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중도시평] 좌절의 청년세대를 포용하는 지역의 선택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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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중도시평] 좌절의 청년세대를 포용하는 지역의 선택은?

  • 승인 2024-04-02 17:14
  • 신문게재 2024-04-03 18면
  • 김흥수 기자김흥수 기자
신천식
신천식 배재대 초빙교수.(사)공공 리더십 연구원 이사장
불황의 여파와 학생 수 감소에도 사교육비는 계속 늘어 지난해 초·중·고생 사교육비가 역대 최다 액수인 27조 원을 넘어섰다. 교육부와 통계청은 전국 초·중·고 약 3000여 개교 학생 7만4000여 명을 대상으로 2023 초·중·고 사교육비 조사를 실시한 결과 이같이 집계됐다고 3월 14일 밝혔다. 특히 주목할 부분은 가구별 소득 수준이 높을수록 사교육비 지출이 많은 것으로 나타났으며, 가구소득이 가장 낮은 가구별 사교육비 지출은 최저 수준인 것으로 파악됐다고 공지했다는 점이다. 이러한 통계는 미래의 성공을 결정할 교육기회의 참여 조건이 부모의 경제력에 크게 영향을 받고 있다는 냉엄한 현실을 보여주는 것이어서 여러 가지의 우려를 자아내고 있다. 오늘날 젊은이들이 우려하는 핵심문제는 우리 사회의 지나친 양극화와 함께 격차를 메울 수 있는 별다른 방법이 없다는 현실을 인지하며 얻게 되는 절망과 좌절이다. 여기에 더해 이러한 격차는 부모의 경제력으로 상징되는 사회경제적 지위 형태인 물적 자본의 상속과 문화적 자본을 포함하는 인적 자본의 세습을 통해 확대 유지되고 있다는 요지부동의 신념체계로서 정착하고 있다는 점이다.

오늘을 살아가는 젊은이들의 느끼는 근원적 좌절은 자신과 미래의 운명을 결정할 교육기회의 참여가 부모의 경제력에 크게 의존하고 있어 개인의 노력과 기여만으로는 스스로 성장과 신분 상승의 한계를 극복하기가 거의 불가능하다는 점이다. 포기할 것이 너무도 많은 N포 세대를 더욱 절망하게 만드는 원인 중에는 격차가 만들어지고 강화되며 확대 심화되는 과정이 어느덧 다차원적이고 다중적이라는 질적 특징을 보유하게 돼, 단기간 내 해결될 획기적 수단을 찾기도 어려울 뿐만 아니라 나아질 기미조차 보이지 않는다는 점이다. 스스로 노력하면 마침내 이루지 못할 일이 없다는 고금 불변의 진리가 부모세대의 강력한 후원이 없다면 오르지 못할 나무를 향한 무모한 과욕임을 깨닫는 순간 대부분의 젊은이들이 느끼는 상실과 허탈은 이제 패배의식과 좌절감으로 번지고 무기력과 원망으로 바뀐다. 그들에게 세상은 지옥이 된다. 이러한 현실은 탐욕적 자본주의의 만연에 기인한 승자 독식의 세계관과 패자 무시의 인간관이 함께 만들고 부추긴 결과이다. 지구상에 존재하며 명멸의 운명을 겪어온 수많은 문명과 거대제국의 일관된 존재 패턴은 누적된 불만과 모순을 적시에 제대로 해결하지 못하면 반드시 붕괴하거나 해체됨을 보여준다는 역사적 진실을 거역하지 않는다.

오늘날 우리 사회가 안고 있는 부조리와 모순, 젊은 세대가 겪는 절망과 시련의 혹독함은 결국 기성세대가 빚어낸 무도한 과욕과 무지에서 비롯된 것이다. 젊은이들에게만 가혹한 현실을 인정하고 견뎌내라고 하는 것은 억지이자 생트집이다. 이제 기성세대의 자성과 통찰에 기반하는 오도된 세계관의 수정과 새로운 세계관의 완성이 필요하다. 기성세대가 자초한 파멸적 현실을 개탄하며, 오류투성이의 세계관으로 인해 잠재적 실패자로 낙인찍히고 규정되어 패배감과 좌절은 물론 무시와 모멸을 견뎌내야 하는 청년세대를 위로하고 격려하며 용기와 희망을 함께 나눠야 한다. 아니 그전에 이런 세상을 만든 기성세대의 잘못과 실책을 고하고 용서를 청해야 한다.

이번 학기부터 몇몇 뜻있는 이들과 함께 대전지역 대학에서 공부하는 학생들을 대상으로 그들의 고민을 경청하고 공감하며 그들의 걱정과 불안을 함께 나누는 기회를 갖는 커리큘럼을 배재대에서 출범했다. 대전지역을 기반으로 한 각계각층 인사 20여 명이 공동 멘토단에 참여하겠다는 의사를 밝혔으며, 현재도 참여 희망자가 늘어나고 있어 인원을 제한해야 할 것으로 생각한다. 이분들을 중심으로 공동 멘토단을 구성해 대학생들이 느끼는 다양한 고민과 걱정을 경청하고 공유하며 함께 해결할 방법이 무엇일지를 청년들과 상의할 것이다. 공동 멘토단은 대전 소재 대학에서 공부하게 된 것이 인생의 위대한 선택이 됐다는 확신을 생성하고 강화시킴에 기여할 것이라는 다부진 목표를 세우고 있다. 배재대의 지역 기반 문제해결 강좌 개설을 자축하며, 대전을 사랑하고 아끼는 공동 멘토단의 활약을 기대해본다. /신천식 배재대 초빙교수·(사)공공 리더십 연구원 이사장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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