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춘하추동]"나는 실천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 오피니언
  • 춘하추동

[춘하추동]"나는 실천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

김충일 북칼럼니스트

  • 승인 2024-01-09 16:43
  • 신문게재 2024-01-10 18면
  • 임병안 기자임병안 기자
김충일
김충일 북칼럼니스트
간혹, 일상의 분주함 속에서 한 움큼의 꿈을 쫓다보니 과정의 진실이나 매 순간의 삶의 의미를 덜 존중하는 이들이 있다. 이런 이들에게 괴테는 "인간이 걷는 것은 단지 어딘가에 도달하기 위해서만이 아니라, 걸어감 속에서 살기 위해서기도 하다"라고 말한다. 삶은 그 어느 순간도 의미화 되지 않는 부분이 있을 수 없고, 존중받지 못할 그 어떤 순간도 없다는 말일게다. 인생의 행로는 부단히 생성하고 변화하는 도정이기에…그렇게 우리는 그 삶 위에서 세월이란 배를 타고 흘러간다.

세월은 누구에게나 흐르며 잠시도 머무르지도 않으며 다시 돌아오지 않는다. 세월은 말없이 어디론가 일정한 속도와 방향으로 계속 흐른다. 어느 날 불현 듯 나이가 들면서 세월이 빨라진다고 느끼게 된다. 아마 그건 젊었을 때는 일 년이라는 시간이 자신이 살아온 기간에 비해 상대적으로 많은 의미가 있는 기간일 수 있지만, 노년의 삶에서 일 년이라는 시간은 지난날에 비해서 그다지 오랜 시간은 아닐 수 있기 때문 일게다.



이렇게 상대적으로 지루하다고 느끼거나 시간의 흐름을 인지하지 못하는 때가 있다. 그러나 무지개에 접근해 보면 무지개는 사라지고 없듯이 세월의 흐름은 거리를 두고 보아야 체험할 수 있고, 반복적인 특정한 관점으로 인해 굳어져버린 세월의 족쇄로부터 자유로워질 수 있다. 세상살이 속의 세월의 배는 결코 똑 같은 방향과 속도로 흐르지 않는다. 각각, 세월의 돛단배를 타고 인간의 시간을 산다. 우리는 편의상 같은 시간대를 살며 동반자들과 함께 노를 저을 따름이다.

운전을 하다가 '속도를 줄이면 사람이 보입니다. 속도를 낮추면 사고가 줄어듭니다.'라는 차에 씌어 진 문구를 만나기도 한다. 이 말은 나이가 들수록 '생각의 속도와 행동의 속도의 균형 상태'가 무너지고, 반복되는 일상은 뇌(腦)에서 처리해야 할 정보의 양이 줄어들며 행동의 반응 속도가 감속됨을 보여준다. 결국 몸과 마음이 세월의 속도에 균형 맞춰 춤을 추지 못한 결과다. 그렇다고 세월을 과도하게 느껴 허무주의에 빠질 일도 아니다. 우리에게 시급한 일은 세월은 그 흐름의 실체를 손으로 잡을 수 없기에 늘 불안한 '탐구의 계기판'을 들여다보는 '시계의 노예'임을 자각하는 일이다.



그렇다고 어떻게든 세월은 흘러간다는 말에 고개를 숙인 채 두리번거릴 것인가. 세월과 삶의 마당이 서로 얽혀 있는 것이라면 세월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새롭게 생겨나는 것 일게다. 다른 말로 바꾸면 세월은 흘러가는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새롭게 생겨나서 쌓여가는 것이다. 즉 우리는 세월에 따라 나이가 들어가는 것이 아니라 우주의 변화 속에서 새로운 모습으로 변화하는 것이다. 날마다 새로운 모습으로 삶이란 놀이터에서 다시 사는 것이다.

뭐가 그리 바쁜지 매년 마다 성큼 성큼 찾아오는 세월. 새로 시작하는 일은 쉽지 않다. 우리의 '습관화 되어 몸에 박힌 세월의 속도'는 담대하게 첫 걸음을 내딛고 싶은 새해의 산뜻한 흥분을 느끼지 못하게 가로막기도 한다. 그럼에도 인간은 타고난 세월의 속도와 방향을 찾아 나서는 수수께끼 해결사라는 말을 떠올리면서, 희망처럼 새 출발을 하면 어떨까. 무엇을 다시 시작하는 사람의 내면에는 영원히 식지 않는 마그마 방이 끓고 있다.

