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마약, 빠지면 못 나오는 함정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마약, 빠지면 못 나오는 함정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 승인 2023-09-12 17:34
  • 신문게재 2023-09-13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열아홉 나이에 대학 입학시험 본 날, 함께 시험 본 친구와 함께 담배를 배웠다. 서른 아홉 살 되던 어느 날 금연을 결심했고, 출근길에 갖고 있던 담배와 라이터를 쓰레기통에 버리는 '엄청난' 일을 저질렀다. 그리고 일주일 간 지옥을 경험했다. 흡연에 대한 욕구는 약과였고, 거리를 걷다 보면 너무 어지러워 마치 구름 위를 걷는 기분이었다.

그보다 더 끔찍한 일도 있었다. 진료 중에 아기를 진찰하고 부모에게 아이의 상태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입에서는 자연스레 말이 나오고 있었지만 정작 내 머리 속에서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험을 했다. 일주일 후 금단증상이 가신 뒤에 여러 차례 흡연에 대한 욕구가 밀려 왔지만 그 끔찍한 경험을 다시 할 수는 없었기에 마음을 다잡고 어렵게 참아내서 결국 금연에 성공했다. 이제 3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일 년에 한두 번은 꿈속에서 담배를 피는 자신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라 깨곤 한다.



이렇게 '중독의 무서움'을 담배로 경험하였기에 요즘 자주 접하는 마약에 빠진 사람들의 뉴스를 볼 때마다 걱정스럽다. 담배 중독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진대, 만약 마약에 빠진다면 나는 헤쳐나올 수 있을까? 매스컴에서 마약의 만연을 걱정하는 뉴스를 접하는 빈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중남미나 동남아시아 등의 저개발국가 문제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문제가 가 뉴스에 나오기도 하고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가 잘 가는 관광지 태국에서 마리화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관광객이 귀국 시에 마약 검사 양성반응을 보이는 사례가 있다고 하니, 조심할 일이다. 그 대신 태국 정부는 관광사업으로 세수 확보가 늘었다고 하는데, 네덜란드의 사례에서 보듯이 태국이 '독이 든 사과'를 먹은 것은 아닌가 싶다.



선진국 네덜란드에서는 이미 마리화나 합법화의 부작용이 심각한 지경이라는 외신 보도도 보았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네덜란드에서는 1976년부터 마리화나를 합법화하고 국민 각자가 판단하고 책임지는 제도를 시행했다고 한다. 일명 '소프트 드럭'으로 불리는 순한 마약인 마리화나 정도는 허용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의도에서 시행되었는데,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많은 중독자들이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자극이 더 강한 마약으로 이행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국, 프랑스 등의 인근 국가에서 마리화나를 경험하기 위해 찾아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암스테르담 시내가 어수선해졌고, 마약상들은 유통을 넘어 제조에까지 손을 뻗쳤다고 한다. 한 소년이 주먹으로 밤새 구멍 난 둑을 막았다는 전설적인 스토리를 가진 나라 네덜란드에서 마리화나 허용이라는 작은 구멍으로 시작된 시행착오가 10대 학생들마저 학업을 포기하고 마약 전달책으로 전락할 정도로 '마약에 찌든 국가'가 되었다고 한다. 둑이 무너진 것이다.

미국 건국 초기에 대단한 도시였던 필라델피아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는데, 켄싱턴 지역은 펜타닐 중독자들로 인해 '좀비 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머리에 꽃을 꽂으라'는 노래를 자랑하던 미항(美港)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마약으로 인한 사망자가 올해에만 벌써 400명을 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찰관마저 마약에 취해 투신, 사망하는 사례가 생기는 것을 보면 남의 일이 아니다.

