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보기]윤석열 정권의 '법에 의한 지배'에 경종을 울린 총선

  • 오피니언
  • 세상보기

[세상보기]윤석열 정권의 '법에 의한 지배'에 경종을 울린 총선

곽현근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

  • 승인 2024-04-18 16:56
  • 신문게재 2024-04-19 19면
  • 이상문 기자이상문 기자
곽현근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
곽현근 대전대 행정학과 교수
22대 총선이 여당의 완패로 막을 내렸다. 선거는 국민을 대신해 사회의 중요한 가치를 배분할 대표를 선출하고 권한을 위임하는 공식적인 의식(儀式)이다. 다른 한편으로 개개인의 독립된 투표행위가 모여 정권에 대한 민심의 방향과 평가의 메시지를 전달한다는 점에서 선거는 권력에 대한 국민 통제의 핵심 기제로 작동한다. 윤석열 정부의 중간평가 성격을 띤 이번 선거 결과도 지난 2년 윤대통령의 국정운영에 대한 국민의 매서운 판단을 반영한다.

총선 결과를 통해 국민의 대의(大意)는 확인되었지만, 여당 참패의 원인과 정권 심판의 구체적인 해석을 두고서는 의견이 분분하다. 심지어 총선 결과가 정부의 의과대학 증원 정책에 대한 국민 심판이라는 대한의사협회의 해석은 실소를 머금게 한다. 자고로 정치란 대립하고 경쟁하는 사회의 중요한 공공가치 사이에서 우선순위를 정하는 일이다. 공공가치 배분을 위한 게임의 규칙이 선거라면, 이번 총선 결과도 특수 이익집단의 편향적 해석을 넘어 보편적 공공가치를 두고 국민의 메시지를 해석해볼 필요가 있다.

총선의 민심은 윤석열 정권의 국정운영 원칙인 '공정'(公正)에 대한 기대만큼이나 실망이 컸던 것과도 무관하지 않다. 정치적 아웃사이더였던 윤석열 후보가 대선에서 승리할 수 있었던 것은 전문 정치인이 아닌 법조인이라는 배경도 크게 작용했다. "사람에게 충성하지 않는다"라는 검찰총장 시절의 발언은 윤후보가 당선되면 모든 사람을 법 앞에 평등하게 다룰 것이라는 기대에 일조했다. 취임 일성으로 '공정과 상식'을 국정운영 원칙으로 선포했을 때, 많은 국민은 어느 정권보다도 공정한 법치를 상상했을지 모른다.

법치를 상징하는 정의의 여신상은 두 눈을 가린 채 왼손에 저울을 들고 오른손엔 칼을 쥐고 있다. 저울은 법 앞에 모두가 평등하다는 것을 의미한다. 칼은 법을 어긴 자를 처벌하기 위한 권위와 힘을 상징한다. 또한 여신상의 가려진 눈은 정의 실현을 위해 선입관이나 편견이 없는 공평한 판단을 뜻한다. 법치주의는 정의의 여신상이 상징하는 세 가지 규범을 균형 있게 적용하고 실천하는 것이다. 같은 맥락에서 고등학교 <법과 정치> 교과서에는 법치주의를 '법의 지배'(rule of law)로 설명한다. '법의 지배'는 누구도 법과 동등한 권위를 가질 수 없고, 통치자를 포함해 모두에게 법은 동등하게 적용됨을 의미한다. 결과적으로 법의 지배는 통치자의 자의적이고 절대적인 권한을 허락하지 않는다. 반면, 법이 통치자의 의사를 실현하는 도구 또는 수단으로 전락할 때, '법에 의한 지배'(rule by law)가 된다. 통치자가 법을 주관적으로 해석하고 적용하면서 법은 공포의 대상이 되고 권위주의가 뿌리내린다.



윤석열 정부의 지난 2년을 두고 공정한 '법의 지배'가 강화되었다고 믿는 국민은 많지 않다. 대통령 취임 이후 끝없이 제기되었던 가족 비리 의혹에 대해 대통령은 묵묵부답으로 일관하거나 불순세력의 조작설로 치부해버린다. 다양한 증거의 출현에도 수사에 소극적인 검찰의 태도는 국민에게 편파 수사의 인상을 강하게 심어주고 있다. 조국 전 법무부 장관의 입시 비리를 두고 보여줬던 대규모 저인망식 수사도 유사한 문제로 구설에 오른 여권 인사나 대통령 가족 앞에서는 무장해제 된다. 특수활동비를 포함한 자기조직의 부조리에 한없이 관대하고 사정의 칼날을 대통령 의중에 맞춰 자의적으로 행사하는 듯한 검찰의 모습은 권력자의 호위무사이자 도구로서의 이미지를 각인하는 데 손색이 없다. 법의 적용을 두고 윤석열 정부에서 벌어진 일련의 사태는 정의의 여신이 두 눈을 뜨고 왼손의 저울은 무시한 채 자의적으로 오른손 칼을 휘두르는 모습을 연상시킨다. 고등학교 수준의 상식으로도 지난 2년의 윤석열 정부의 행태가 '법에 의한 지배'에 가깝다는 결론에 도달할 수 있다. 22대 총선 결과는 '공정과 상식'의 원칙이 공평한 법치로 이어질 것이라는 기대와 다르게 권위주의적인 '법에 의한 지배'로 귀결된 데 따른 민심의 이반(離反)을 반영하고 있다.

