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문예공론] 설 풍속도

  • 오피니언
  • 여론광장

[문예공론] 설 풍속도

김기태/수필가

  • 승인 2024-02-16 11:32
  • 김의화 기자김의화 기자
불과 반세기가 흘렀는데 명절 풍속도가 많이 변했다.

먼저 고향 가는 길부터 이야기 해 보자. 60년 말에 고향가는 길은 디젤 기관차에 올라 타고 갈 정도로 전쟁이었다. 이제는 차가 밀리기는 하지만 자가용이 대세다.



0afbae83dc9ffbd749dba8a719ff473f3d574333
우리나라 최초 디젤 기관차
온 가족이 선물꾸러미를 들고 와 동네가 시끌벅적했는데 지금은 누가 왔는지 안 왔는지 모를 정도로 한적하다. 제사상 상차림도 풍성했고, 떠날 때는 한 보따리씩 들고 같는데 지금은 제사상에 12가지 음식만 올리라고 권장을 한다. 먹을 사람이 없으니 음식 양도 줄었다.

전에는 밖에 나간 형제들이 부모님 뵈러 손자 손녀를 데리고 와 집안에 웃음소리가 담장을 넘어가 다복하게 보였는데 편안함에 익숙해져 이제는 대가족이 모이질 못한다. 잠 자는 것도 불편하겠지만 먹는 문제도 어려워졌다.



명절에 일어나는 이런 문제는 부모님이 돌아가셨기 때문에 일어나는 현상이었다.

부모님이 여러 남매를 키울 때는 좋은 일도 힘든 일도 있었다. 그러나 성장하는 자식들을 보면서 그 모든 일들이 해소 되었다. 다복하다는 이야기도 들었다. 그러나 세월이 흘러 부모님 돌아 가신 후 명절이 돌아오니 이상한 모습으로 변해 가고 있었다. 잘못한다는 것이 아니라 세태를 읽는 것 같다는 생각이 들어서다.

많은 형제들이 결혼하여 그 자식들이 또 결혼을 하니 옛날처럼 손자 손녀까지 다 모일 수가 없었다. 아파트가 좁기도 하겠지만 자식들이 각자 한 가정을 이루었기 때문이다. 어느 형제가 많은 집안에서 숙고 끝에 내린 결정이 있는데 명절 일주일 전에 남자 형제들이 모여 성묘를 하고 설에는 장자가 제사를 지내기로 하였다. 명절 후에는 딸들이 찾아오지만 산소를 다녀와서 식당에서 식사를 하기로 하였다. 손자까지 모두 합하니 54명이 되어 한자리에 모일 수 없었기 때문이다. 제사도 예전에는 고조부까지 지냈지만 지금은 할아버지까지만 지내는 추세다.

옛 것을 지금까지 고수하는 가문도 있겠지만 편안함 때문에 또 주거가 아파트라서 간소화가 이루어지는 것 같다.

대신 따뜻한 정도 사라지고 친척이란 개념이 변했다. 6촌이면 남이 되었다. 증조할아버지 밑에서 태어난 가까운 사이인데 서로 만나질 못하니 마음이 멀어지는 것이다. 가계가 흔들리는 모습이다. 족보 만드는 출판사도 사라질 위기다. 풍습은 세월따라 변하는 것이지만 너무 빨리 변한다.

멀리 해외에 나가 있는 아들 손자가 보고 싶다. 그렇게 우리 삶이 변하니 설 풍속도도 변하는가 보다.

김기태/수필가

2d5a0f27c6fb2b12e040ab0c8b2492effe908489
김기태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구미, 주민안전 무시한 보행자 보도정비공사 논란
  2. [대입+] 종로학원 2026 수능 가채점 정시 분석… 서연고 경영 280점대, 의대는 290점 안팎
  3. 세종시 어린이들의 '가족 사랑' 그림...최종 수상자는
  4. 초록우산 박미애 본부장, '시낭송 상금' 100만 원 기부 귀감
  5. 한남대, 2025 산학프로젝트 챌린지 산업통상자원부 장관상
  1. 건보공단, 미혼 한부모가정 위한 따뜻한 지원 눈길
  2. 충남대, 중국약과대학과 협약…바이오 재료·약학 분야 공동 연구 추진
  3. 세종충남대병원, '당뇨병 예방과 공연' 이벤트..건강한 삶 이끈다
  4. 세종도시교통공사, 저출산·지방소멸 해결 위한 시민 소통 강화
  5. 세종테크노파크, 네트워킹데이 개최...입주기업 성장 돕는다

헤드라인 뉴스


서연고 경영 280점대… 수도권 의대 285, 비수도권 275점

서연고 경영 280점대… 수도권 의대 285, 비수도권 275점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수능) 가채점 결과를 토대로 한 정시 합격선 예측에서 서울 주요 대학의 경영·의학계열 합격선이 280~290점대에서 형성될 것으로 분석됐다. 올해는 문과 지원확대와 의대 정원 원복, 탐구영역 선택 변화 등으로 인해 정시 지원전략에서 문·이과 모두 경쟁 양상이 달라질 것으로 전망된다. 14일 종로학원이 공개한 자료에 따르면 국어·수학·탐구(2) 원점수 합 기준으로 서울대 경영대학 합격선이 284점, 연세대·고려대 경영이 280점, 성균관대 글로벌경영이 279점, 서강대 경영학부 268점, 한양대 정책학과..

캡틴 손흥민과 조규성의 합작…한국 대표팀 볼리비아에 2-0 승리
캡틴 손흥민과 조규성의 합작…한국 대표팀 볼리비아에 2-0 승리

대한민국 축구 대표팀이 '캡틴' 손흥민과 조규성의 활약에 힘입어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을 승리로 이끌었다. 홍명보 감독이 이끄는 한국 축구 대표팀은 14일 대전월드컵경기장에서 열린 볼리비아와의 평가전에서 2-0으로 승리했다. 홍명보 감독은 4-2-3-1 포메이션을 꺼내 들었다. 9월과 10월 A매치에서는 스리백을 시험했지만, 이날은 포백을 통해 선수들의 기량을 점검했다. 손흥민을 원톱에 세운 뒤 2선에 황희찬과 이재성, 이강인을 배치해 공격 라인을 꾸렸다. 중원조합은 김진규와 원두재를 내보냈고, 포백라인은 이명재, 김태현, 김민재, 김..

대흥동의 `애물단지` 메가시티 건물…인공지능 산업으로 부활하나
대흥동의 '애물단지' 메가시티 건물…인공지능 산업으로 부활하나

인공지능 데이터센터 설립을 앞둔 대전 중구 대흥동의 애물단지인 메가시티 건물이 기피시설이란 우려를 해소하고 새롭게 변모할 수 있을지 주목된다. 정치권에서는 정부 부처 간 협력을 통해 미래 첨단 산업 및 도시재생과의 연계를 시도하는 모습이다. 국회 국토교통위원회 박용갑 의원(대전 중구)은 국회의원회관에서 과학기술정보통신부와 정보통신산업진흥원 관계자를 만나 대전 중구 대흥동에 인공지능 산업 인프라를 조성하기 위한 재정적·행정적 지원을 요청했다고 14일 밝혔다. 대전 중구 대흥동에 위치한 메가시티 건물은 2008년 건설사의 부도로 공사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3~4학년부 4강전

  •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2025 청양군수배 풋살 최강전…초등 5~6학년부 예선

  • ‘수능 끝, 해방이다’ ‘수능 끝, 해방이다’

  •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 2026학년도 대학수학능력시험 시작