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김선생의 시네레터] 역사와 판타지의 불행한 만남

  • 오피니언
  • 김선생의 시네레터

[김선생의 시네레터] 역사와 판타지의 불행한 만남

파묘

  • 승인 2024-03-21 16:48
  • 신문게재 2024-03-22 9면
  • 김지윤 기자김지윤 기자
KakaoTalk_20240320_171214680
영화 '파묘' 포스터.
영화는 크게 두 부분으로 되어 있습니다. 앞부분은 개인사이고, 뒷부분은 민족사에 얽혀 있습니다. 개인사이든 민족사이든 과거의 일입니다. 역사를 잘 알고 연구하는 일은 중요합니다. 그런데 영화가 다루는 역사에 대한 관심과 연구가 발전적이고 미래지향적이지 않다는데 문제가 있습니다. 물론 이는 이 작품만의 문제가 아닙니다. 오늘날 한국 사회에서 벌어지는 역사 논쟁이 대단히 소모적이며 상반된 의견의 두 갈래 간에 혐오와 갈등으로 연결되는 현실을 반영합니다.

현재 벌어지는 일의 원인을 과거에서 찾는 것도 어느 정도이지 묘를 잘 썼는가 아닌가에 절대적으로 비중을 두는 상황은 비참합니다. 대한민국 1%는 여전히 그것을 신뢰하고 소위 지도층이라는 부류가 이런 흐름을 주도하는 것은 더 암담합니다. 무덤을 파 보니 그 밑에 일본이 박아놓은 철침이 있고, 그것을 제거하지 못하게 하려고 친일파 거두의 묘를 썼다는 영화의 설정은 개연성의 문제를 뒤로 하고서라도 지나치게 작위적입니다. 더구나 그 무덤의 좌표가 정확히 위도 38도선 위에 있고, 경도상으로 한반도의 척추인 태백산맥 위로 한 것은 분단의 책임을 일본 제국주의의 식민지 침탈의 영향으로 보는 합리적 태도를 넘어 확인되지 않은 미신과 신화적인 영역으로 몰아간다는 점에서 대단히 우려스럽습니다.

역사나 사회의 문제를 영화가 진지하게 다루는 것은 당연하고 가치 있는 일입니다. 그러나 예술이나 문화는 자유와 함께 책임도 있습니다. 이 작품을 두고 같은 시기 이승만 전 대통령의 생애를 다룬 다큐멘터리 감독이 반대파 적인 발언을 한 것은 매우 정도를 벗어난 일입니다. 그러나 이 작품의 의도가 특정 정파를 두둔하려는 것이 아니었다 해도 항간에 떠도는 소문에 기대어 풍수지리와 무속신앙을 역사와 엮어 정치적으로 해석될 여지를 만든 것만은 분명합니다. 그러니 평생 땅 파먹고 산 지관이 풍수적 소신으로 몸을 던져 일본에서 온 정령과 싸워서 우리나라의 정체성을 지키고 오랜 역사적 질곡을 해결했다는 해괴한 상황이 벌어지고 맙니다.

영화라는 공간은 어느 분야로도 자유로이 열려 있습니다. 하지만 역사적 사실과 판타지는 엄연히 구분되어야 합니다. 그것도 아직 이해당사자들이 첨예하게 대립하고 있는 상황에서 정치적으로 악용되는 것은 작품 자체로도, 관객 대중들을 포함한 사회적으로도 그리 바람직한 것이 못 됩니다. 흥행 면에서 성공적이라 해도 여러모로 아쉬움이 큽니다.