오늘의 아침이 내일의 아침일 수는 없다. 분명한 것은 세월의 굴레란 동굴에서 벗어나고자 애쓰는 이에게는 나이에 관계없이 언제든지 열정이라는 화산이 폭발하여 삶의 에너지가 흘러넘친다는 것이다. 잊지 말자! 삶에는 신비한 열정 주머니가 숨어있어 세월에 상관없이 무엇인가를 하고자 할 때 아름다운 힘이 흘러나온다는 것을. 세월의 흐름이 품고 있는 내적인 힘의 알갱이는 '나는 실천한다. 그러므로 존재한다.'이다. 푸른 용의 여의주(如意珠)처럼…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조국혁신당 세종시당, '내홍' 뚫고 정상화 시동
  2. [이차전지 선도도시 대전] ②민테크"배터리 건강검진은 우리가 최고"
  3. 대전시 2026년 정부예산 4조 8006억원 확보...전년대비 7.8% 증가
  4. 대전시, 소상공인과 중소기업 공유재산 임대료 60% 경감
  5. [문화人칼럼] 쵸코
  1. [기고]농업의 미래를 설계할 2025년 농림어업총조사
  2. [대전문학 아카이브] 90-대전의 대표적 여성문인 김호연재
  3. 농식품부, 2025 성과는...혁신으로 농업·농촌의 미래 연다
  4. [최재헌의 세상읽기]6개월 남은 충남지사 선거
  5. 금강수목원 국유화 무산?… 민간 매각 '특혜' 의혹

헤드라인 뉴스


[기획취재]농산물 유통과 전통주의 미래, 일본서 엿보다-2

[기획취재]농산물 유통과 전통주의 미래, 일본서 엿보다-2

우리에겐 가깝고도 먼 나라 일본. 동해를 사이에 둔 지리적 특징으로 음식과 문화 등 많은 것을 공유하고 있다. 양국 모두 기후 위기로 인해 농산물의 가격 등락과 함께 안정적 먹거리 공급에 대한 요구를 받고 있다. 이에 유통시스템 개편을 통한 국가적 공동 전략 필요성이 대두되고 있다. 중도일보는 농림축산식품부와 한국농수산식품유통공사(at)가 주관한 4박 5일간의 일본 현장 취재를 통해 현지 농산물 유통 전략을 살펴보고, 한국 전통주의 새 활로를 모색하고자 한다. <편집자 주> [글 싣는 순서] 1. 도요스 중앙 도매시장의 정가 거래..

교육부, 비수도권 대학 육성 위해 내년 3조 원 투입
교육부, 비수도권 대학 육성 위해 내년 3조 원 투입

교육부가 국가균형성장을 위한 지역대 육성을 위해 내년 3조 1448억 원을 투입한다. 일명 '서울대 10개 만들기 사업'인 9개 거점국립대 경쟁력 강화를 위해 8855억 원을 투자하며, 사립대와 전문대의 학과 구조 혁신과 특성화를 위해 1190억 원을 신규 지원한다는 계획이다. 내년 8개 대학 재정 지원 사업이 추가로 편입되는 '지역혁신중심 대학지원체계(RISE·이하 라이즈)'도 2조 1403억 원이 투입될 예정이다. 3일 교육부에 따르면, 전날 오후 내년도 교육부 소관 예산·기금운용계획이 국회 본회의 의결을 통해 최종 확정됐다...

[기획] `인삼의 고장` 금산의 지방소멸 위기 해법 `아토피 자연치유마을`
[기획] '인삼의 고장' 금산의 지방소멸 위기 해법 '아토피 자연치유마을'

지방소멸 위기로 어려움을 겪고 있는 충남 금산군이 '아토피자연치유마을'로 새로운 돌파구를 찾고 있다. 전국 인삼의 80%가 모이며 인구 12만 명이 넘던 금산군은 산업구조 변화와 고령화, 저출산의 가속화로 현재는 인구 5만 명 선이 무너진 상황이다. 금산군은 지방소멸 위기를 '치유와 힐링'이라는 새로운 패러다임을 제시하고 '아토피자연치유마을 프로젝트'를 추진하고 있다. 자연환경을 기반으로 공동체를 만들고 '아토피·천식안심학교' 상곡초등학교를 중심으로 금산에 정착하고 있는'아토피자연치유마을' 통해 지방소멸의 해법의 가능성을 진단해 본..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12·3 비상계엄 1년…‘내란세력들을 외환죄로 처벌하라’

  •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양자 산업화 전초기지 ‘KAIST 개방형 양자팹’ 첫 삽

  • 강추위에 맞선 출근길 강추위에 맞선 출근길

  •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 고사리 손으로 ‘쏙’…구세군 자선냄비 모금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