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염홍철 칼럼] 33. 인간의 존엄성

  • 오피니언
  • 사외칼럼

[염홍철 칼럼] 33. 인간의 존엄성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 승인 2023-08-24 12:00
  • 현옥란 기자현옥란 기자
염홍철칼럼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이번 주 초 지인에게 보내는 '아침단상'은 '온전한 정신으로 사는 법'에 대한 것이었습니다. 요즘 묻지마 살인과 폭행 등과 관련하여 국민이 많이 예민해졌기 때문에 글에 대한 반응도 민감했습니다. 그래서 부족하나마 하루를 추가해 연이틀 이어서 썼지요. 글을 받는 지인 중에 유명한 정신과 의사도 있는데 그분은 "자기관찰은 객관적 자아를 보는 것"이라고 정의하면서, 자신은 환자들을 진료하면서 '자기관찰'을 많이 강조한다고 했습니다.

오늘은 그 연장 선상에서 '현존하는 독일 최고의 철학자'로 알려진 페터 비에리 교수의 '인간이 존엄성을 지키며 살아가는 방법'에 대하여 논의를 해보고자 합니다. 사실 페터 비에리 교수는 '리스본행 야간열차'라는 소설로 유명하기 때문에, 우리에게는 소설가로 더 알려져 있습니다. 그런데 철학자인 그는 이 소설과 철학 서적인 '자기 결정'과 '삶의 격' 등을 펴내면서, 그 저서들을 관통하는 개념은 바로 '인간의 존엄성'이었습니다.

우리가 타고난 것들은 자신이 결정할 수 없지만, 지각이 든 후에 어떻게 살아갈지는 우리 스스로 결정할 수 있습니다. 페터 비에리 교수는 자기 결정을 하는 데에 있어서 '규범'과 '독립성'을 강조합니다. 규범은 타인에 대한 배려 없이 자기 자신의 이익만을 추구해서는 안 된다는 것이며, 독립성은 스스로에 관해 결정할 수 있는 능력을 말하는데 자신의 내면세계에서 스스로 지휘하고 연출하는 능력의 배양입니다. 그는 인간의 가장 큰 정신적 자산은 존엄성이라고 강조합니다. 그런데 존엄성은 삶 속에서 가장 위협받기 쉬운 가치라고 인정하고 있습니다. 그러면 어떻게 존엄성을 지키며 품격 있는 삶을 살아갈 것인가요?

존엄성이란 인간이 삶을 살아가는 특정한 방법을 말하는 것이며, 이것은 사고와 경험, 행위의 틀이 되는 것입니다. 페터 비에리 교수는 존엄한 삶의 형태를 세 가지 차원으로 나누었는데, '남이 나를 어떻게 대하는가?', '나는 남을 어떻게 대하는가?', '나는 나에게 어떻게 대하는가?'입니다.

내가 타인에게 어떤 취급을 받느냐 하는 것은 타인에게 달려 있지만, 내 품격을 스스로 지킬 때 타인도 나의 존엄성을 파괴할 수 없게 됩니다. 또한, 내가 그것을 어떻게 대하느냐는 내 생각과 태도에 따라서 결정됩니다. 그러니까 나의 존엄은 타인이 아니라 나 스스로가 정하는 것이 됩니다.

내가 나를 어떻게 대하느냐 하는 문제도 결정권은 나에게 있습니다. 그러나 이는 일상적 경험에서 자주 나타나는 지켜진 존엄, 손상된 존엄, 잃어버린 존엄이 서로 얽혀져 있습니다. 특히 존엄성이 지켜지지 못할 위기 속에서는 더욱 복잡성을 띠고 있는 것입니다. 우리가 우리 자신을 보는 태도는 타인을 보는 관점에 영향을 주고, 그것은 다시 타인이 우리의 존엄에 영향을 끼치는 범위와 정도에 큰 역할을 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래서 존엄이라는 것은 다층적인 구조를 가질 수밖에 없지요. 이렇게 존엄을 지키는 것은 나 스스로에 달렸다고 규정하면서도 페터 비에리 교수는 많은 사람이 도덕적 의무감에서 자기 스스로를 소외시키기 때문에 자기 결정권도 제한적일 수밖에 없다고 합니다.

하지만 존엄성은 자기 존중의 사고와 연관되므로 누구나 각자 스스로가 책임을 지는 감정과 행위가 필요하다고 강조하지요. 존엄성은 자기 존중의 사고이고 반대로 존엄성의 상실은 자기 결정의 상실과도 관련이 있는 것입니다. 결론적으로 존엄성이란 어떤 절대적인 속성이 아니라 삶의 방식, 즉 '삶의 격'이며, 우리가 자립성, 진실성, 가치 있는 삶에 대한 기본을 바로 세워나갈 때 드러나는 것입니다.

