한 지원시스템..

유성복합터미널 1월부터 운영한다
유성복합터미널 1월부터 운영한다

15여년 간 표류하던 대전 유성복합터미널이 1월부터 운영 개시에 들어간다. 8일 대전시에 따르면 유성복합터미널의 준공식을 29일 개최한다. 유성광역복합환승센터 내에 조성되는 유성복합터미널은 총사업비 449억 원을 투입해, 대지면적 1만5000㎡, 연면적 3858㎡로 하루 최대 6500명이 이용할 수 있는 규모로 건립된다. 내년 1월부터 서울, 청주, 공주 등 32개 노선의 시외 직행·고속버스가 운행되며, 이와 동시에 현재 사용 중인 유성시외버스정류소 건물을 리모델링해 4월까지 정비를 완료할 예정이다. 터미널은 도시철도 1호선과 BR..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부산으로 이사가는 해양수산부

  •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알록달록 뜨개옷 입은 가로수

  •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충남의 마음을 듣다’ 참석한 이재명 대통령

  •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 2026학년도 수능 성적표 배부…지원 가능한 대학은?