중도일보(www.joongdo.co.kr), 무단전재 및 수집, 재배포 금지

기자의 다른기사 보기

랭킹뉴스

  1. 김진명 작가 '세종의 나라'에 시민 목소리 담는다
  2. 세종 '행복누림터 방과후교육' 순항… 학부모 97% "좋아요"
  3. [내방] 구연희 세종시교육청 부교육감
  4. 한국장애인문화예술원, 2026년 장애예술 활성화 지원사업 공모 접수 시작
  5. 대한전문건설협회 대전시회, 한국건축시공학회와 업무협약 체결
  1. 대전 향토기업 '울엄마 해장국'...러닝 붐에 한 몫
  2.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3. 따르릉~ 작고 가벼운 '꼬마 어울링' 타세요!
  4. 세종시 빛축제, 시민 힘으로 다시 밝힌다
  5. 재난위기가정 새출발… 희망브리지 전남 고흥에 첫 '세이프티하우스' 완공

헤드라인 뉴스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 전쟁유적에서 평화 찾아야죠" 대전 취재 나선 마이니치 기자

"일본에서도 태평양전쟁을 겪은 세대가 저물고 있습니다. 80년이 지났고, 전쟁의 참상과 평화를 교육할 수 있는 수단은 이제 전쟁유적뿐이죠. 그래서 보문산 지하호가 일본군 총사령부의 것이었는지 규명하는 게 중요합니다."일본 마이니치 신문의 후쿠오카 시즈야(48) 서울지국장은 5일 대전 중구 보문산에 있는 동굴형 수족관 대전아쿠아리움을 찾아왔다. 그가 이곳을 방문한 것은 올해만 벌써 두 번째로 일제강점기 태평양전쟁의 종결을 앞두고 용산에 있던 일본군 총사령부를 대전에 있는 공원으로 옮길 수 있도록 지하호를 만들었다는 기록이 있는데, 그..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학생·학부모 10명 중 8명 "고교학점제 폐지 또는 축소해야"… 만족도 25% 미만

올해 고1 학생과 학부모를 대상으로 한 설문조사에서 고교학점제에 대한 만족도가 매우 낮은 것으로 나타났다. 제도 시행 첫 학기를 경험한 응답자 중 10명 중 8명 이상이 '제도를 폐지하거나 축소해야 한다'고 답했으며, 학생들은 진로 탐색보다 대학입시 유불리를 기준으로 과목을 선택하는 것으로 조사됐다. 종로학원은 10월 21일부터 23일까지 고1 학생과 학부모 470명을 대상으로 온라인 설문조사를 실시한 결과, 응답자의 75.5%가 '만족하지 않는다'고 답했다고 6일 밝혔다. 반면 '만족한다'는 응답은 4.3%, '매우 만족한다'는..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 개장 한달만에 관광명소 급부상

대전 갑천생태호수공원이 개장 한 달여 만에 누적 방문객 22만 명을 돌파하며 지역 관광명소로 주목받고 있다. 6일 대전시에 따르면 갑천생태호수공원은 9월 말 임시 개장 이후 하루 평균 7000명, 주말에는 최대 2만 명까지 방문하는 추세다. 전체 방문객 중 약 70%가 가족·연인 단위 방문객으로, 주말 나들이, 산책과 사진 촬영, 야간경관 감상의 목적으로 공원을 찾았다. 특히 추석 연휴 기간에는 10일간 12만 명이 방문해 주차장 만차와 진입로 혼잡이 이어졌으며, 연휴 마지막 날에는 1km 이상 차량 정체가 발생할 정도로 시민들의..

실시간 뉴스

지난 기획시리즈

  • 정치

  • 경제

  • 사회

  • 문화

  • 오피니언

  • 사람들

  • 기획연재

포토뉴스

  •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과학기술인 만남 이재명 대통령

  •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사랑 가득한 김장 나눠요’

  • 수능 앞 간절한 기도 수능 앞 간절한 기도

  •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 국민의힘 충청권 지역민생 예산정책협의회