염홍철 한밭대 명예총장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李정부 2차 공공기관 이전 초읽기…대전 '우선 배치' 촉각
  2. 가을 제철 수산물 가격 들썩… 꽃게·전어 두 배 급등
  3. 온통대전, 카드 없이 QR코드로 결제한다… 정부 지원율 변화도 관심
  4. 스토킹 피해 신고했던 전 연인 살해 40대 구속
  5. 대전시의회, 이효식 대전도시공사 사장 후보 '인사청문회'
  1. 국정자원 대전 잔류 위해 추가 부지 발굴… 유치 경쟁 속 대응 본격화
  2. 대전혁신센터, 스케일업 투자지원 민간운영사 업무협약
  3. '양성자 암치료센터' 건립 나선 세종, 중부권 첨단의료 거점 노린다
  4. '충효예 정신' 충남 교육현장에 본격… ‘사랑의 일기’는 축소 운영
  5. 대전 선도지구 선정 방식 변경에 재도전 구역 희비 교차

헤드라인 뉴스


`세종 행정수도` 11월 중대 기로…법안 심사에 예산 확보전까지

'세종 행정수도' 11월 중대 기로…법안 심사에 예산 확보전까지

세종 행정수도 완성을 위한 입법과 예산 확보 절차가 맞물리면서 중대 분수령을 맞이했다. 11월 국회에서 행정수도특별법 심사와 중앙행정기관 추가 이전을 뒷받침할 재원 확보가 시험대에 함께 오르면서다. 여기에 세종시 재정 문제와 얽힌 핵심 법안까지 일몰을 앞두고 마지노선에 봉착하면서 정기국회 내 현안들을 매듭지을 수 있을지 이목이 집중되고 있다. 28일 국회에 따르면 내달부터는 내년도 본예산에 대한 상임위원회별 예비심사가 본격화할 예정이다. 당장 이번 예산 심사에선 지난 13일 정부가 발표한 2차 중앙행정기관 세종 이전 계획안을 다루게..

대전이노베이션아카데미, `AI 혁신의 새 장을 열다`
대전이노베이션아카데미, 'AI 혁신의 새 장을 열다'

대전의 미래 산업과 대한민국 소프트웨어(SW) 생태계의 패러다임을 바꿀 거점인 '대전이노베이션 아카데미'가 28일 14시 대전시 서구 월평동서 공식 개소식을 갖고 본격적인 운영에 들어간다. 교육 과정은 AI 활용 인재를 양성하는 네이티브 과정(5개월)과 인공지능 올인원 과정(18개월)으로 운영된다. 대전시와 진흥원은 대전이노베이션아카데미 개소를 시작으로 지역 AI 및 소프트웨어(SW) 생태계를 이끌어갈 핵심 거점으로 이끄는 한편, 대전시는 대전이노베이션아카데미가 대한민국 ICT 생태계의 판도를 바꾸고, 지역 성장의 새로운 동력을 창..

[르포] 합친 지 27년, 도시 이름까지 바꿨다… 단바사사야마의 생존법
[르포] 합친 지 27년, 도시 이름까지 바꿨다… 단바사사야마의 생존법

수도권 일극 체제와 지방소멸 위기에 대응할 해법으로 추진된 충남·대전 행정통합이 첫 출범 목표를 이루지 못한 채 다시 출발선에 섰다. 하나의 경제·생활권을 구축하고 지역 경쟁력을 높이겠다는 구상이었지만, 주민 동의와 재정·권한 이양 등 해결해야 할 과제도 분명해졌다. 행정구역을 하나로 묶는 것만으로 통합의 성공이 보장되는 것은 아니다. 앞서 행정통합을 경험한 일본과 대만 역시 행정 효율화와 재정 기반 강화라는 기대 속에 주민 갈등과 재정 부담, 지역 간 불균형이라는 숙제를 마주했다. 본보는 일본의 헤이세이 대합병과 오사카 행정체제..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미래 진로직업 체험 미래 진로직업 체험

  •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 올가을 들어 가장 추운 날씨

  • ‘스토킹에 의한 여성 살해 국가가 책임져라’ ‘스토킹에 의한 여성 살해 국가가 책임져라’

  • 스토킹 살해 피의자 영장실질심사 스토킹 살해 피의자 영장실질심사