서울 유흥가의 클럽들을 중심으로 젊은이들 사이에 마약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고 한다. 지금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네덜란드나 미국의 좀비랜드가 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아편전쟁으로 마약에 호되게 당한 역사를 가진 중국에서는 마약과 관련해서는 사형 언도까지 내릴 정도로 그 처벌 수위가 대단히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약에 관해서는 강한 제재 수단과 중독자에 대한 치료를 통한 구제를 병행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담배 끊기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마약,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지 못하는 수렁이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의정부시, 시민 김지민 씨 저소득층에 성금 100만 원 전달
  2. 김해시, 2026년 노인일자리 7275명 확대 모집
  3. "철도 폐선은 곧 지역소멸, 대전서도 관심을" 일본 와카사철도 임원 찾아
  4. 전기차단·절연 없이 서두른 작업에 국정자원 화재…원장 등 10명 입건
  5. 30일 불꽃쇼 엑스포로 차량 전면통제
  1. <인사>대전시
  2. 대전을지대병원, 바른성장지원사업 연말 보고회 개최
  3. 충남대-대전시 등 10개 기관, ‘반려동물 산업 인재 양성 업무협약’
  4. 김태흠 충남지사, 천안아산 돔구장 건립 필요성·추진 의지 거듭 강조
  5. 대전시 제2기 지방시대위원회 출범

헤드라인 뉴스


`K-스틸법` 국회 본회의 통과… 대한민국 철강산업 재도약 발판

'K-스틸법' 국회 본회의 통과… 대한민국 철강산업 재도약 발판

침체를 겪는 대한민국 철강산업의 재도약의 발판을 마련할 이른바, ‘K-스틸법’이 27일 국회 본회의를 통과하면서 국가 경제의 탄탄한 동력을 확보하게 됐다. 충청 의원들이 대표 발의한 여러 민생법안들도 국회 문턱을 넘었으며, 여야 갈등의 정점인 국민의힘 추경호 의원 체포동의안도 국회 가결됐다. 국회는 이날 오후 본회의장에서 여야 합의로 상정된 ‘철강산업 경쟁력 강화 및 탄소중립 전환을 위한 특별법안’(K-스틸법)에 대한 표결을 진행한 결과, 재석 의원 255명 중 찬성 245명, 반대 5명, 기권 5명으로 가결했다고 밝혔다. K-스틸..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의 자연·휴양 인프라 확장, 일상의 지도를 바꾼다

대전 곳곳에서 진행 중인 환경·휴양 인프라 사업은 단순히 시설 하나가 늘어나는 변화가 아니라, 시민이 도시를 사용하는 방식 전체를 바꿔놓기 시작했다. 조성이 완료된 곳은 이미 동선과 생활 패턴을 바꿔놓고 있고, 앞으로 조성이 진행될 곳은 어떻게 달라질지에 대한 시민들의 인식을 변화시키는 단계에 있다. 도시 전체가 여러 지점에서 동시에 재편되고 있는 셈이다. 갑천호수공원 개장은 그 변화를 가장 먼저 체감할 수 있는 사례다. 기존에는 갑천을 따라 걷는 단순한 산책이 대부분이었다면, 공원 개장 이후에는 시민들이 한 번쯤 들어가 보고 머무..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줄어드는 적십자회비’… 시도지사협의회 모금 동참 호소

연말연시 어려운 이웃에게 온정을 나누기 위한 적십자회비가 매년 감소하자, 대한민국시도지사협의회(회장 유정복 인천시장)가 27일 2026년 대국민 모금 동참 공동담화문을 발표했다. 국내외 재난 구호와 취약계층 지원, 긴급 지원 등 도움이 필요한 이웃에 대한 인도주의적 활동에 사용하는 적십자회비는 최근 2022년 427억원에서 2023년 418억원, 2024년 406억원으로 줄었다. 올해도 현재까지 406억원 모금에 그쳤다. 협의회는 공동담화문을 통해 “최근 경제적 어려움으로 인해 적십자회비 모금 참여가 감소하고 있다. 이럴 때일수록..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채비 ‘완료’

  •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가을비와 바람에 떨어진 낙엽

  •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장애인과 비장애인의 행복한 시간

  •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 대전시의회 방문한 호치민시 인민회의 대표단