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호택 삼남제약 대표 |
그보다 더 끔찍한 일도 있었다. 진료 중에 아기를 진찰하고 부모에게 아이의 상태에 대한 설명을 하고 있는데, 입에서는 자연스레 말이 나오고 있었지만 정작 내 머리 속에서는 내가 무슨 말을 하고 있는지 모르는 경험을 했다. 일주일 후 금단증상이 가신 뒤에 여러 차례 흡연에 대한 욕구가 밀려 왔지만 그 끔찍한 경험을 다시 할 수는 없었기에 마음을 다잡고 어렵게 참아내서 결국 금연에 성공했다. 이제 30년이 다 되어 가지만 아직도 일 년에 한두 번은 꿈속에서 담배를 피는 자신을 발견하고 소스라치게 놀라 깨곤 한다.
이렇게 '중독의 무서움'을 담배로 경험하였기에 요즘 자주 접하는 마약에 빠진 사람들의 뉴스를 볼 때마다 걱정스럽다. 담배 중독에서 빠져 나오는 것이 이렇게 어려울진대, 만약 마약에 빠진다면 나는 헤쳐나올 수 있을까? 매스컴에서 마약의 만연을 걱정하는 뉴스를 접하는 빈도가 점점 늘어나고 있다. 중남미나 동남아시아 등의 저개발국가 문제인 줄 알았는데, 이제는 미국과 유럽 국가들의 문제가 가 뉴스에 나오기도 하고 심지어 우리나라에서도 사회문제가 되고 있다.
우리가 잘 가는 관광지 태국에서 마리화나를 인정하기 시작했다고 한다. 우리나라 관광객이 귀국 시에 마약 검사 양성반응을 보이는 사례가 있다고 하니, 조심할 일이다. 그 대신 태국 정부는 관광사업으로 세수 확보가 늘었다고 하는데, 네덜란드의 사례에서 보듯이 태국이 '독이 든 사과'를 먹은 것은 아닌가 싶다.
선진국 네덜란드에서는 이미 마리화나 합법화의 부작용이 심각한 지경이라는 외신 보도도 보았다. 개인의 자유를 중시하는 네덜란드에서는 1976년부터 마리화나를 합법화하고 국민 각자가 판단하고 책임지는 제도를 시행했다고 한다. 일명 '소프트 드럭'으로 불리는 순한 마약인 마리화나 정도는 허용해도 되지 않을까 하는 의도에서 시행되었는데, 문제는 여기에서부터 시작된다. 많은 중독자들이 여기에 만족하지 않고 자극이 더 강한 마약으로 이행하기 때문이다.
게다가 영국, 프랑스 등의 인근 국가에서 마리화나를 경험하기 위해 찾아드는 관광객들로 인해 암스테르담 시내가 어수선해졌고, 마약상들은 유통을 넘어 제조에까지 손을 뻗쳤다고 한다. 한 소년이 주먹으로 밤새 구멍 난 둑을 막았다는 전설적인 스토리를 가진 나라 네덜란드에서 마리화나 허용이라는 작은 구멍으로 시작된 시행착오가 10대 학생들마저 학업을 포기하고 마약 전달책으로 전락할 정도로 '마약에 찌든 국가'가 되었다고 한다. 둑이 무너진 것이다.
미국 건국 초기에 대단한 도시였던 필라델피아 사정은 더욱 심각하다는데, 켄싱턴 지역은 펜타닐 중독자들로 인해 '좀비 거리'가 되었다고 한다. 심지어 '샌프란시스코에 가면 머리에 꽃을 꽂으라'는 노래를 자랑하던 미항(美港) 샌프란시스코에서도 마약으로 인한 사망자가 올해에만 벌써 400명을 넘었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경찰관마저 마약에 취해 투신, 사망하는 사례가 생기는 것을 보면 남의 일이 아니다.
서울 유흥가의 클럽들을 중심으로 젊은이들 사이에 마약이 빠르게 번지고 있다고 한다. 지금 대비하지 않으면 우리나라가 네덜란드나 미국의 좀비랜드가 되지 말라는 보장도 없다. 아편전쟁으로 마약에 호되게 당한 역사를 가진 중국에서는 마약과 관련해서는 사형 언도까지 내릴 정도로 그 처벌 수위가 대단히 높다고 한다. 우리나라에서도 마약에 관해서는 강한 제재 수단과 중독자에 대한 치료를 통한 구제를 병행하는 시스템을 만들어야 한다. 담배 끊기도 그렇게 힘들었는데 마약, 한 번 빠져들면 헤어나지 못하는 수렁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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