김대중 영화평론가/영화학박사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교단만필] 서글프지 않은 이별을 배우기까지
  2. '민주 박수현·국힘 김태흠' 충남지사 후보자 등록 완료
  3. 충남교육감 후보자 등록 첫날, 이병도·김영춘·이병학 등록 마쳐… 이명수 15일 등록으로 변경
  4. [스승의날-대전교사 신문고] 명퇴·퇴직 희망 교사 절반 이상… 빛바랜 스승의날 '씁쓸한 교사들'
  5. 목원대 라이즈 사업단, 동아리로 학생 창업 역량 키운다
  1. [스승의날-대전교사 신문고] "말도 안 되는 민원 안 받게…" "민원 안전장치 필요"
  2. 2022년 화재참사 현대아울렛 점장·소방업체 소장 실형 구형
  3. 대덕경찰, 오정중서 청소년 사이버도박 자진신고 상담
  4. 중국에서 돈 벌겠다 출국 후 보이스피싱 가담한 30대 징역형
  5. [스승의 날] '스승이 제자에게' 대전교사노조 범시민 교권회복 캠페인

헤드라인 뉴스


진영 바꾸고 공수 전환… 충청 광역단체장 `꿀잼 매치`

진영 바꾸고 공수 전환… 충청 광역단체장 '꿀잼 매치'

6·3 지방선거 후보 등록이 14일 시작된 가운데 여야 최대 승부처 충청권 시도지사 매치업 구도가 새삼 주목받고 있다. 거대 양당 후보가 정권교체로 이른바 공수교대 뒤 재대결이 이뤄졌거나 정치가와 행정가의 승부, 보수와 진보 진영을 서로 바꿔 경쟁하는 경우까지 꿀잼 매치가 즐비하다. 대전시장 선거에서 맞붙는 더불어민주당 허태정 후보와 국민의힘 이장우 후보는 4년 만의 리턴매치다. 흥미로운 점은 두 후보가 공수를 교대했다는 점이다. 2022년 제8회 지선에선 윤석열 정부 출범 직후 당시 여당이었던 이 후보가 연임을 노리던 허 후보에..

`제2회 올댄스페스티벌 전국댄스경연대회` 16일 대전서 막오른다
'제2회 올댄스페스티벌 전국댄스경연대회' 16일 대전서 막오른다

대전시댄스스포츠연맹은 16일 한밭체육관에서 '제2회 올댄스페스티벌 전국댄스경연대회'를 개최한다. 대전댄스스포츠연맹이 주최·주관하고 대전시와 대전시체육회가 후원한 이번 대회는 댄스스포츠를 비롯해 라인댄스, 힙합, 방송댄스, 코레오 등 다양한 장르의 댄스가 함께한다. 전국 각지에서 선수와 관계자 등 1000여 명이 참가할 예정이며, 참가자들은 장르별 무대를 통해 그동안 갈고닦은 기량과 개성 넘치는 퍼포먼스를 선보일 예정이다. 특히 시민 참여형 프로그램도 함께 마련돼 눈길을 끈다. 대회 마지막 순서로 진행되는 라인댄스 무료 워크숍은 참가..

금강벨트 4개 시도지사 후보등록 직후부터 뜨거운 난타전
금강벨트 4개 시도지사 후보등록 직후부터 뜨거운 난타전

6·3 지방선거 공식 후보 등록 첫날인 14일, 충청권 광역단체장 4석이 걸린 금강벨트에서 여야 후보들이 일제히 등록을 마친 뒤 거세게 충돌했다. 각각 내란청산과 정권심판 프레임을 내 건 더불어민주당과 국민의힘 후보들이 충청 지방 권력 쟁탈 혈전에 돌입하면서 헤게모니 싸움을 시작한 것으로 풀이된다. 4년 전 4개 시도지사를 모두 내주며 참패한 여당은 설욕을 위해, 당시 대승을 거둔 제1야당은 수성을 위한 건곤일척 혈투가 본격화된 것이다. 각 시도 선거관리위원회에 따르면 대전, 세종, 충남, 충북 등 4개 시·도 광역단체장 후보들은..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바쁘다 바빠’…선거운동 앞두고 유세차량 제작 분주 ‘바쁘다 바빠’…선거운동 앞두고 유세차량 제작 분주

  • 전국동시 지방선거 대비 대테러 합동훈련 전국동시 지방선거 대비 대테러 합동훈련

  • 오늘은 내가 대전시의원…‘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오늘은 내가 대전시의원…‘의정활동 체험 재미있어요’

  • ‘딸과 함께 후보자 등록’ ‘딸과 함께 후보자 등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